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ly Lovely

탐나는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
‘임블리’의 임지현은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완벽한 ‘블리’ 세상을 만들고 있다.

11월 문을 여는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서 만난 임지현. 인조 모피 코트와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11월 문을 여는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서 만난 임지현.
인조 모피 코트와 슈즈는 미우미우(Miu Miu).

“지현 언닝~ 임블리 메이드 베이지 알파카 코트 음청 뜨뜻하게 잘 입어용! 요번엔 다른 색으로 겟해서 입으려구욜.” “마지막 사진 진짜 너무 이쁘네요. 이렇게 그대로 입고 싶어요.” “머리색 바꾸신 거에요!? 사실 코트도 이쁘지만 임블리님이 쪼금 더더 이뻐용!” “블리온닝, 아기새 니트 레드는 재입고 안될까여? 촉감이며 색감이 아주! 깔별로 사야게또요.” “요날 립스틱 블리매트인가용? 색상 좀 알려주세영!”

큰 소리 내어 따라 읽기엔 조금 ‘부끄러운’ 문장은 모두 ‘임블리’ , 즉 임지현의 인스타그램(@imvely_jihyun)에 달린 댓글이다. 67만 명을 넘어선 그녀의 팔로어를 임지현은 ‘블리님’으로 부른다. 그리고 ‘블리님’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에서 독특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블리 언니’가 입은 코트의 ‘업뎃’ 일정을 물어보거나 그녀가 바른 립스틱 컬러를 궁금해한다. 때로 서로 쇼핑 팁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새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임지현의 브랜드를 더 공고히 하는 힘이다.

2013년 5월, 남자 친구이자 현재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와 함께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수많은 쇼핑몰 중 검색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10만 장이 넘게 팔린 ‘미친 바지’를 비롯한 베스트셀러를 꾸준히 만들었다. 이제는 오프라인 매장 13개를 운영하고,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 , 라이프스타일 라인인 ‘홈블리’도 자리 잡았다. 임블리가 속한 부건에프엔씨의 직원은 300명을 넘어섰고, 올해 매출은 1,000억원을 바라본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커질 줄은 몰랐어요.” 흐름의 변화를 느낀 건 론칭 후 3개월이 흘렀을 때다. “갑자기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사이트 유입량을 체크하다가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죠. 그리고 어느새 여기까지 왔어요.”

상수역 근처에 자리한 임블리 플래그십 스토어 4층 카페에서 포즈를 취한 임지현. 노란 시프트 드레스는 임블리(Imvely).

상수역 근처에 자리한 임블리
플래그십 스토어 4층 카페에서 포즈를 취한 임지현. 노란 시프트 드레스는 임블리(Imvely).

브랜드가 커가며 함께 생겨난 건 임지현을 향한 독특한 ‘팬덤’이다. 우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얻은 뒤 쇼핑몰로 옮겨가거나,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연예인들이 취미 삼아 시작하는 쇼핑몰과 다른 점도 이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 임블리를 론칭하고 6개월 후였어요.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반응이 오다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팔로어가 늘어났죠.” 이제는 짧은 ‘인스타 라이브’ 에 5만 명이 넘는 팔로어가 함께하고, 그녀가 올린 사진 하나에 아디다스의 스니커즈가 순식간에 동이 나며, 그녀가 추천한 카페에 곧바로 기다란 줄이 선다. 생각하지 못했던 이러한 파급력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한다. 비록 인플루언서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 그 영향력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거짓 정보를 올리진 않아요. 가령 친한 지인이 부탁한다고 맛없는 식당을 소개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템을 추천하진 않죠.”

온라인에서 시작한 브랜드답게 온라인 전략도 인상적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간 상담 창구를 마련하는가 하면, 유튜브 속 ‘임블리TV’를 통해 메이크업 아이템을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노출한다. 이는 여왕처럼 군림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친구처럼 친근한 브랜드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친근함의 전략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요즘 세대가 원하는 ‘동감하기 쉬운(Relatable)’ 이미지를 유지하고, 대중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패션 대신 지극히 민주주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 “그래야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효과적인 디지털 전략을 구축한 임지현. 인조 모피 장식 코트는 미우미우(Miu Miu).

효과적인 디지털 전략을 구축한 임지현.
인조 모피 장식 코트는 미우미우(Miu Miu).

이런 신뢰를 주기 위해 누구보다 바쁜 건 임지현 자신이다. 임블리라는 이름 아래 판매되는 모든 아이템은 그녀의 허락을 받은 뒤 고객 품에 안길 수 있다. 패션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수많은 옷을 직접 입어보며 옷의 소재와 패턴을 공부했다. 또 3년간 준비한 뷰티 제품의 경우 1년쯤 직접 개발한 아이템을 쓰며 연구했다. “고객의 소비 패턴도 취향도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면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요.” 한국식 패스트 패션이라는 표현을 꺼내자 그녀가 동의했다. “해외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일주일에 한 번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우리는 웹사이트와 매장에서 매일 신제품을 소개해요.” 쉽게 열광하고 더 쉽게 지겨워하는 신세대를 위한 전략이다.

물론 그녀 역시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이름과 함께 오는 부정적 시선을 알고 있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죄책감 없이 베끼거나, 터무니없는 품질의 아이템을 파는 이들도 존재하니 말이다. 디자인 팀의 역할을 강조하거나 이른바 ‘사입’ 제품 판매를 꺼리는 것도 그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이제는 거의 모든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판매하고 있어요. 손이 많이 가고 일의 단계도 더 세분화됐지만 그래야만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프랑스 디자인 회사에 브랜드 디자인 리뉴얼을 맡기는가 하면, 구체적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또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 역시 빼놓지 않는다. “고객 연령대는 생각보다 어리지 않아요. 평균 28세부터 30대 초반이 큰 비율을 이루죠. 제 또래의 고객들이 앞으로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할지, 저에게 어떤 걸 바라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언젠가 임블리에서 나오는 아동복과 베이비 로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이 브랜드를 오래, 잘하고 싶거든요.”

패션계에서 전통적 방식의 사업은 힘을 잃고 있다. 카일리 제너의 뷰티 브랜드가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를 추월하고, 매치스패션이 웬만한 백화점을 넘어서는 1억 달러의 가치를 자랑하는 시대. 임블리라는 브랜드의 가치 역시 그곳에 있다. 기존 유통과 마케팅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기적. 그 기적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면, 11월 25일 상수역 근처로 향하길. 그날 임블리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연다. 새 단장한 5층 건물은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소품까지 임블리의 세상을 총망라한 공간이다. 임블리의 취향을 신뢰하는 팬들은 ‘아우라 광채 쿠션’ , ‘올킬 원피스’ , 물뿌리개와 칫솔 세트를 구입한 후 4층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것이다. 놀라운 영향력을 지닌 개인의 취향과 삶을 공유하고 경험하는 모습. 그 풍경이 2017년 패션 비즈니스의 대표 이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