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다 축제

tvN이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상식을 열었다. 카메라를 들고 백스테이지를 독점 취재하러 간 〈보그〉도 한바탕 신나게 놀고 왔다.

시상식 전경 (1)

tvN이 10년 역사를 돌아보며 시상식을 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는 느낌표가 떠올랐다. 라인업이 대단하겠다! 하지만 대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예상해보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던 시상식은 처음이었다. tvN이라면 열 프로그램 깨물어 안 아픈 프로그램이 없었다. 매년 연말이면 시청자들로부터 시상식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tvN은 이번 시상식을 준비하기 위해 1년 전부터 TF팀을 구성했다. 시청자들 역시 바로 화답했다. 얼리버드 티켓의 경우 3분 만에 매진되었고, 현장 판매 티켓은 5분 만에 동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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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주택, <시그널> 경찰서, <혼술남녀> 혼술바 등 프로그램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와 토크쇼를 위한 라이브 세션이 지어진 일산 킨텍스는 마치 놀이동산 같은 모습이었다. 비정상적으로 맑고 비이성적으로 쌀쌀했던 10월 8일, tvN10 어워즈는 <응답하라 1988> 진주의 크레파스 사인회로 막을 열었다. 순식간에 부스마다 길게 줄이 늘어섰고, 곳곳에는 ‘여기서부터 60분’과 같은 안내 사인이 붙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는 #tvn10awards를 단 게시물이 타임라인을 초 단위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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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삼시세끼, 여행은 신서유기처럼’ 라이브 세션을 앞두고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안재현은 <보그> 카메라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영석 PD님을 파헤치려고 왔어요.(웃음)” “나 PD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호동이 형, 수근이 형, 지원이 형, 나 PD님, 모두 같은 멤버죠. 형들이 예능 선생님이라면 나 PD님은 예능 학교 같은 존재예요.” “예능은 계속할 것 같나요?” “나 PD님과 인연은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작품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요?” “군인과 할 얘기가 굉장히 많았다는 거? 대답이 좀 그런가요? 하하.” 무대에서는 차승원의 요리 실력을 보고 긴급 회의에 들어갔다는 에피소드, 안재현 신혼집 방문기 등 <삼시세끼>와 <신서유기> 뒷이야기가 쏟아졌고 이는 네이버 V앱과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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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이 있던 9일, 킨텍스의 하루는 훨씬 일찍 시작됐다. 컨벤션이 오픈하는 12시가 되기 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다들 작정했다는 듯 간식과 돗자리를 준비한 모습은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팬들을 연상시켰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섞여서 들렸다. ‘코믹한 썸남썸녀의 연애 빅리그’ 라이브 세션 백스테이지는 평소 <코미디 빅리그> 대기실의 흥겨운 분위기와 다를 바 없었다. 웃음소리가 와글와글 쏟아져 나왔다. 이국주가 사연을 소개하고, 장도연과 박나래가 팀을 이루어 양세찬과 썸이냐, 쌈이냐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갑자기 차원이 다른 데시벨의 환호성이 들렸다. 주인공은 양세형. 그에게 ‘대세’가 된 소감을 묻자 “금방 가라앉습니다”라며 세련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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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미생> 영업 3팀. 김원석 감독을 비롯, 이성민, 김대명, 임시완은 입이 귀까지 걸려 있었다. “오랜만에 식구들 만나는 기분으로 왔어요.” 임시완은 장그래가 입었던 정장 차림 그대로였다. 이성민은 “필모 중에 굉장히 중요한 작품, 어디 가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작품” , 김대명은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꺼내 보여준 작품이자 앞으로 연기를 해나감에 있어 갖게 되는 책임감 같은 작품”이라고 <미생>을 회상했다. “<미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은 참고 자료가 되었어요. 좋은 글귀들은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있어요.” 임시완은 더할 나위 없는 눈빛으로 덧붙였다. “촬영 현장에 함께한다는 자체가 제일 좋았어요. 항상 두근두근하고. 긴장과 셀럼을 왔다 갔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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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라이브 세션의 주인공은 <응답하라 1988>. 