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속 고대 전통과 오지 문화

이번 시즌에 디자이너들은 고대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옷들을 선보이기 위해
오지의 문화와 관습을 참고했다. 이건 패션뿐이 아니다.
미술에서 대안 의학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특별한 여행을 떠난 것처럼 보인다.

리카르도 티시는 본능적으로 쿨한 것을 추구하는 패션의 흐름을 한 벌의 드레스로 표현했다. 손으로 자수를 놓은 시퀸 장식 레이스 드레스는 지방시(Givenchy by Riccardo Tisci), 빈티지 귀고리는 질리안 홀섭(Gillian Horsup), 검정과 파랑 튤 뱅글은 미셸 로위 홀더(Michelle Lowe-Holder), 검정 레진 뱅글은 페블 런던(Pebble London), 밧줄 목걸이는 모두 알리에니나(Alienina), 레그워머는 프라다(Prada), 플렉시 유리 샌들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모든 것은 전혀 의도치 않게 시작됐다. 지난여름 정신없는 <보그> 화보 촬영이 끝났을 때, 드레스룸에서 수다를 떨다가 나는 한 모델에게 그녀가 깊이 신뢰하는 뷰티 제품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는 다양한 눈 밑 컨실러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그러다 그녀는 대단한 음모를 꾸미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진짜 비밀을 알고 싶으세요? 바로 아야화스카(Ayahuasca,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아마존 식물)예요!” 분위기가 바뀌면서 인정하는 듯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겸허히 고개를 끄덕였다. “효능이 정말 놀라워요”라고 카메라 어시스턴트가 열변을 토했다. “딱 한 번만 사용해도 9년간 심리 상담을 받은 효과가 난다니까요. 몸 안의 모든 독소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당신 안의 악마와 싸우게 되고, 자신의 삶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갖게 됩니다.” 게다가 피부도 더 반짝이게 만들어준다.

토착민들이 무의식의 열쇠, 혹은 영혼을 위한 약제로 수세기 동안 사용해왔던 이 성스러운-그러나 대부분 불법인-허브에 대해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다면 토착민들에 대해서는 어떤가? 혹은 영혼에 대해서는? 그동안 내 삶은 무신론과 강박증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단 한 번도 답을 찾기 위해 무의식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 별자리, 타로 카드, 기치료사, 혹은 라이프스타일 구루의 지혜를 구한 적도 없다. 나는 구글을 믿는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한다. 그것이 요가에 대한 무신론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적인 사고, 그리고 목록 작성의 힘을 믿는다.

그러나 무언가 달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영적인 대안 치료를 찾고 있었다. 테라피는 한물갔고 토템이 유행했다. 한 친구는 샤먼 침술사를 깊이 신뢰했고, 또 다른 친구는 데번의 유르트(원형 이동용 텐트)에서 드럼 명상 워크숍에 참가했다. 패셔너블한 젊은이들은 ‘버닝 맨(Burning Man)’으로 알려진, 예술적 실험, 자립, 과격한 자기 표현의 페스티벌을 위해 네바다 사막으로 몰려갔다. 누군가는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에서 알렉산드라 팰리스로 날아온 구루를 포옹하기 위해 주말 내내 줄을 섰다.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아야화스카에 대해 들어봤다.



