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속에서 찾은 프라이빗 도쿄

럭셔리 료칸부터 1만5천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예 박물관, 취향 좋은 주인이 운영하는 소품 샵까지! 메가 시티 도쿄 오테마치 구역에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적 진화를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

 

HOSHINOYA TOKYO

지금 도쿄 오테마치 구역의 리조트 씬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교토와 가루이자의 럭셔리 료칸으로 유명한 호시노 리조트가 작년 7월 오테마치에 호시노야 도쿄(Hoshinoya Tokyo)를 오픈한 것. 은행들로 즐비한 마천루 사이에 17층짜리 타워형 료칸이 세워짐으로써 옛 것이 사라져버린 도쿄에 ‘또 하나의 일본’이라는 문화적 진화를 만들어냈다. 호시노야 도쿄는 엄밀히 호텔이 아닌 료칸이다. 매 층마다 객실은 여섯 개 뿐이고, 투숙객이 아닌 외부인은 로비층 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이곳의 가장 특별한 서비스는 층마다 위치한 오차노마 라운지로, 마치 객실의 일부처럼 다과와 차, 주류를 즐길 수 있다. 일면 묵는 방의 연장선상에서 서재나 거실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라운지의 직원과 함께 이런저런 친밀한 담소도 나눌 수 있다.

정적인 미닫이문이 은은하게 통창을 가리고 있는 사쿠라 객실에 들어서면 내가 있는 곳이 과연 메가 시티 도쿄의 한복판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은은한 조명, 대나무와 짠 옷장과 나지막한 체어, 마의 잎을 형상화 한 에도코몬 문양이 외부로부터 만들어 낸 그림자와 함께 말이다. 지극히 일본적인 휴식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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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한 로비에서 벌어진 밤의 퍼포먼스 역시 호시노야답다. 천 년이 넘은 가가쿠 연주의 독주 악기인 후에(피리)를 듣는 시간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마음을 달뜨게 한 피리 연주곡은 중국 당나라 고종 황제가 새벽에 들은 꾀꼬리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게 했다는 류테키의 첫 악장이었다. 그야말로 봄이 다가옴을 축복하는 소리의 세러모니가 아닐 수 없다.

피로를 떨친 이른 아침이면 녹차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미닫이 문을 반쯤 열고 나서야 도쿄의 빌딩숲 사이에 머물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룸서비스로 도착한 도시락은 묵직하다 못해 견고해 보인다. 겹겹이 쌓인 나무 상자는 켜켜이 올려진 호시노야 도쿄의 정방형 건물을 연상케 한다. 찰지게 잘 지어진 솥밥과 훗카이도산 연어, 신선한 샐러드와 반찬들로 구성된 정성 어린 아침상은 분주한 하루의 출발을 든든하게 한다.

오차노마 라운지로 간다. 아침이라 녹차대신 커피를 주문하면 20분쯤 되는 시간 동안 고운 손길로 드립커피를 내려준다. 온도계, 티팟, 글라인더 같은 세심한 도구들은 탁월한 커피 한잔의 맛을 돋군다. 호시노야 도쿄는 일반적인 료칸 혹은 평범한 호텔의 모든 것들과 다르다. 찬란한 숲과 영롱한 연못은 없지만, 전통 료칸으로서의 새로운 컨셉을 실현한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낯설음을 포함한 독창적인 시간이 될 것이다. 획일화된 리듬을 버리고 보다 더 천천히, 느리게 무엇이든 만끽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말이다.

 

 

NEZU MUSEUM GARDEN

아오야마 한복판에 위치한 네즈 미술관은 19세기 철도 사업가였던 네즈 가이치로의 동아시아 컬렉션을 선보이는 곳으로 건축가 구마 켄고에 의해 2009년 리노베이션 되었다. 오모테산도와 아오야마의 화려함 가운데 마주하는 네즈 미술관은 정갈한 건축, 자연과 마스터피스들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결정체다.

11,12세기 일본의 칼리그라피, 7세기 무렵의 중국 불상, 15세기 조선의 화병들이 전시된 전시장도 아득하게 아름답지만, 이곳의 백미는 뮤지엄 뒷편의 일본식 정원이다. 드라마틱한 산책로와 곳곳에 숨어 있는 석등과 불상들, 연못과 어우러진 나룻배와 일본식 티하우스의 조화로움은 우리의 오감을 수세기 전으로 되돌려 놓는 듯 하다.

 

THE JAPAN FOLK CRAFTS MUSEUM

일본 민예 운동을 이끌었던 야나기 무네요시가 설립한 곳으로 메구로 고마바의 고즈넉한 주택가에 위치한다. 1936년에 지어진 2층짜리 넓은 전통 가옥 안에는 중국과 유럽, 한국에서 모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1만 5천여 점의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주전자, 대나무 바구니, 소반, 염색한 패브릭 같은 일상의 물건들과 18세기 일본 장인의 도자기, 조선 시대 백자, 정교한 향로들이 소박하게 어우러져 있다. ‘조선의 미’를 탐구하며 옹호하기도 했던 그가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집한 조선 시대 컬렉션을 보며 움찔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생활의 조형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임은 분명하다.

 

夏椿 / NATSUTSUBAKI

 

세타가야의 고즈넉한 주택가에 위치한 나쓰쓰바키는 마당이 있는 옛 민가를 샵으로 사용하고 있다. 개조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 대문과 벽, 특히 초록의 나무와 이끼가 깔린 마당은 초대받은 집으로 걸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여름 동백’이라는 뜻의 나쓰쓰바키, 그 이름도 이 아름다운 공간과 잘 어울린다.

신발을 벗고 고들어가 다다미 바닥을 밟는 기분이 특별하다. 리넨 클로스가 깔린 테이블 위의 유리병과 커다란 나무 접시, 주인의 섬세한 꽃꽃이가 눈에 띈다. 복도 공간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 여러 컬러의 리넨 원피스가 걸려 있고, 곧 손님을 맞을 듯한 소반 위의 접시들이 앙증맞다.

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마당 풍경, 노란빛의 커다란 화병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취향 좋은 주인의 셀렉션을 찬찬히 보다 보면, 작은 접시 하나라도 안 살 수가 없다. 찾아가기 까다로운 곳이라 더욱 방문해볼 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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