프레스 좌석까지도 방청객들에게 양보해야 할 정도로 객석은 가득 찼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펜스는 휘청거렸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이동휘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소감을 묻자 “굉장히 설레는 마음으로 왔고요. 친구들의 수상을 기대하며 열심히 박수 치러 나왔습니다. ‘응팔’은 정말 은인 같은 작품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패셔니스타시잖아요! 오늘 의상 컨셉은요?” “앙고라가 자꾸 올라와서 코가 많이 간지럽네요. 에이치!” 곁을 지나가던 안재홍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저는 그냥 갖춰 입었는데… 그 안에 자유로움이 있는 컨셉입니다. 하하하!” 그 날 ‘응팔’ 팀이 가는 곳마다 팬 미팅 현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방청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찍기에 바빴고, 야광봉과 “내 신경은 류준열 온통 너였어” 같은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응팔’은 드라마라기보다 실제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 같은 착각이 듭니다.” 신원호 PD의 얘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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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서서히 달아올라 레드 카펫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시청자들과 만났던 배우들은 레드 카펫을 위해 외모 재정비에 들어갔고, 현장을 찾은 팬들은 그들의 스타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레드 카펫 MC는 박나래와 장도연. 미니카를 타고 등장한 그녀들은 외쳤다. “소리 질러!!!” 디제잉이 시작됐고 댄스는 급물살을 탔다. “오늘 시상식은 전 세계 20개국에 생방송되고 있습니다!” 이때 미끄러져 들어오는 까만 밴. 레드 카펫 참석 1등의 주인공은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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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미와 조세호를 앞세운 ‘코빅’ 팀이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고 ‘오나귀’ 박보영과 김슬기가 안면에 미소를 불러왔을 때 턱시도를 빼입은 <미생> 팀이 등장했다. “수상하면 회식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돼먹은 영애씨> 팀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은 건 영애씨 어머니 김정하. “시상식에서 입지 않을까 해서 20년 전에 구입한 드레스예요.” 서인국 없이 참석한 ‘응칠’ 팀, 출산 후 두 달 만이라는 정가은, ‘응사’ 팀, ‘SNL’ 팀, <또! 오해영> 팀, ‘문제적 남자’ 팀이 이어서 레드 카펫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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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영화제인지 방송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턱시도와 드레스 물결에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꽃할배’ 백일섭, 박근형은 오늘은 배우가 아닌 예능인으로 참석했다며 다음에 여행 가고 싶은 나라로 쿠바를 꼽았다. <또! 오해영> 에릭이 등장했을 때 박나래와 장도연은 “박도경! 박도경!”을 외쳤다. 마지막 레드 카펫의 주인공은 <시그널> 팀 조진웅, 김혜수, 이제훈이었다. 팬들 사이에 대포 카메라가 일제히 올라갔다. “작품상은 욕심내고 싶어요.” 늘 그렇듯 김혜수의 멘트에는 센스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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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모 PD는 “상 자체가 주인공이 아닌, 상을 받는 출연자들과 함께 즐기는 추억의 장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는데,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시상식은 역시 남달랐다. 팀별로 앉은 테이블에서는 끊임없이 웃음과 수다가 이어졌고, 희극인들은 수시로 테이블 사이를 누볐다. 시상자이자 수상자인 참석자들은 서로가 서로의 팬임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누가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다 같이 즐겼다. 축하 공연으로 싸이가 무대에 올랐을 때는 모두가 하나 되어 바운스를 탔고, 노예상, 베스트 키스상, 개근상, 예능 아이콘상 등 작명은 참신했으며, 수상 소감이 길어지면 내려가는 마이크는 다른 방송사에서 필히 대여해야 할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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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싸이 씨는 기존에 자신이 했던 공연과 다른 질감을 보여주고 싶어 했어요. 이문세 씨는 당일 링거를 맞고 출연을 강행하실 정도로 큰 애정을 보여주셨어요. 뮤지컬곡 ‘지금 이 순간’으로 후보를 소개했던 정상훈 씨 연습량은 엄청났죠”라고 귀띔했다. 4시간으로 예상했던 시상식은 결국 자정을 한참 넘기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전 세계 20개국에 실시간으로 방송되었으니 수상자 명단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다. 콘텐츠로 하나 되었던 지난 10년 그리고 이틀의 축제. 재미가 가득했던 흥겨운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