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5 F/W 런던 패션 위크 4

 Christopher Kane

크리스토퍼 케인이 지난주에 마운트 스트리트에 새로 연 매장에서 직원들은 의기양양할 만 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케인의2015년 겨울 컬렉션은 시장성 높은 보석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번 컬렉션에는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의상도, 사고 싶은 의상도 많았다. 붉은 색 벨벳으로 트리밍 된 단정한 리틀 블랙 드레스가 쇼의 시작을 알렸고, 시폰 위에 줄무늬가 들어간 칵테일드레스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나서 스커트 위에 몸에 착 달라붙은 스웨터를 입은 모델들이 나왔다. 스웨터 위에는 마치 인체소묘수업에서 가져온 듯한 스케치가 그려져 있었고, 한치의 음란함도 없으면서도 관능적이었다.

“패션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의 사랑과 예술을 다뤘습니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자신의 작품들이 모두 드로잉에서 시작됐으며 “내 느낌을 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쇼의 막바지에서 패브릭 위의 드로잉은 여성의 신체를 따라 섬세한 곡선을 이뤘고 모델들은 마치 비단드레스를 입은 것 같았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케인은 “뭔가 섹시하지만 그로테스크하지 않도록” 하는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케인이 “애인의 레이스(lover’s lace)”라고 설명한 것을 떠올리고 이전의 컬렉션들에 비추어 그 의미를 고민해보았다.

과거에는 플라스틱 테이프와 기름을 먹인 투명한 패브릭으로 만든 슬립을 비롯해 삐딱하고 불편한 의상을 만들어냈었다. 이번 시즌에는 란제리 스타일의 프릴이 달린 핸드백처럼 독특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 가방은 런웨이에 계속 올랐고, 프릴들은 아슬아슬한 하이힐이나 다이내믹한 플랫슈즈에도 들어갔다.

케인은 심사숙고 끝에 그저 예쁘고 심플하게 보이는 것보다 한 차원 더 나아간 작품들을 내놓았다. 케인은 버클을 철커덕 채워서 “섹시함”을 제자리에 끼워 넣고는, “관능이 과학에 맞서 행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면에서, 지금까지 그가 분명히 보여주었던 강한 감정들이 이번 시즌에 와서 섬세히 다뤄졌다는 점에서 칭찬을 보내고 싶다. 그리하여 고객들은 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싶을 것이며, 그러면서도 고객들은 크리스토퍼 케인 만의 상상력이 자신들의 구매욕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케인은 이 쇼를 이번 주 초에 타계한 자신의 어머니 크리스틴에게 바쳤다.

Burberry

버버리 쇼에서 연주된 라이브 음악에서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마지막 주자로 선택한 클레어 맥과이어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원래 1960년대 더 셔를즈(The Shirelles)가 불렀던 이 노래는 오늘날 패션디자이너의 삶이 어떠한가에 관한 구슬픈 인상을 자아냈다.

다음 옷! 다음 옷! 다음 옷! 마구 찍어낸 옷들의 순수한 양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중 어느 하나도 진정한 승자가 없었다.

이번 버버리 쇼에는 좋은 점들이 참 많았다. 풍부한 색감, 소재를 층층이 쌓은 효과, 자수가 들어간 가죽부츠를 만들어낸 장인정신과 즐겁게 흔들리는 프린지들. 모두 70년대에서 건너온 럭셔리 히피 풍이었지만,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70년대라뇨,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데요.”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곤혹스러워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각기 다른 수공예품들을 가지고 옷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였어요. 더럼에서 가져온 아름다운 퀼트라던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잘난 디지털 세상에서 손으로 만든 것들 말이죠.”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베일리는 라이브 스크리닝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버버리를 하이테크 세상으로 데려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심지어 고객들은 쇼가 진행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 옷을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쇼는 완고하게 70년대에 갇힌, 70년대 스타일의 파생물이었다.

물론 프린지 달린 옷과 블랭킷 숄은 히피들이 두르던 오리지널 버전보다는 훨씬 고급스러웠다. 허니진저색의 퍼 코트와 판초, 그리고 긴 프린지가 달린 가방들은 중고매장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소재는 인도에서 건너온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보헤미안 패턴의 꽃무늬 드레스들은 화려했고, 앞섶을 컷아웃한 보디스는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버버리라는 브랜드는 근본적으로 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테일러드 밀리터리 룩과 그 유명한 트렌치코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뜨 보헤미안은 버버리의 과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일리는 “영감을 준” 서로 다른 문화들을 조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말한다. 그러나 아마도 베일리는 버버리 자체에 대해서는 잠시 잊었나 보다.

