그린 공병 프로젝트

거의 다 써서 바닥이 보이는 크림을 볼 때면 마라톤을 완주한 기분이 든다. 이런 특별한 성취감을 격려하기 위해 뷰티 브랜드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바로 ‘그린 공병 프로젝트’ 다!



언제부턴가 우유나 과자를 사러 마트에 가면 원 플러스 원, 혹은 투 플러스 원 행사 제품 위주로 고르게 된다. 이렇듯 작지만 소소한 행복 찾기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도 현재진행형. 열두 개 도장이 찍힌(혹은 구멍이 뚫린) 스탬프 카드로 ‘득템’한 무료 음료를 손에 들고 문을 나설 때의 뿌듯함이란! 안 사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마케팅 술수인 걸 알지만, 이왕 먹고 즐기는 거 이런 잔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렇듯 쿠폰에 집착하는 내 레이더망에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1층에 자리한 키엘 매장에서 노란 쿠폰을 들고 카운터를 기웃거리는 이들을 발견한 것. 이 노란 종이는 ‘365일 지구 사랑 캠페인’이란 주제의 공병 스탬프 쿠폰. 매장에 정품 용기 빈 통을 반납하면 개당 도장을 쾅 찍어주는 방식이 여느 커피 쿠폰과 흡사하다. 공병 개수에 따라 증정 선물 또한 달라지는데, 빈 용기 반납 세 개째엔 여행용 샘플 1종, 여섯 개째엔 여행용 샘플 2종, 열 개째엔 립밤, 열다섯 개째엔 150ml 샴푸 한 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강남 신세계백화점 9층 러쉬 매장에 서도 목격된다. 어깨에 멘 에코 백을 카운터에 올리더니 다 쓴 까만 통(러쉬에선 ‘블랙 팟’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섯 개를 꺼내는 여자. 그걸 받은 직원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줬다. ‘분리수거하는 날을 깜박했나?’ 의구심이 들던 찰나, 눈앞에 보이는 러쉬의 보디크림, 정확히 말해 라벨 하단에 적힌 의미심장한 문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러쉬 블랫 팟 5개를 가지고 오시면, 러쉬의 선물을 드립니다!’ “러쉬의 창립자 콘스탄틴 부부는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이로운 ‘착한’ 제품 개발에 힘썼어요. 합리적인 가격,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용기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블랙 팟’은 그렇게 탄생됐죠. 러쉬의 상징이 된 이 검정 용기는 100% 재활용 가능한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제작됐습니다.” 러쉬 홍보 담당자 윤예진의 설명을 듣고 보니, 에코 백을 든 여자는 공병 교환 이벤트에 참여한 알뜰한 소비자임이 분명했다.

메이크업 브랜드 의 재활용 프로젝트는 ‘백 투 맥(Back to M.A.C)’. 뷰티 블로거들 사이에선 ‘B2M’으로 불리는 ‘백 투 맥’의 혜택은? 다 쓴 용기 여섯 개를 모아 매장에 반납하면 맥의 립스틱, 그것도 베스트셀러 20종 중 하나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새 제품으로의 교환 대신 할인 혜택으로 보답하는 브랜드도 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나무 심지로 사랑받는 프리미엄 향초 브랜드 ‘우드윅’이 바로 그 주인공! “일반 화장품 공병에 비해 향초는 부피가 큰 데다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 처치 곤란일 때가 많습니다. 우드윅에선 다 쓴 향초 병을 반납하는 고객에게 3% 추가 할인 혜택을 전합니다.” 또 온라인 회원가입 고객에 한해 10% 할인이 가능하니 공병 반납을 통해 최대 13% 할인 혜택을 노릴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장 제품 증정이나 할인 혜택 대신, 추후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뷰티 포인트로 되돌려주는 적립금 이벤트를 실시한다. 헤라, 설화수, 아모레퍼시픽(AP), 라네즈, 리리코스 등 유명 백화점 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비롯해 이니스프리 전 매장에서 실시하며, 메이크업 제품을 제외한 모든 제품이 해당된다(한 달에 두 번, 하루에 최대 다섯 개까지 반납할 수 있다). 한 번 들를 때 다섯 개씩 모아 한 달에 두 번 반납하기만 해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적립금을 최대 5,000점 확보할 수 있으니 꽤 솔깃한 정보 아닌가?

작년 가을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수분크림 공병을 매장에 반납하면 ‘알파인 베리 워터리 크림’ 대용량 샘플을 증정하는 특별 이벤트를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정품은 아니지만 15일간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샘플 증정이라는 실질적인 혜택과 더불어 브랜드의 친환경 철학을 고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는 이들의 바람은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그린 마케팅’과 함께 현실로 이뤄졌다.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올해도 프리메라는 이 같은 의미 있는 공병 교환 이벤트를 또 한 번 마련할 예정이며, 공병 한 개당 500점을 쌓을 수 있는 적립금 제도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쨌든 이런 쏠쏠한 이벤트를 알고부터, 우리 집 부엌 한쪽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캔, 비닐, 유리, 플라스틱 칸으로 나뉜 분리수거 전용 쓰레기통에 화장품 전용 칸이 추가된 것. 오늘부터 환경도 보호하고, 브랜드의 공병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겸, 다 쓴 화장품 빈 병들을 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모아보자. 연말쯤 푸짐한 선물이 ‘짠’ 하고 등장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