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과 근육질 친구들 2

말라깽이 올리브는 이제 초강력 몸매를 자랑하는 모델이 됐고,
어릴 적 단짝 친구 뽀빠이와 브루투스, 윔피는 근육질 보디빌더가 됐다.
올리브를 쏙 빼닮은 한혜진의 체력 단련실에 초대된 멋진 친구들.

올해 초, 어느 TV 채널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모델 한혜진의 냉장고 속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적이 있다. ‘절식보다 개선식’이라는 명쾌한 신념을 바탕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엄선해 채운 냉장고와 그녀가 직접 공개한 레시피들이 화제였다. 푹 삶아 후추로만 간을 한 돼지고기 앞다리살, 흰쌀 대신 현미, 검은 콩, 퀴노아를 섞은 잡곡밥, 칼집을 내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는 곤약, 탄산음료 대신 오미자 원액에 탄산수를 더한 음료 등등. 그중 온라인을 후끈하게 달군 건 한혜진식 라면 레시피(라면은 절반만 넣고 채소를 듬뿍 넣어 달걀흰자만 풀어 먹는 것)! 팬들로부터 “역시, 톱 모델은 다르다!”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최근 <마녀사냥> <에브리바디>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종횡무진 누비며 특유의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으로 활약 중인 한혜진. 벌써 16년 차 모델이지만, 종마처럼 늘씬한 8등신의 탄력 있는 몸매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니, 디즈니 만화 <뽀빠이와 올리브>를 주제로 한 <보그> 화보 촬영장에서 직접 본 그녀의 몸매는 정말 끝내줬다! 체지방이라곤 단 1g도 찾아볼 수 없는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배와 등, 날렵한 잔근육이 고루 자리 잡은 긴 팔다리, ‘엉뽕’을 착용한 듯 탄력 넘치는 엉덩이까지! 그저 날씬하기만 한 게 아닌, ‘건강’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완벽한 몸매였다. 그런 그녀가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아 책을 낸다고 했을 때 궁금할 수밖에. “작년이 모델 데뷔 15주년이었어요. 스스로 기념할 만한 작업을 하고 싶었죠. 사진전도 고려해봤지만 늘 하던 일이 아닌, 뭔가 새로운 도전을 원했어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7시간 가까운 화보 촬영의 대장정이 끝난 후, 한혜진은 출간을 앞둔 <한혜진처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열일곱 살 때부터의 모델 활동을 총정리할 책을 쓰기로 결심했죠. 지난 7월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일정이 조금 늦어져 5월 말 출간 예정입니다.” 35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은 모두 그녀가 직접 기록했다. 말 그대로 ‘반평생’을 모델로 살아오며 겪고 느낀 점을 담았기에 누구의 도움 없이 만들고 싶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해 가능했던 작업이다(해외 무대에서 활동할 무렵 방영된 다큐멘터리 속엔 그녀의 뉴욕 아파트 한구석에 한국 소설책이 가득 쌓인 장면이 나온다).

<한혜진처럼>은 그녀가 모델로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운동, 식이요법, 자기 관리 등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여자의 몸에 관한 책이죠. 15년간 자연스럽게 터득한 노하우들을 고스란히 담았어요.” 가령 일주일에 3번 PT를 받지만 스케줄이 바빠 피트니스 센터에 가지 못할 경우엔 일상에서 칼로리 소모 방법을 찾는 내용이 꼼꼼히 기록돼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 19층까지 걸어 올라가거나 집에서 공복에 실내 자전거를 1시간 타는 것 등등. 매일 스쿼트(엉덩이를 쭉 내밀고 무릎 높이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는 동작) 100개씩 하는 것 역시 그녀만의 규칙이다. “여자에게 중요한 건 가슴보다 ‘힙’이라고 생각해요. 엉덩이가 납작하면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죠. 예쁜 엉덩이를 위해 스쿼트는 필수예요.” 또 방송에서도 화제를 모은 탄탄한 복근은 코어 운동의 대명사 플랭크(Plank), 혹은 시저스 킥(Scissors Kick), 짐볼에 기댄 채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싯업 짐볼(Sit-up Gymball) 등을 꾸준히 한 결과다.

한편 촬영장에서는 칼로리 높은 음식 대신 직접 만든 단백질 스무디(식물성 단백질 파우더와 달걀흰자, 블루베리, 코코넛워터, 치아시드를 넣은 것)를 먹을 만큼 일상에 녹아 든 건강 음료 레시피들도 눈길을 끈다. 바나나 · 블루베리 · 아몬드 오일, 혹은 셀러리 · 적양 · 배추 · 딸기 · 아몬드 오일 · 치아시드 등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함께 갈아 운동 1시간 전이나 저녁 식사 전 공복에 마신다. “대단히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건 아니에요. 생각나는 재료들을 넣고 갈아 마시죠. 섬유질이 많은 식재료들을 한 번에 마시니 포만감이 느껴지는 건 물론 건강에도 좋을 수밖에요.”

