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푸시버튼의 런던 패션위크 진출

2018.11.13

by VOGUE

    푸시버튼의 런던 패션위크 진출

    박승건이 런던으로 간 까닭은?

    쇼 시작하기 전인 이른 아침, 박승건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쇼장 인근 길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수민과 김다영은 쇼의 유일한 한국 모델. “수민은 버즈 컷이나 젠더리스 느낌의 모델 중 일등처럼 일하고 있으니 제가 표현하려는 다양성에 어울릴 것 같았어요. 또 다영의 턱선과 이목구비는 순수하면서도 동양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죠.”

    디자이너 박승건을 마주친 건 런던 길 모퉁이가 아니라 공항 식당이었다.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게이트 앞 식당에서 우리는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았다. 사실 그의 런던행은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이미 전 국민에게 예고된 바 있다. 런던 컬렉션에 함께할 한국 모델을 뽑는 오디션을 공개한 것이다. 방송을 잘 봤다는 말을 건네고 들은 첫마디는? “잘될까요?”10년 이상 경력의 디자이너의 입에서 나온 말치곤 생소했고 의아했다.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돈보다 ‘의리’로 매번 프런트 로를 채우는 몇 안 되는 브랜드가 푸시버튼이고, 그는 서울 컬렉션만 10번 넘게 치렀으며,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도 익숙한 스타 디자이너니까. “런던행이 결정되었을 때 즐겁기도 했지만 겁도 났어요. 제가 잘하는 걸 하면 그동안 쌓은 경험만으로 옷을 만드는 것 같아 매너리즘에 빠진 옷처럼 보일 것 같았어요. 반대로 제가 신인은 아니니 어떻게 하면 런던에서 돋보일까 고민했죠. 말 그대로 ‘멘붕’이었어요.”

    쇼를 시작하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박승건 디자이너와 한세나 디자인 실장.

    고민이 배가된 건 런던이라는 도시가 그에게 특별했기 때문이다. “런던 패션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어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한국에서 팔리지 않던 시절, 일본에 가서 사 입고 엄마에게 거짓말해서 또 사 입고 그랬죠. 아방가르드의 대명사였잖아요. 패션에 처음 빠졌을 당시 펑키한 런던 패션이 제가 알던 패션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죠.”

    패션쇼를 관통하는 주제 ‘실루엣을 맞추다(Customising Silhouette)’는 바로 이 지독한 고민에서 탄생했다. “사면초가였어요. 복잡한 심경을 종이에 낙서처럼 그리다 퇴근했죠. 다음 날 자리에 놓인 A4 용지에 제가 펜으로 거칠게 그린 사각형이 있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테마이기도 한 80년대 파워 숄더요.”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지난 시즌 주요 브랜드에서 한 번씩 만들어낸 사각 어깨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면 그만의 ‘필살기’가 필요했다. “비조(Tab)를 갖고 어깨 길이와 팔 길이, 허리를 입는 사람이 맘대로 줄이고 늘일 수 있게 만들었어요.”

    오랜만에 한국 디자이너가 런던에 진출한 소식에 외신은 ‘컬트 코리안 브랜드’라 칭송했다. “백스테이지에서 외국 기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가운데 ‘강하다(Strong)’는 말이 많았어요. 비교적 옷에 힘이 덜 들어가는 봄/여름 시즌임에도 과하지 않게 힘을 준 쇼라고 말이죠.”

    박승건은 이로써 서울과 런던 두 곳에서 쇼를 발표한 몇 안 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두 도시 모두 장점이 있어요. 서울 패션 위크는 화려하게 옷을 입은 사람이 많아 무엇보다 도시의 축제 같은 느낌이 있어요. 런던 더 스토어 스튜디오(The Store Studios)는 매우 큰 공간은 아니지만, 백스테이지 상황이나 전문적 쇼 헬퍼들, 보안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런던에서 패션쇼를 마친 푸시버튼은 숨 돌릴 틈 없이 10월 서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에서 2019 S/S 컬렉션을 선보인다. 귀국 쇼는 좀더 특별할 것이다. “앞으로 남성복을 더 강화할 예정이에요.” 아울러 푸시버튼이 영원히 젊은 브랜드일 수 있는 팁을 전했다. “트렌드를 읽는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늘 다짐합니다. 30대에는 트렌드와 반대편으로 걸어도 사람들이 ‘다르다’고 했지만, 40대 중반인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렇다고 SNS를 보고 즉시 옷에 반영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요즘 사람들과 젊은이들이 뭘 원하는지, 이것을 제 스타일대로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윤송이
      모델
      루시(Lucy), 차수민, 김다영, 엘 (Ele), 보기(Bog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