봄 패션쇼들마저 영적인 깨달음을 경험한 듯 보였다. 준야 와타나베 쇼에서 프린지 저지를 입은 모델들은 땋은 머리를 소용돌이 모양으로 위로 올리고 영화 <Mad Max> 추종자들처럼 민간에서 전승되는 대재앙을 일깨웠다. 연기 나는 자동차들을 배경으로 전통적인 세네갈 사바 드럼 연주가 라이브로 펼쳐지는 가운데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는 아프리카, 인도, 일본의 전통적 요소들을 더한 눈부신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대청(고대인들이 몸과 얼굴을 칠하는 데 쓰던 청색 물감)을 바른 고대 픽트족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사파이어 가면이 등장했다. 릭 오웬스의 ‘사악한’ 여성들은 아주 막강한 스텝 댄서 부족이었다. 최면을 거는 듯한 그들의 발 구르는 소리는 지축을 흔드는 것 같았다. 가장 도시적이고 세련된 프로엔자 스쿨러의 잭 맥콜로와 라자로 헤르난데즈마저 북부 캘리포니아의 전통 디자인-나무, 가죽, 금속, 러그, 그리고 태피스트리 같은 유기적인 재료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우리는 다양한 텍스처의 공존을 탐구했어요”라고 그들은 말했다. 사라 버튼은 알렉산더 맥퀸에서 꾸뛰르 수준으로 해석한, 묵직하게 구슬이 장식된 부족 의상과 예식 드레스에 대해 “뭔가 새로운 것, 개성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디자인을 하면서 제가 사랑하는 것들과 다시 연결되고 싶었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제가 정말 원한 건 테크닉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공예품을 탐구하고 실험하는 것이었죠.”

‘다시 연결되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우리가 관심을 가져온 분야다. 손가락 하나로 수백만 명과 대화가 가능한 기술혁명 이후, 이런 충동이 더욱 강해진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집단적 욕망의 일부일까? 우리 모두는 필사적으로 ‘샤먼’을 찾고 있는가? “분명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부, 즉 자신이 속한 어떤 에너지 장의 일부와 연결된 길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종교에서는 그것을 신이라고 부릅니다”라고 침술사, 카운슬러, 동종요법 의사 겸 샤먼인 웬디 맨디(Wendy Mandy)는 말했다. 그녀가 너무 불안해하기 때문에 그녀의 유명 인사 고객 명단은 밝히지 않겠다. 그녀는 환각적인 허브 대신 ‘딸랑이’를 사용한다.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샤먼은 이승과 저승 사이를 걸어 다니는 사람입니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샤먼은 스스로 왼쪽 뇌는 늦어지고 오른쪽 뇌만 활성화된 상태에 빠뜨림으로써 에너지 장을 볼 수 있죠. 딸랑이를 흔들고 북을 두드리면서 그런 상태에 이릅니다. 당신이 토착민이라면 춤을 출 수도 있고, ‘데르비시(극도의 금욕 생활을 맹세한 이슬람교 집단의 일원)’라면 빙글빙글 돌 수도 있습니다. 혹은 환각제를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 장으로부터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취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돌게 만들죠. 그것이 제가 샤먼이 하는 일을 묘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저는 몸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듭니다.”

그것은 굉장한 주장이다. 그리고 30년 전 맨디가 콜롬비아 부족들로 부터 배운 가르침으로 무장하고 남미에서 돌아왔을 때, 비웃음을 당했던 주장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딸랑이를 꺼내도 아무도 경악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딸랑이를 흔들어 나의 고민을 없앨 수는 없다(적어도 내 마감 전까지는 무리다). 대기자 명단이 엄청나게 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의사라기보다 카운슬러나 테라피스트에 가깝다. “저는 특정 계층의 사람들을 치유합니다. 신체적인 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니까요. 불행하고 감정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유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객 중 상당수가 21세에서 28세 사이 청년들이다. “이런 관심의 폭발은 부분적으로 사람들-특히 젊은이들-이 외적인 가치에서 벗어나 경험하고 싶어 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은 고요해지는 방법, 호흡법, 명상법, 요가 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방법이 그들 주변이 전부 움직이고 있을 때에도 중심으로 돌아가 그 중심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들이 원하는 또 한 가지는 자연과의 연결입니다. 그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거죠. 그들은 페스티벌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땅 위에서 자고 야외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달력 여기저기를 장식하는 야외 행사들의 열기에 대해 말했다. “젊은이들은 왜 자신들이 페스티벌에 매료되는지 깨닫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필사적으로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녀의 방법이 비정통적일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1796년에 낭만주의 운동의 성장을 이해하려고 했던 프리드리히 실러는 이렇게 말했다. “직접적인 경험으로서의 자연이 인간의 삶에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인의 세계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자연의 경험, 그리고 기본과의 재연결. 그것이 이토록 진실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집단 예술 경험의 성장이 지금처럼 예지력 있게 보인 적도 없었다. “세속적인 시대에 우리가 어디에서 예배를 드리는지 알고 싶나요? 바로 ‘테이트 모던’입니다”라고 니사 니시카와(Nissa Nishikawa)는 말했다. 그녀는 <돈키호테> 같은 우아한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데르비시 회전’을 배운 무용수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 세계와의 연결과 삶의 요소들을 향한 찬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는 도시에 사는 여우들을 묘사한 즉석 공연에 나를 초대했다. 그녀와 여성 무용수 다섯 명은 으스스하고 쇳소리 나는 사운드트랙에 맞춰 다양한 여우들의 행동을 선보였다. 슬프게도 나는 그 춤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의도는 이해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럴 것이다. 작년에 <Light Show>의 자외선을 찾아 헤이워드 갤러리로 몰려든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혹은 바비칸 센터의 <Rain Room>을 떠올려보라. 바티칸 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은 물 설치물 아래에서 신을 연기했다. 당신은 테이트 모던에서 올라퍼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의 <The Weather Project>를 즐긴 후 한동안 따듯한 행복의 광채를 느낀 수백만 명 중 한 사람이었나? 아니면 글래스턴베리의 낙원에서 행복을 찾을 생각인가? 나는 모닥불 주변을 신나게 뛰어다니거나 낯선 지하 풍경에 푹 빠진 젊은이들을 찍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들에 가장 공감이 갔다.

