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뷰티의 이중생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색다른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는 뷰티 월드에 팔방미인이 등장했다.
본래 기능에 충실하되 플러스 알파의 잠재력을 지닌 미스 뷰티의 이중 생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베네피트 ‘메이저렛’, 이니스프리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 20’s 팩토리 ‘스파이시 립 피그먼트’, 오엠 ‘페이스 토닉 밤’, 비디비치 ‘루즈 엑셀랑스 쉬어’, 러쉬 ‘더티 보디 스프레이’, 아카카파 ‘그린 만다린 바디 워터’, 프레쉬 ‘오벌솝’.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베네피트 ‘메이저렛’, 이니스프리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 20’s 팩토리 ‘스파이시 립 피그먼트’, 오엠 ‘페이스 토닉 밤’, 비디비치 ‘루즈 엑셀랑스 쉬어’, 러쉬 ‘더티 보디 스프레이’, 아카카파 ‘그린 만다린 바디 워터’, 프레쉬 ‘오벌솝’.

황사와 미세먼지 공습으로 가벼운 외출조차 꺼려지는 요즘. 창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없으니 공기청정기로 환기를 대신하지만 매캐한 집안 공기는 도통 가시질 않는다. 큰맘 먹고 구입한 디퓨저를 개시하고 아껴뒀던 향초에 불을 붙여도 아랑곳 않던 꿉꿉한 집안 분위기를 한 방에 날려준 건 러쉬의 ‘더티’. 분무기처럼 생긴 검정 스프레이의 정체는 샤워 후 몸에 사용하는 보디 향수지만 서른 평생 이것만큼 효과적인 방향제는 못 봤다. 공간마다 손잡이를 딱 네 번씩만 움켜쥐었다 펴주면 정체불명 냄새로 가득한 온 집안 공기가 러쉬 매장처럼 싱그러워지니, 안방 침대 머리맡 사이드 테이블엔 늘 ‘더티’가 자리한다. 이렇듯 본래 역할 못지않은 숨겨진 기능으로 더욱 사랑받는 제품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월 말 런던 컬렉션 취재 차 들른 안야 힌드마치 쇼 백스테이지에서 포착된 장면 하나. 톱 모델 제시카 스탬의 눈썹을 매만지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가 낮은 목소리로 ‘스크류 브러시’를 중얼거리자 바로 옆에서 있던 어시스턴트가 대뜸 톱니바퀴 모양 브러시를 향해 로레알 파리의 헤어 스프레이(에르네뜨)를 뿌려대는 것이 아닌가! 헤어 고정용 스프레이를 머리카락이 아닌 메이크업 브러시에 사용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발 갈란드는 이렇게 답했다. “전 투명 마스카라를 쓰지 않아요. 눈썹 고정용으론 이게 최고거든요. 경험에서 비롯된 비법이죠!” 맥 프로팀 메이크업 파우치에 ‘에르네뜨’ 스프레이가 한 병씩 꽂혀 있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다시 방향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러쉬의 ‘더티’ 못지않게 홈 프래그런스로 각광받는 제품으론 프레쉬의 ‘오벌 솝’을 빼놓을 수 없다. 비록 ‘더티’처럼 강력한 한 방은 없지만 속옷 서랍이나 붙박이장에 넣어두면 문을 열 때마다 퍼지는 은은한 과일 향기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비누를 감싸는 포장지마저 아름다워 집들이 선물로도 센스 만점! 같은 맥락으로 아카카파 ‘그린 만다린 바디 워터’도 룸 스프레이로 인기 만점이다. 직접 맡아보니 귤 껍질을 깔 때 날 법한 상큼한 향이라 쾌적함이 생명인 욕실 방향제로도 손색없다. 아침저녁 머리 감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샴푸의 재발견도 흥미롭다. 비욘드 ‘프로페셔널 디펜스 샴푸’는 지성 두피를 위한 기능성 샴푸지만 새콤달콤한 블루베리 향기에 대한 입 소문이 퍼지면서 이젠 ‘퍼퓸 샴푸’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엠 ‘페이스 토닉 밤’은 얼굴 피부를 위한 페이스 밤으로 출시됐지만 쓰다보니 립밤으로 더 만족스러운 효과를 맛봤다. 완두콩 반쪽만큼 덜어 입술에 얹어뒀다 면봉으로 살살 문질러주면 묵은 각질이 싹 벗겨지면서 아기 입술처럼 보들보들해진다. 이것의 마법에 푹 빠져 오죽하면 휴대용 공병에 조금씩 덜어 집안 곳곳에 비치해뒀을 정도다. 이니스프리 ‘노세범 미네랄 파우더’도 활용도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제품. 단돈 6천원이라는 가격이 민망할 정도로 다채로운 쓰임새를 자랑한다. 이니스프리의 민트색 콤팩트의 정체는 피지를 흡착하는 ‘기름종이 파우더’. 하지만 기름진 정수리에 톡톡 두드려주면 드라이 샴푸로 변신하고, 파운데이션 다음 단계에서 얼굴 전체에 톡톡 얹어주면 제품의 지속력을 높이는 메이크업 픽서로 변신한다. 뿐만이 아니다. 아이 메이크업 시작 전에 눈두덩과 속눈썹에 톡톡 얹어주면 아이섀도가 쌍꺼풀에 끼는 불상사나 판다처럼 눈밑에 마스카라가 번지는 대참사를 막아준다. 손톱에 바르면 매니큐어의 흡착력을 높여주는 베이스 역할을 해주는 데다 립스틱을 바른 입술 위에 톡톡 얹어주면 요즘 유행하는 매트 립 연출도 식은 죽 먹기다. 한여름에는 데오도란트로도 유용하며, 안 쓰는 펄 섀도와 섞어 쓰면 시머 파우더로 변신하니 부위별 퍼프 구매를 권한다.

또 베네피트 ‘메이저렛’은 파우더리한 복숭앗빛 크림 블러셔지만 모험심 강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이에선 다크서클 커버와 눈두덩에 혈색을 더하는 히든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수목 드라마 <킬미, 힐미> 여주인공 황정음의 자연스러운 눈매도 ‘메이저렛’으로 완성됐습니다. 컨실러와 1:1로 섞어 눈 밑에 쓱 칠하면 다크서클이 사라지죠.” 베네피트 홍보팀의 설명이다. 에스쁘아 ‘크리미 치크 스테인’도 블러셔로 탄생했지만 여러 번 덧칠해야 선명해지는 가루형 아이섀도와 달리 보이는 그대로 색을 내고 지속력 또한 좋아 아이섀도 대용으로 더 잘나간다. 반면 비디비치 ‘루즈 엑셀랑스 쉬어’ 라인의 살구색 립스틱(코랄 비치)은 블러셔로 인기 만점! 보브의 세컨 브랜드 20’s 팩토리의 ‘스파이시 립 피그먼트’ , VDL의 ‘틴트바 트리플 샷’도 입술에 바르는 틴트로 나왔지만 블러셔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토록 다양한 플러스 알파 뷰티 제품들은 알고 보면 호기심 많은 뷰티 피플들의 탐험정신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유행이 지나서, 혹은 충동구매로 손이 가지 않는 화장품이 있다면 새로운 기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순간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화장품의 신세계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