 

Erdem

에르뎀의 런웨이 근처에 설치된 작은 방들은 책을 읽고 타자기를 쓰는 누군가를 위한 개인적 공간으로 꾸며졌다. 나는 이 인테리어들이 지난 해 가을에 열린 런던 프리즈 마스터즈에서 본 설치물이란 걸 깨달았다. 헬리 나마드 갤러리 소속으로 제품 디자이너인 로빈 브라운이 만든 작품이다.

백스테이지에서 에르뎀은 더 많은 걸 이야기했다. 그는 비스콘티 감독의 <보카치오 70>에 나온 로미 슈나이더,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에서의 킴 노박, 그리고 비스콘티 감독의 <산드라>에 등장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등 역사상 패셔너블한 영화주인공들에게 사로잡혔다고 설명했다

에르뎀은 앞서 얘기한 영화의 시대로부터 오늘날의 누군가가 옷을 골라내어 새로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에 매료된 것이다.

나는 이 새 단장한 중고할인매장에 대해 약간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잘라내고 덧붙여 살랑거리는 깃털들로 마무리 지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보기 전까지만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실크에서 짙은 색 벨벳으로 마치 영화처럼 변하는 드레스였다. 이 드레스에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 마법이 시작되는 건지 알려주는 솔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난 몇 시즌 동안 에르뎀은 패셔너블한 상류층 고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듯 보이는 드레스로부터 탈피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미 지난 시즌에 빅토리아풍 온실에서 화초들을 다룬 컬렉션으로 모험을 한 바 있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에르뎀은 창조적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으며 그 결과 그저 바느질로서가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서 이 아름다운 드레스들을 만들어냈다.

 

Roksanda Ilincic

원색적인 컬러블록과 소용돌이 문양의 스커트, 길고 풍성한 장모의 퍼 – 록산다 일리칙의 컬렉션은 그녀만의 페르소나보다 더 과장되어 보였다.

그리고 넓은 스포츠 스타디움 안에 솟아오른 무대와 그 밑에서 뻗어 나오는 조명은 그러한 그녀의 컬렉션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록산다가 혼자만의 상상으로 디자인을 내놓는 거라면, 그녀는 어색한 형태와 과장된 구조를 만들어낸 초창기부터 기나긴 길을 걸어온 셈이다. 록산다의 2015년 가을 컬렉션은 과감하고 발랄했으나 특히나 종아리 중간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넓은 벨트로 졸라맨 코트는 실용적이고 웨어러블했다.

이 디자이너의 진정한 장점은 확신이다. 재단과 형태, 그리고 특히나 처음부터 그녀의 강점이었던 색감에서 이 장점은 발휘된다.

그녀는 녹색과 특별한 겨자노란색, 그리고 오렌지 빛이 감도는 핑크를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특기들이 집약되어 토피 브라운과 포도빛 보라색, 그리고 로얄블루의 퍼, 오렌지색 탑 위에 덧입은 심플한 초록색 타바드(tabard, 소매 없는 외투)가 탄생했고, 고객들은 록산다의 영혼이 담긴 의상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나 록산다의 옷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분명 그녀 자신을 위해 디자인된 옷들이다. 그러나 이 옷들은 정말로 멋들어져서 궁서체로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English Ver.

 

Suzy Menkes at London Fashion Week: Day Four

Christopher Kane: Drawings of Desire

In the brand new store that Christopher Kane opened last week on Mount Street, the staff must be exultant. For the collection that the designer sent out for Winter 2015 was full of saleable treasures.

There was a lot to both love and to buy, from the neat little black and red velvet-trimmed tailoring that opened the show, through to the cocktail dresses with stripes on chiffon. Then came fitted sweaters worn over skirts with sketches, as if taken from a life drawing class. It was sensual – without a stitch of vulgarity.

“It’s about love and art in life as well as in fashion,” said the designer, who explained that all his work comes from drawing and “ultimately reflects how I feel”.

By the end of the show, when the drawings on fabric of female bodies formed subtle curves – almost as if they were wrapped around silken dresses – the designer seemed to have reached his goal of “something sexual but not grotesque”.

I thought about what he described as “lover’s lace”, and considered it in the context of previous Kane collections.

