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이 너무해

손끝이 빨갛게 부어오르는 패혈증부터 무시무시한 에이즈 바이러스까지.
이 모든 일이 핑크빛 네일 살롱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믿겠는가?
스트레스로 가득한 우리 여자들의 사랑방이자 해우소인 그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손톱 관리 도구의 공유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일도 있는 요즘, 서울 번화가에 위치한 네일 살롱들의 위생 실태는? 큐티클 관리에 쓰이는 기본 도구인 니퍼와 푸셔 소독은 항균 스프레이 분사로 끝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이마저도 흔치 않으며 물티슈로 대충 닦아내는 게 현실. 하지만 ‘항균’의 사전적 의미는 세균을 없애주는 게 아니라 세균의 침입을 막아준다는 쪽에 가깝지 않나.

“세균을 완벽하게 없애준다면 라벨지에 ‘살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겠죠. 항균이라는 말만 듣고 안심하긴 일러요.” 모 네일리스트도 얼마 전 유명 네일숍에서 뒤통수를 맞았음을 고백했다. “네일 잘 하기로 소문난 곳에서 페디큐어 관리 받다 발톱 무좀을 옮아왔지 뭐예요. 유명세에 비해 위생 상태가 빵점이었거든요. 아무리 실력 좋고 인테리어 잘 해놔도 도구 세척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항균 스프레이에 의존하는 숍들이 많습니다.” 항균 스프레이가 위생 관리의 끝인 국내 네일 살롱의 현주소, 지금이라도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열흘에 한 번 꼴로 네일 케어를 받아온 지 올해로 10년 차지만 네일 도구의 살균 과정을 알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팔팔 끓인 물에 철제 도구들을 넣고 약 10분 후에 꺼내 실온에서 바싹 말린 다음 다시 한번 소독제를 붓고 그 안에 기구들을 넣습니다. 세균을 없애려면 족히 한 시간은 끓이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씻어내고 자외선 소독기에 넣어 보관합니다.” 유니스텔라 박은경 실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30~4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예약 손님을 받는 문전성시 가게에선 감히 상상도 못할 일. 하지만 문제는 니퍼의 위생 관리가 세균 감염으로 인한 각종 질병과 직결된다는 것!

특히 ‘손톱 전용 가위’로 불리는 니퍼는 큐티클을 제거할 때 가장 핵심적인 도구이자 조금만 방심해도 살이 뜯겨 피를 보게 되는 위험천만한 도구다. “니퍼로 큐티클을 정리하다 보면 손톱과 큐티클 사이로 틈이 벌어지는데 이 상태로 계속 니퍼를 쓴다거나 굳은살 제거를 위해 파일링을 하면 미세한 공간으로 세균이 들어가 손톱 주위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생기면서 고름이 차기도 합니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면 패혈증으로 이어진다니 따져보면 네일 도구를 통한 에이즈 감염은 이제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니퍼처럼 날카롭진 않지만 푸셔도 위험한 도구인 건 마찬가지. 특히 요즘 유행하는 젤 네일을 제거할 때 푸셔로 손톱 표면을 긁다 보면 손톱이 피부와 분리되거나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조갑박리증을 피할 수 없다. 일일 근무 시간이 철저하게 정해져 있는 유럽에선 하루 최대 시술 인원을 정해 딱 그만큼의 니퍼와 푸셔를 제대로 멸균처리 한 뒤 사용하고 재활용은 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평균 100여 명이 오가는 여성 전용 사랑방으로 위생 관리에 조금만 소홀해도 전염병 밀집 지대가 되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세균에 민감한 일본에선 살균 소독 이후의 세균 침입을 막아줄 밀봉 포장재 사용을 비롯, 손톱 관리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의 일회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선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을까? 유니스텔라에선 전동 드릴을 이용한 큐티클 제거 기술을 도입해 도구 사용으로 인한 세균 감염 위험에 맞서고 있다. “아무리 숙련된 전문가도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도구라 니퍼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어요. 전동 드릴은 거스러미를 뜯지 않고 갈아 내는 방식이라 웬만해선 상처 날 일이 없죠.”

반디네일은 샌딩 파일, 우드 파일, 큐티클 소프트너, 우드 스틱 등 손발톱 관리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세트 구성한 파우치를 선보이며 나만의 네일 키트 사용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개인도구가 위생적이라는 건 잘 알지만 왠지 돈 아깝다는 생각에 매번 구입을 미뤄왔다면 이젠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겠다. 네일 전문가들은 손톱 관리 도구의 공유를 일컬어 처음 보는 사람과 칫솔을 나눠 쓰는 격이라 말한다. 이 기사를 읽고도 개인 키트 구입은 여전히 네일숍의 상술이자 ‘돈 낭비’라며 손사래 칠 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