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Poetry

‘모던’ ‘시크’ ‘도발’ 등 메이크업 앞에 붙일 수 있는 최상급 수식어로 얼굴에 시를 쓰는 아티스트, 톰 페슈. 거장이 발산하는 온화한 카리스마와의 만남.

겸양과 배려가 따뜻한 카리스마로 퇴적된 거장, 톰 페슈. 30년간의 화려한 커리어와 천재적 재능에 대한 칭송이 이어지지만 정작 그는 기회는 공짜가 아니라고 답한다.

겸양과 배려가 따뜻한 카리스마로 퇴적된 거장, 톰 페슈. 30년간의 화려한 커리어와 천재적 재능에 대한 칭송이 이어지지만 정작 그는 기회는 공짜가 아니라고 답한다.

VOGUE KOREA(이하 VK) 피곤하지 않나? 시차 때문에 피곤이 극에 달할 시간인데.
TOM PECHEUX(이하 PECHEUX) 아니! 서울은 즐거운 곳이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감탄스러운 건 한국 여자들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다.

VK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자주 듣는 칭찬이다. 우리의 뷰티 사랑은 유명하니까.
PECHEUX 세련되기 그지없다. 색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명민한 센스가 느껴진다. 좀더 개성이 드러나게 메이크업 했으면 좋겠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건 확실하다.

VK 아직 개성이 부족한가?
PECHEUX 오해하지 말길. 파리 여성들이 지나치게 개성적인 것뿐이니까. 난 프랑스 사람이지 않나.

VK 그래서 정통 프렌치 헤리티지, YSL 뷰티를 누구보다 잘 이끌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금에야 말이지만 당신이 거쳐왔던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당신이 지향하는, 심플하지만 도전적인 룩과 99% 일치하는 무드가 아닌가.
PECHEUX YSL 뷰티와 함께 하게 된 건 기쁨이자 영광이다. 생전 이브 생 로랑의 행보를 떠올려보면, 그는 언제나 모던한 동시에 자유로운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난 여기에 ‘삶을 즐기는 무드’를 더하고 싶다. 지나치게 부르주아 같은 룩은 사양이다.

VK 지조를 지키면서도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 YSL 뷰티의 최대 장점이다. 한국의 밀레니얼들이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포인트는 거기 있다고 본다.
PECHEUX YSL 뷰티는 패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느 세대나 패션홀릭들은 존재하고, 나 역시 이런 시장의 바람을 충족시킬 각오를 하고 있다. 또 뷰티라는 것이 남녀 가릴 것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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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 이 브랜드에서 딱 하나만 가져야 한다면 뭘 택할 건가?
PECHEUX 가혹하다. 카테고리별로 하나씩 택하면 안 될까?

VK 어려워야 재미있는 법. 톰 페슈의 선택은?
PECHEUX ‘루쥬 쀠르 뀌뛰르 베르니 아 레브르’를 고르겠다. 개성이 넘치는 데다 무엇보다 사용이 쉽다. 강렬하지만 립스틱 같은 올드함이 전혀 없다. 동시대적인 클래식이란 바로 이런 거 아니겠나. 꼭 소장해야 한다.

VK 스타 프로덕트, ‘뚜쉬 에끌라’를 꼽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PECHEUX 그건 이미 고전이니까. 청바지 같은 거지.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 말이다.

VK 그럼 ‘베르니 아 레브르’는?
PECHEUX 청바지에 매치할 벨트! 삶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제품이다.

VK 재미있는 비유다. 적절히 간을 해야 인생이 살맛 날 테니까. 당신 삶의 양념은 무엇인가? 사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다른 이를 빛나게 하는 역할에 충실할수록 가치가 있는데, 당신은 무려 30년 동안 그렇게 살았다.
PECHEUX 그러네, 정말 30년이군. 터프한 삶이었던 거 같다. 밤에는 파티 하고 술 마시고 담배도 엄청 피웠다. 돌아보니 진정 나를 위한 뭔가를 하진 않던 시절이었다. 그저 하루하루 살며 해가 밝으면 ‘또 아침이네. 얼른 나가서 일해야지’ 그랬다.

