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만점 뷰티 작명소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식 구성은 이제 그만! 외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센스 만점 뷰티 작명소 이야기.

‘Did you ‘ear about Van Gogh?’ 살구색 페인트에 회색을 한두 방울 떨어뜨린 듯한 묘한 색감의 OPI 매니큐어 하단에 적힌 이름을 읽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고흐에 대해 들어봤니?’ 정도겠지만 스펠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뷰티 구루들 사이에 ‘NL H54’란 무미건조한 이름 대신 ‘반 고흐의 귀 색깔’로 통용되는 이유는 ‘듣다’의 ‘Hear’ 대신 귀를 뜻하는 ‘Ear’를 선택한 OPI의 센스에서 비롯됐으니까.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라고 한들 복잡한 단어들의 단순 나열식 구성이라면 절대 기억에 남을 리 없다. 가령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투’는 에스티 로더의 넘버원 베스트셀러지만, 실상은 ‘갈색병’ 세 음절로 불리지 않나. 제품명이 길고 어려워 소비자와 멀어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뷰티 브랜드의 미션은 보다 구체적이고 재치 있는 이름으로 소비자의 뇌리에 콕 박히기! 이를 위해 재치만점 말장난(Word Play), 서로 다른 두 단어의 특별한 결합(Mix Match), 센스와 감성을 두루 갖춘 영화나 노래 제목(Sense&Sensibility) 등이 동원된다. 한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릴 일 없는 뷰티 작명 트렌드를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Word Play

비타민 성분이 함유된 샤워 젤리가 지친 피부를 활력 있게 깨워준다는 부르조아의 11월 신제품 샤워 젤의 이름은 ‘웨이크 미!’ 그렇다면 보습 성분이 듬뿍 들어간 샤워 젤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설마 했던 ‘하이드레이트 미!’가 정답이다. 말장난 하면 뉴욕 태생의 뷰티 브랜드 블리스를 빼놓을 수 없다. 옆구리 군살을 일컫는 ‘러브 핸들’을 집중 관리해주는 복부 슬리밍 젤 ‘더 러브 핸들러’를 비롯해 매끄러운 팔뚝 라인을 되찾아줄 슬리밍 제품 ‘팻 걸 암 캔디’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무척 흥미롭다. “중요한 파티나 공식석상에 팔짱을끼고 가고 싶은 매력적인 이성을 뜻하는 미국 젊은이들의 신조어 ‘암 캔디(Arm Candy)’가 적용됐죠.” 블리스 홍보 담당의 설명은 팔다리 제모 전용 왁싱 제품 ‘포에틱 왁싱 스트립’으로 이어진다. “섬세한 언어 구사력이 돋보이는 한 편의 시처럼, 한 올 한 올 섬세한 제모를 도와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베네피트의 ‘파인원원’은 긴급구조대 911(나인원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마디로 말해 아름다움을 방해하는 모든 긴급 상황을 즉시 해결해준다는 암시!

 

Mix Match

‘훈남’ ‘엄빠’ ‘깜놀’ ‘넘사벽’ 등 단어의 일부분을 줄여 만든 줄임말과 합성어의 매력은 화장품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가령 블리스의 ‘패뷸립스 글로시 밤’은 미국식 표현으로 ‘멋지다’는 의미의 ‘패뷸러스(Fabulous)’에 입술을 뜻하는 영어 단어 ‘립(Lip)’을 결합한 재치만점의 합성어. 메이크업 브랜드 맥의 립스틱 명칭도 알고 보면 참 재미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핫 핑크색 립스틱 ‘캔디 얌얌’. “사탕처럼 달콤한 네온 핑크 색상이랍니다. 이름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얌얌’ 소리가 더해졌죠.” 맥 홍보 담당의 설명이다. 레드 립스틱의 대명사 ‘루비 우’는 붉은 보석의 대명사 루비를 입에 물고 입술을 쭉 내민 듯한 형상! 에스티 로더가 한국 여성들의 피부 톤을 고려해 만든 핑크 립스틱의 색상명은? ‘아리랑 핑크’! 오리진스의 수분 크림 ‘진징’은 인삼의 ‘진생’ 앞 글자와 둥근 쟁반 모양의 놋쇠 악기, 징을 칠 때 나는 의성어의 합성어다. “크림의 주성분인 인삼 추출물이 지친 피부에 활력을 더해준다는 의미죠.” 오리진스 홍보팀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베네피트 ‘더 포어페셔널’은 모공(Pore)과 전문가(Professional)의 합성어. 크고 작은 모공을 확실히 메워주는 능력을 네이밍을 통해 강조했다. 또 시세이도의 신제품 ‘얼티뮨 파워 인퓨징 컨센트레이트’의 ‘얼티뮨’은 궁극의(Ultimate), 면역성(Immune)이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Sense & Sensibility

21세기형 마케팅 기법으로 떠오른 감성 자극 또한 빠질 수 없는 네이밍 키워드다. ‘병 안에 든 희망’을 뜻하는 필로소피의 베스트셀러 ‘호프 인 어 자’는 화장품을 바르면서 보다 어려지길 원하는 2030 여성들의 희망사항을 이름으로 풀어냈고, 시슬리 ‘올 데이 올 이어’는 하루 종일, 1년 내내 피부를 보호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리진스 ‘피스 오브 마인드’는 스트레스 받은 심신을 다독여줄 아로마테라피 제품. 또 샤넬 ‘루쥬 코코 립스틱’ 라인 중 ‘깡봉’은 샤넬 최초의 부티크가 자리한 깡봉 거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동명의 핸드백(린느 깡봉)이 있을 정도로 남다른 의미를 지녔다. 한편, 토리 버치 뷰티 라인은 토리 버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뺨과 입술을 핑크빛으로 물들여줄 ‘캣츠 미아우’는 평소 토리가 즐겨 쓰는 구어체 표현으로, ‘아주 멋진 것’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네일 아티스트 데보라 립만은 팝스타의 곡명을 인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굵은 입자 펄이 가득한 글리터 라인 중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붐 붐 파우’ ‘스트롱거’는 각각 비틀즈, 블랙 아이드 피스, 켈리 클락슨의 노래 제목을 따라 붙였으며, ‘스트롱거’는 2013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그녀가 실제로 바르고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제품이다. 그렇다면 루이 비통, 알렉산더 맥퀸, 마놀로 블라닉 등 온갖 명품 브랜드들이 등장하는 레이디 가가의 히트곡 ‘패션’에서 영감을 얻은 매니큐어의 컬러는? “난 너의 마네킹이니 멋지게 꾸며줘!”란 도입부와 아주 잘 어울리는 누드 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