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콤팩트로 떠오른 쿠션형 파운데이션

언제부턴가 ‘파운데이션 어떤 걸 써?’라는 질문은 살짝 촌스럽게 들리지 않나?
유리병 속에 든 파운데이션의 왕좌를 낚아채고 ‘국민 콤팩트’로 떠오른 쿠션형 파운데이션.
대체 그 매력이 뭐길래?

에피소드 하나. 작년 홍콩 출장에서 만나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는 태국판 <보그> 패션 피처 에디터 첼리사가 얼마 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네가 종종 메이크업을 고칠 때 사용하던 아모레퍼시픽의 촉촉한 콤팩트, 나도 한번 써볼 수 있을까?” 하긴 지난 10월, 홍콩 포시즌스 호텔 1층 카페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 순서를 기다리던 첼리사는 아모레퍼시픽 ‘트리트먼트 CC 쿠션’으로 마무리 터치 업 하던 내게 ‘이 신기한 제품은 대체 뭐냐’며 눈동자를 반짝였다. 에피소드 둘. “혹시 ‘미쿠’ 있어?” “당연하지! 빌려줄까?” 지난 주말 도산공원 근처 카페에서 목격한 20대 중반 여자들은 목이 터져라 ‘미쿠 예찬’에 한창이었다. 여기서 ‘미쿠’란? 쿠션형 파운데이션을 총칭하는 뷰티 신조어 ‘미스트 쿠션’의 줄임말! 에피소드 셋.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뷰티 디렉터 캐시 필립스의 인스타그램에서. 지난 4월, ‘Clever Sponge Foundation’이란 코멘트와 함께 업로드된 이미지는 다름 아닌 헤라의 ‘미스트 쿠션’이었다. 이쯤 되면 눈치챘으려나?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뷰티 시장의 화두가 바로 쿠션 팩트!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선두로 헤라가 대대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뒤를 이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오휘, 다비, 비디비치, 그리고 중저가 브랜드 에스쁘아, 클리오, 라네즈, 이니스프리, 프리메라, 에뛰드하우스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 모든 뷰티 브랜드들이 ‘쿠션 팩트’ 열풍에 동참했다.

도장 찍듯 톡톡 두드려 바르면, 원래 내 피부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피부가 연출되는 쿠션형 파운데이션의 시초는 2008년 3월 첫선을 보인 아이오페의 ‘에어쿠션’. 여름철 자외선 차단제 시장을 겨냥한 시즌 제품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여름엔 특히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에 이르는 ‘3단 레이어링’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법. 한국 여성들의 이런 속내를 파악한 아이오페는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피부 보정 효과에 바르는 즉시 느껴지는 쿨링 효과를 더한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켰다. 초반엔 시즌 한정 제품인 선블록 이미지가 강했지만, 시장에 내놓고 보니(화장품 시장의 혁신은 대부분 이런 매스 시장에서 일어난다), 소비자들이 여름철 BB크림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들의 실제 반응 또한 그랬다. 고객들이 오히려 메이크업 대용품으로 인식한 것. 이런 소비자의 피드백에 착안, 헤라에선 아예 제품 카테고리 자체를 메이크업 제품으로 리포지셔닝한 ‘UV 미스트 쿠션’으로 서울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블록은 스킨케어, BB는 스킨케어의 성격이 강한 메이크업 중간 단계, 즉 다리 역할의 브리지 제품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커버력을 높였고, 자외선 차단 지수를 주요 셀링 포인트가 아닌 ‘특징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헤라가 내세운 마케팅 포인트는? 촉촉한 수분감이 살아 있는 ‘미스트 쿠션 파운데이션’! 이 동그란 팩트엔 한국 여성들이 파운데이션에 바라는 모든 점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피부에 정말 얇게 발리면서도 커버력이 있다는 게 최대 강점입니다. 화장을 수정할 때도 간편하고 쉽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 실장의 설명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브랜드마다 앞세우는 셀링 포인트는 가지각색. 10대들이 선호하는 에뛰드하우스는 울긋불긋한 뾰루지 자국을 감춰줄 묘책으로 컬러 베리에이션(핑크, 피치, 민트)을 넓혔고, 에스쁘아의 6월 신제품 ‘페이스 슬립 누드 쿠션’은 한국 여성들의 피부 톤을 고려한 다섯 가지 컬러로 리뉴얼 출시된다. 헤라와 아이오페의 라인은 좀더 구체적이다. N(내추럴), S(쉬머), C(커버) 중 각자의 니즈에 따라 골라 선택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프리메라, 베리떼는 보습을 앞세웠고, 주로 30대 이상이 선호하는 아이오페, 설화수, 비디비치는 커버력을, 리:엔케이와 다비, 동인비:영은 은은한 광채에 초점을 맞췄다.

홍콩에서 외국 화장품 브랜드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도연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가 예견하는 쿠션 팩트의 미래는 아주 밝다.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시장에 어필하기에도 쿠션형 파운데이션은 아주 제격이라는 것. “광둥 지역을 제외하곤 우리랑 기후도 비슷하고, 또 중국인들은 무엇보다 피부 관리에 있어 보습을 중시합니다. 안티에이징이건 화이트닝이건 보습은 절대로 빠지지 않아요. 중국 뷰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죠. 상하이만 가봐도 한국식 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주 실키한 피부에 눈 화장은 최소한으로, 대신 입술은 아주 생기있게 말이죠. 중국은 화장품이라는 말 대신 반드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을 구분해서 부릅니다. 화장이라는 말은 메이크업, 즉 뭔가를 ‘덧바른다’는 뜻이고, 스킨케어는 ‘보호한다’는 뜻이라는 것. 결국 메이크업을 많이 할수록 피부에 안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에 그들에겐 쿠션형 팩트가 제격이죠. 아주 얇게, 하나만 발라도 화장이 되니까요.”

발라본 사람은 안다. 쿠션형 파운데이션은 파운데이션임에도 절대 매트하지 않고 풍부한 수분감이 매력적이라는 걸(지난 4월 방한한 캐시도 청담동 헤라 부티크에서 ‘미스트 쿠션’을 테스트해보곤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션 팩트가 피부를 위한 ‘절대 반지’가 될 수 없는 건 바로 위생 문제. 대다수 피부과 전문의들은 “요즘 어린 학생들의 잘못된 화장 형태로 지적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쿠션 팩트”라고 지적한다. 파운데이션이 축축하게 묻어 있는 습식 퍼프를 반복 사용하는 것 자체가 세균을 얼굴에 찍어 바르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말씀.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퍼프를 깨끗이 세척하고 쿠션 팩트만큼은 친구들과 나눠 쓰는 뷰티 품앗이를 지양할 것!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 바야흐로 쿠션형 파운데이션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제아무리 100% 유기농법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이라 해도 결국 ‘화장발’ 잘 먹는 게 최고.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피부가 잘 ‘먹고’, 자외선 차단 지수를 갖췄으며, 게다가 시원하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일석 삼조! 피부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참고해 퍼프 위생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올여름 모공 제로의 빛나는 얼굴은 쿠션 팩트 하나로 ‘올 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