톰 페슈는 메이크업을 하기 전 언제나 공들여 마사지를 한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사이, 신뢰를 삽입하는 과정이다.

톰 페슈는 메이크업을 하기 전 언제나 공들여 마사지를 한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사이, 신뢰를 삽입하는 과정이다.

VK 왠지 쓸쓸하다. 이제는 좀 달라졌나?
PECHEUX 금연과 절주 그리고 각질 제거. 수분 크림도 열심히 바른다. 카메라 앞이 아니면 화장은 하지 않지만.

VK 메이트업 아티스트들은 남자도 메이크업을 많이 하던데?
PECHEUX 나는 아니다. 좋은 제품을 썼을 때 얼마나 멋질지 잘 알고 있지만, 난 그냥 내 방식대로 살 거다. 한국에 와보니 남자들도 메이크업을 많이 하더라. 안 한 듯 보이지만 직업 때문인지 흘깃 봐도 알겠더라. 물론 그것 역시 좋아 보였다.

VK 당신이야말로 ‘민낯 메이크업’의 원조다. 피곤에 찌든 모델들이 당신 손을 거쳐 런웨이로 나갈 때면 유독 얼굴에서 빛이 났다. 마치 원래 피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유명한‘톰 페슈 마사지’ 덕분인 건가?
PECHEUX 나의 30년 메이크업 습관이다.

VK 매번 그렇게 하는 거, 힘들지 않나?
PECHEUX 화장에 앞서 마사지를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의식이다. 내가 메이크업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즐거워서다. 그리고 나의 메이크업을 받는 사람도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당신 너무 예쁘네요. 그래서 만져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 ‘좋아한다’고 손끝으로 고백한다. 나만의 신체적 칭찬이자 사랑의 제스처인 셈이다.

VK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PECHEUX 그래서인지 모델들이 마음을 빨리 연다. 무엇보다 마사지를 하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의 ‘원 앤 온리’? 장고 끝에 ‘루쥬 쀠르 꾸뛰르 베르니 아레브르’를 꼽았다. 페이버릿 컬러는 47번!

그의 ‘원 앤 온리’? 장고 끝에 ‘루쥬 쀠르 꾸뛰르 베르니 아레브르’를 꼽았다. 페이버릿 컬러는 47번!

VK 그게 가능한가?
PECHEUX 손에 누군가의 피부가 닿는다는 건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정성껏 마음을 전하면 상대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지며 지금 나에게 얼마나 호감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VK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사이에 신‘ 뢰’라는 단계를 삽입하는 것, 이것이 메이크업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나?
PECHEUX 물론이다. 이렇게 하면 파운데이션, 파우더, 블러셔 등 다음 과정의 메이크업이 자연스럽게 얼굴에 녹아든다. 내가 지향하는 메이크업 제1원칙이 뭔지 아나? 파운데이션 바른 것을 들키지 않는 거다. 마치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를 마친 듯이 말이다.

VK 당신이 파운데이션을 마사지하는 자세로 발라주는 걸 많이 봤다.
PECHEUX 맞다. “파운데이션이 잘 먹었네요”라고 말하는 건 이미 바른 티가 난다는 것, 나는 “피부가 예쁘네요”라는 얘길 듣고 싶다. 베이스 제품이 제대로 녹아들면 피부 자체의 윤기와 광채인 듯 표현된다. 그런 다음 눈, 뺨, 입술의 컬러로 메시지를 전한다.

VK 갑자기 화장한 여자의 얼굴 하나하나가 특별해 보이기 시작한다. 메이크업으로 시를 쓴 것 같다. 이런 재주는 타고난 것인가?
PECHEUX 결단코 노력이다. 운은 절대 공짜가 아니니까.

VK 당신의 커리어 스토리는 익히 알고 있다. 파티시에가 되려던 남자가 메이크업을 배우고 세계 무대에 서기까지의 스토리는 이미 전설이니까.
PECHEUX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기회라는 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걸 잡기 위해선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운이라는 건 일을 해서 얻어지는 것이지 절대 거저 주어지지 않더라. 나는 스스로의 약점도 잘 알고 있고, 그걸 고치려고 노력도 많이 한다.