한편 연락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후, 나의 받은 편지함에는 엄청난 양의 편지들이 도착했다. 그래서 에너지 장과 차크라(기가 모이는 신체 부위), 심지어 내 전생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해를 위해 읽으라고 권유받은 책들을 받아 적으면서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환각적이다. 에이미 우드러프(Amy Woodruff, 일명 태양의 딸)은 캘리포니아 가족 농장에 있는 원뿔형 천막에서 살기 위해 어떻게 바니스 뉴욕을 그만뒀는지 설명했다. 그녀는 현재 파트너와 ‘원시 기술’을 배우고, 다른 여성들과 가부장적인 주도권을 바로 잡을 수 있는 ‘Spirit Weavers Gathering’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하와이의 총천연색 낙원에서 살고 있다. 연례행사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15분 만에 매진됐고, 전 세계 여성들을 매료시켰다.



나는 런던 첼시에서 활동 중인 사랑스러운 샤먼과 얘기를 나누었다(그녀는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예전에 본드 스트리트를 오가며 옷을 사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코어 샤머니즘’에 빠져 있다. 이것은 북을 두드리는 반복적인 소리를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파워 애니멀’로 도시에 사는 여우와 다리가 하나뿐인 비둘기를 택했다. 나는 패셔너블한 프랑스계 이태리 여성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마리나 부리니를 설득해 성스러운 약초 사용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약초를 사용하면 당신 자신과 여행을 떠나게 되고, 당신의 악마를 만나게 되고, 심리적으로 불편할 때 당신 자신을 몰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은 건 아니에요”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깨끗해진 기분, 몇 달간 지속되는 명료함”을 갖게 해준다.

나는 불법적인 약물을 찾는 성향도 아니고, 더 많은 경험을 원했기 때문에 런던 피츠로비어에서 ‘소리 목욕(Sound Bath)’에 참석했다. 여기에서는 한 남자가 드럼 스틱으로 다양한 용기들을 긁으며 소리를 내는 동안 인조 모피 차림의 샤먼 지망생들이 명상을 하고 몸을 흔들었다. 나는 뷰티 PR 담당자인 앤-루이즈 홀랜드의 벨시츠 파크 집에서 열린 그룹 명상에도 참석했다. 그녀는 주술적인 동종요법에 종사하고 있으며 3시간 동안 참을성 있게 자신이 배운 걸 공개했다. 그리고 우리는 나사(NASA) 무인 우주 탐사선이 2012년 지구 방사선 벨트를 여행할 때 녹음한 소리를 들었다. ‘코러스’로 알려진 그 녹음 소리는 행성이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생각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아주 끔찍했다. 울리는 잡음, 멀리 떨어진 고속도로 소리, 혹은 물속 포효 소리 같았다. 그리고 나는 명상 시간을 축복받은 ‘침묵의 1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행운은 없었다. 대신 우리는 소파에 앉아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의 뇌를 잘라내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여성의 해설이 담긴 치직거리는 CD를 들었다. 그 CD는 우리에게 ‘수레와 픽업트럭’으로 우리 삶의 쓰레기들을 치우는 아름다운 천사들을 상상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아주 혼란스럽고 약간 낙담한 채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모든 자기 성찰과 연결의 시도가 허황되고 자아도취적으로 느껴졌다.