The effects in the past have been more perverse and discomforting, including slips of plastic tape and oily, transparent fabrics. The new season’s inventions got about as kinky as a handbag with a lingerie frill. That appeared repeatedly on the runway, and the frills also came on shoes, high-heeled and wobbly, or flat and dynamic.

Kane’s deep thinking brought a further dimension to what looked like pretty, simple clothes. The designer said that the “sensual was played out against the scientific”, in the form of buckles that push, clunk-click, “sexually” into place.

It is, in a way, a compliment to the designer that the strong feelings he had previously shown in a more obvious way were so delicately handled here. And it will make shopping at his new store desirable – without customers knowing how deep into his own imagination runs that desire.

Kane devoted the show to his mother Christine, who died early this week.

 

Burberry: Art and Crafts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belted out Claire Maguire, the latest choice from Christopher Bailey for the live music at the Burberry show.

The song, originally sung by The Shirelles back in the Sixties, strikes a poignant note about what it is like to be a fashion designer today.

Next! Next! Next! The sheer volume of looks to churn out is overwhelming. And not each one can be a winner.

So many things were good about this Burberry show: the rich colours, the layers of textile effects, the craftsmanship of embroidered leather boots, the jollity of swinging fringe.

It all came out very hippie luxe from the Seventies, although not to Christopher.

“The Seventies, I didn’t think that,” he said with a puzzled frown. “It was about the idea of working on different crafts, beautiful quilts from Durham, handcraft in this wonderful digital world we work in.”

And it’s true, Bailey has tried very hard to bring Burberry into the hi-tech world, with live screenings, social media and so much more. You can even buy clothes online straight off the show.

But to my eyes, this collection was obstinately stuck in and derivative of Seventies style…

Yes, the fringing and the blanket shawls were far more upscale than the originals gathered on the hippie trail. The honey-ginger fur coat, the ponchos and the bags with long fringing were nothing to do with thrift-shop finds. The mirror textiles did not look as if they had been imported from India.

Floral dresses in Bohemian patterns were glam, even risqué, when a bodice was cut out in a swoop at the front.

But Burberry, the brand, originally took quite a different route: tailored military clothes and that famous trench coat of which there was not a whisper of a memory here. Haute Bohemia was never part of its history.

Bailey said he found the idea of blending different cultures “inspiring”. But maybe he forgot Burberry’s own.

 

Erdem: Remaking the Imagination

The little rooms adjacent to the Erdem runway were done up like private spaces, home to someone who reads books and still uses a typewriter.

I recognised these interiors from an installation at London’s Frieze Masters last autumn – a commission by the Helly Nahmad Gallery, created by production designer Robin Brown.

Backstage, Erdem explained so much more: his fascination with fashionable film figures from history – Romy Schneider in Visconti ‘s Boccaccio ’70, Kim Novak in Hitchcock’s Vertigo, and Claudia Cardinale in Visconti’s Sandra.

The designer was fascinated by the idea that a person today might take apart clothes from the era of these films and remake them.

This thrift shop makeover seemed a dubious proposition, until I saw the eerily beautiful dresses, cut and pasted and finished off with whispers of feathers.

A stand-out dress seemed to move film-like from silk to burnt-out velvet, without even a seam to show where and how the magic began.

For the last couple of seasons Erdem has pushed himself, moving away from dresses that seemed destined for a fashionable, upper-crust customer.

Already last season he challenged that with a collection devoted to the plants in a Victorian conservatory.

This collection was a further step forward for his creativity, resulting in these beautiful clothes, remade not just with a sewing basket, but in the imagination.

 

Roksanda Ilincic: Making Colours Her Own

Blocks of vivid colour, swirling skirts, deep-pile fur – Roksanda Ilincic’s collection, like her own persona, seemed larger than life.

And this was even more the case with her show on a raised platform in a vast sports stadium, light glowing underneath.

But if Roksanda designs in her own image, she has come a long way since the early days of awkward shapes and exaggerated sculpting. Her Autumn 2015 collection was bold and bright, but the coats especially – mid-calf and cinched with a wide belt – were both practical and wearable.

The real strength of this designer is a sense of certainty – about cut, shape and especially colour, which has been her forte from the get-go.

Shades of green, a particular mustard yellow and pink with an orange tinge – she has made them her own. Put all her specialties together, say, a fur in toffee brown, grape purple and royal blue, or a simple green tabard over an orange top, and you get pieces stamped with the spirit of the designer.

The clothes are not for everyone, and are definitely designed for Roksanda herself. But they cut a dash that is appealing to any lover of Fashion with a capital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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