그렇다면 운동과 식이요법 중 한혜진이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누구는 운동이 식이요법보다 중요하다 여기고, 또 누구는 다이어트의 9할이 식단이라고 하는데, 저는 정확히 50:50이라고 봐요. 먹는 양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에요. 안 먹으면 살이 빠지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뭔가를 차단해 발생한 효과는 차단이 끝나면 바로 원상복귀 될 수밖에 없어요. 다시 먹기 시작하면 다시 찌는 거죠. 물론 식이요법이 중요한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식이요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 비해 탄력이 떨어져요. 같은 신장에 같은 체중이라도 보디라인이 다르겠죠. 당연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해답은 아주 간단해요. 다만 사람들은 누군가가 확실히 말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한혜진처럼 되길 원하는 여자들에게 그녀의 실용적인 조언들은 일상에서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그러나 <한혜진처럼>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운동법이나 레시피는 온라인에서 수천, 수만 가지 검색이 가능합니다. 물론 모델로 일하며 터득한 저만의 노하우도 있긴 하지만, 다이어트 실용서라기보다 다이어트 심리서 같은 책을 쓰고 싶었어요.” 한혜진을 ‘언니’로 부르며 그녀의 조언에 귀 기울일 어린 팬들에게 그녀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건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모델은 특별한 기술이나 규칙, 혹은 교육 과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타고난 몸에 대해 평가받는 직업이에요. 가령 무용수의 경우 오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난이도 높은 동작을 할 능력을 기르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평가받게 되죠. 하지만 모델은 오직 자기 몸으로 평가를 받기에 스스로 몸에 대해 책임져야 합니다.”

그녀는 최근 모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비슷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전한다. 모델이 아닌데도 많은 여자들이 외모로 평가받고 상처받고 있다는 것. 책을 통해 그녀는 상처받지 말고 견뎌내라고 격려한다(때론 부드럽게 달래거나, 때론 독한 말로 충격요법을 쓰거나, 때론 응원하거나). “비슷한 상처를 받았던 옆집 언니의 입장에서 ‘나도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신이 내린 완벽한 몸매를 지닌 그녀가 늘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치여 사는 여자들의 마음을 어쩌면 이토록 섬세하게 이해하는 걸까? “일단 모델로서 삶을 살기로 한 이상 절대 살이 찌면 안 되죠. 고백하자면 열일곱 살에 데뷔 후 10년 동안 전혀 관리하지 않았는데도 살이 찌지 않았어요. 그런데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타고난 줄 알았던 제 몸이 나이가 들자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딱 스물 여덟 살 때부터였죠. 그때부터 몸에 대해 공부하고 식단 조절과 운동을 체계적으로 병행하기 시작했어요. 살이 찌지 않았다면 운동을 열심히 안 했을 거예요.”

결과적으로 한혜진은 모델 초기보다 현재 훨씬 더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지니게 됐다. 그리고 아름다운 몸에 관한 그녀의 생각은 어느 대목보다 인상적이다. “하루 24시간 중 거울을 보며 자기 몸에 집중하는 시간은 무척 짧은데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간은 너무 긴 것이 문제예요. 사람마다 지닌 몸의 장단점이 모두 다른데, 자신의 장점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늘 타인의 몸을 기준으로 자기 몸을 평가하죠. 그런 시선과 방식으로는 결코 아름다운 몸을 만들 수 없어요.” 그녀는 키가 작거나 조금 통통해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자기 몸을 관찰해 어디가 예쁘고 또 어디가 불만스러운지 찾는 것. 아울러 적절한 운동으로 장점은 더욱 살리고 단점은 수정하는 것.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 마음의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어요. 누가 뭐라고 하든 심지가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굳게 다잡아야 하죠. 그게 바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비결이에요.”

광고 촬영부터 방송가의 러브콜, 그리고 변함없는 패션지 화보 촬영까지 쉴 틈 없이 바쁜 그녀지만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그녀의 올해 목표다. “지난해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꼭 제대로 완주하고 싶어요!” 또 5년 전부터 산티아고 여행을 꿈꿨기에, 이번에는 한 달쯤 여유를 갖고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 에세이를 쓸 생각이다. 이토록 에너제틱한 그녀가 노출의 계절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를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운동화를 준비하세요. 멋진 운동복을 챙겨 입거나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편한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선 햇빛을 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긍정의 에너지가 마구 솟아오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