색은 메신저다. 컬러 메이크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룩을 발견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꾸뛰르 애티튜드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YSL 뷰티와 톰의 최종 지향점.

색은 메신저다. 컬러 메이크업에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만의 개성 있는 룩을 발견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자신만의 꾸뛰르 애티튜드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YSL 뷰티와 톰의 최종 지향점.

VK 온화한 당신 안에 이렇게 진취적인 에너지가 있을 줄 몰랐다.
PECHEUX 열정과 노력 없이는 기회를 잡을 수 없으니까.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일부러 긍정적이려 하는 것도 노력 중 하나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기회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 온 것도, 당신을 만난 것도, 시차 때문에 좀 피곤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는 지금의 나 자신까지도 모두 기회다. 나는 언제나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고,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

VK 한국도 당신에게 그런 의미였으면 좋겠다.
PECHEUX 이미 좋은 에너지를 너무 많이 받았다. 한국 여성들은 메이크업을 사랑하고 YSL 뷰티를 좋아해준다. 기대 이상의 모습에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VK 우리가 최근 가장 열광했던 YSL 뷰티 제품이 뭔지 아나? 바로 쿠션이다.
PECHEUX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카테고리의 제품이었지만.

VK 어째서인가?
PECHEUX 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쿠션은 냉동식품 같은 거다. 메이크업 테크닉이 필요 없지만 정직하고 쉽게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신선 식품, 파운데이션을 잘 요리할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게 ‘레디메이드’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쿠션은 퀵 메이크업을 위한 투인원 제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거다.

VK 왜 ‘지금까지’를 강조하는 건가?
PECHEUX YSL 뷰티가 쿠션을 출시했다는 것은 그 퀄리티가 프로들이 원하는 수준에 근접했음을 의미하니까. 그리고 이제 정통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태도도 바뀌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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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K 당신을 포함해서?
PECHEUX 어느 정도는.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디지털 세상으로 달라지는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없듯, 쿠션이 바꿔놓은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따라야겠지. 진화와 변화의 과정이니까. 앞으로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이 나오지 않겠나. 물론 YSL 뷰티에서는 무엇보다 내가 만족해야 그 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 거다.

VK 당신의 벽을 넘기가 가장 어려울 거 같은데? 그래서 더 믿고 사겠지만.
PECHEUX 감사한 말이다. YSL 뷰티는 단순히 제품이나 룩, 컬러를 파는 곳이 아니고 애티튜드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VK ‘꾸뛰르 럭셔리’ 뷰티 하우스다운 설명이다. 하지만 가끔 ‘뷰티에 있어 진짜 꾸뛰르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든다. 어차피 뷰티 시장이란 대중을 타깃으로 하기에, YSL 뷰티가 상대적 고가라는 것만으로 ‘꾸뛰르’라 할 수 있을까?
PECHEUX 비싼 제품이 곧 꾸뛰르는 아니다. 꾸뛰르는 하나의 애티튜드다. 로맨틱한 꾸뛰르도 있고 스트리트 꾸뛰르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일무이한 개성이고 시크함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같은 운동화를 신어도 유독 세련됨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내가 계속 ‘남과 다른 메이크업’, ‘개성’을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VK 같은 제품을 사도 애티튜드가 꾸뛰르일 수 있다는 건가?
PECHEUX 그렇다. 메이크업에 조금만 더 시간을 써보라. 블랙 스모키 아이를 연출할 때 아주 약간의 화이트를 더하면 더스크 블루가 된다. 작은 차이, 한 끗 다른 컬러감이 당신의 이미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다.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

VK 메이크업과 여성에 대한 애정이 차고 넘치는 것이 느껴진다.
PECHEUX 내 행복은 첫째가 메이크업, 둘째가 내가 만든 제품과 룩을 전 세계 여성들이 즐기는 걸 지켜보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