“무슨 말씀인지 100% 이해합니다”라고 브루스 패리(Bruce Parry)는 말했다. 과거 영국 해병대 특공대원이었던 그는 <Tribe>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감독했다. 이 작품을 위해 그는 실제로 여러 토착 부족들과 함께 생활했다. “처음 명상 수행에 초대받았을 때 ‘너무 자아도취적이야, 왜 나는 여기에 앉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내려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가 안 됐어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물론 그 후에 삶을 바꿔놓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의 여행 역시 아야화스카에 의해 자극받은 것이다. 그는 그것이 관객들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으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애써왔다. “저는 토착민들뿐 아니라 신경과 전문의들과 진화 생물 학자들, 많은 현장 이론가들을 만나고 있고, 그것을 합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물질적인 관점에서도 생각하고 있고요.” 패리는 이언 맥길크리스트의 책을 추천했다. 맥길크리스트는 인간 뇌의 연결성을 연구해온 심리학자이자 의사로, 진화와 함께 이성적인 좌뇌가 서서히 직관적인 우뇌를 눌러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는 우리를 깊은 감정적, 심리적 트라우마에 빠뜨렸다.



패리는 아주 설득력 있다. 부족의 원로가 물려준 여러 줄의 팔찌를 찬 약간 나이 든 히피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동안 상대방의 팔을 마사지하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는 설득력 있는 강력한 이론을 제안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려온 시대다’ 같은 주장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금의 분위기는 우리가 서로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영혼으로부터,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극단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점점 분리될수록 우리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무언가를 깊이 갈망하게 됩니다. 요가든, 아야화스카든, 명상이든,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각기 다른 문화에서 만들어졌고, 이런 방법론들은 우리를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다시 연결시키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흥미롭게도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많은 사람들처럼 패리도 우리를 감정적, 신경학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도구들, 즉 스마트폰, 인터넷, 그리고 기술 중독이 우리를 구원해줄 열쇠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페루에서 구글로 샤먼들을 검색할 수 있고,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스카이프로 통화를 할 수 있으며, 그들이 캣워크에 있든 유르트에 있든 자신의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공유하고, 좋아요라고 추천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문제가 아닐까? 이 모든 경험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느꼈던 유일한 시간은 셀린 피팅룸에서 새로 도착한 팬츠를 입어볼 때뿐이었다. 자부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걸 사는 걸 막을 수 없는 그런 만족감이었다. 나는 어떤 태고의 충동에 끌린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성스러운 약초를 사용할 가능성도 적다. 게다가 나는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고, 가상 세계의 끝없는 수다에 빠져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길 위쪽에 극장이 있고, 중앙난방이 되고, 여기저기에 커피숍이 있는 도시에 사는 것이 좋다. 내 악령들을 만나고 환각적인 약초의 영향으로 인생이 바뀔 만한 심오한 계시를 받는 건 생각만 해도 무섭다. 대신 나는 햄스테드 히스 공원으로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갔다. 그날은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다. 그리고 투명한 하늘과 밝은 햇살 아래 런던이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던 날이었다. 강아지는 땅 냄새를 맡고,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고, 나무 그루터기들 사이와 황토색 낙엽 더미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그사이에 내 딸은 노랗게 변해가는 황무지 위에서 쉬지 않고 옆으로 재주를 넘었다. 언덕 높은 곳에서 보니 도시는 아주 멀리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바라보며 폐에 신선한 공기를 가득 채우고 천천히 호흡을 했다. 그 순간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