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키튼힐

봄여름 패션 거리는 테바와 버켄스탁이 휩쓸었다. 올가을엔 또 어떤 신발이 유행할까?
여자들이 차려입기 좋은 계절. 플랫보다 섹시하며, 스틸레토보다 자유분방한 키튼힐 슈즈가 그 주인공이다!

리본 장식 슈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금색 메탈 장식 굽의 청색 펌프스는 클로에(at Mue), 은색 메리제인 슈즈는 생로랑, 검정 에나멜 메리제인 슈즈는 랄프 로렌 컬렉션. 호피무늬 송치 소재 팬츠는 구찌, 나머지 의상은 모두 프로엔자 스쿨러.

우리 여자들은 지난 봄과 여름을 거치며 이미 슈즈의 혁명과 변화를 경험했다. 마크 제이콥스, 미우치아 프라다, 피비 파일로, 리카르도 티시 같은 슈퍼 디자이너들이 보다 낮은 구두 굽을 선택해 플랫폼이나 하이힐의 위용을 마구 뒤흔들었으니까. 패션 혁명가들이 선택한 버켄스톡이나 테바 같은 스포츠 슈즈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아류작들은 물론 수많은 플랫 샌들이 거리를 장악했다. 특히 마르니풍의 스트랩 샌들(납작하고 두툼한 고무밑창과 넓은 스트랩 두 줄이 발등을 감싸는 디자인으로 수많은 복제품을 낳았다)은 스타일과 실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새 시즌이 찾아왔다. 하강이 있다면 상승 또한 있는 법. 편하다는 이유로 플랫 슈즈를 즐겼던 여자들이 ‘이젠 다시 힐을 신어야 할 때’라며 발레리나처럼 살짝 뒤꿈치를 올리고 있다. 플랫 슈즈 인기가 주춤해진 틈을 타 가을 런웨이에 등장한 건 적당히 높아진 키튼힐(물론 킬힐의 위세도 여전했지만)! 지난 시즌 스포티한 플랫 샌들을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 구찌, 알렉산더 왕은 4cm 높이의 뭉뚝한 힐이 달린 부츠를 준비했다. 클로에는 푹신한 양털이 달린 앵클 스트랩 미디힐, 펜디는 낮고 통통한 굽의 스포티한 레이스업 부츠를 선보였다. 모두 5cm 미만의 굽이었다. 이런 슈즈들은 킬힐처럼 불편하지 않은데다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키를 높여준다.

플랫을 사랑했던 슈즈 디자이너들 역시 높아질 준비를 마쳤다. “이제 어디서든 플랫 슈즈를 볼 수 있어요. 더는 특별하지 않죠.” 슈콤마보니의 디자이너 이보현은 가을 컬렉션에 적당히 굽을 높인 워커와 캐주얼한 스웨이드 슬링백을 추가했다. 한층 젊어진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 슈즈도 같은 맥락이다. “생로랑은 ‘영원한 젊음’을 추구합니다. ‘젊음’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키튼힐이죠.”

생로랑 하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시즌부터 낮은 굽이 등장했는데요, 사실 생로랑 키튼힐의 역사는 50년대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멋 부리기 좋아하는 어린 소녀들을 위해 디자인됐죠. 이번 컬렉션은 60년대 밴드 공연을 보러 다니기 위해 진한 화장에 화려한 키튼힐을 신고 다녔던 10대를 표현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 때 몸을 흔들며 춤을 추려면 키튼힐이 적당하니까요.”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는 플랫 슈즈 애호가다. “글래머러스하고 여성스러워야 해요.” 다만 예전보다 훨씬 섹시해져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젊은 기운이 지배적인 구찌 가을 옷에 매치된 건 키튼힐의 홀스빗 로퍼 부츠! “재키 케네디의 클래식하고 활동적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녀 자신이 워킹맘이 된 뒤부터 편안함을 추구하게 된 것도 낮은 힐이 등장한 배경이라는 것. 물론 지아니니가 제안한 키튼힐 슈즈는 올가을 대유행인 60년대 런던의 ‘고고 무드’를 연출하기에도 제격이다.

키튼힐은 물 빠진 롤업 데님이나 헐렁한 슬라우치 팬츠뿐 아니라 꽃무늬 스커트나 레이스 톱 같은 여성스럽고 섹시한 아이템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미니멀한 의상에도 마찬가지. 앞이 뾰족한 클로에의 심플한 키튼힐이나 페라가모의 앙증맞은 바라 슈즈라면, 젊고 쿨한 레이디라이크 룩을 연출하기에도 그만이다.

디테일에 따라 100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하이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단, 키튼힐을 선택할 땐 체형을 고려해야 한다. 이보현은 굽의 두께를 잘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리가 굵은 편이라면 통통한 굽은 피해야 합니다. 투박한 굽이 다리 라인을 더 둔탁하게 만드니까요. 그럴 땐 앞코가 V 라인으로 빠진 디자인이 좋아요.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