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나타샤 차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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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나타샤 차갈

2018-12-07T11:22:47+00:00 2018.12.07|

“패브릭은 모든 컬렉션의 출발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 나타샤 차갈, 포츠 1961

다양한 패턴과 컬러가 조화를 이룬 트위드 드레스.

2014년 12월 포츠 1961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나타샤 차갈(Natasa Cagalj)을 낙점했을 때, 그녀가 어떻게 포츠 1961을 바꿀지보다, 그녀가 누군지가 더 궁금했다. 그 당시 브랜드는 밀라노에서 남성복까지 선보이며 기성복 브랜드로서 포지션을 공고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를 스크롤하다 마주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에 수수한 메이크업이었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후 세루티, 알버 엘바즈의 랑방, 스텔라 맥카트니에서 경력을 쌓은 후 프리랜서로서 브랜드 컨설팅 이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타샤는 화려한 과거로 앞으로 일을 담보하기보다 직접 증명하는 쪽에 가까웠다. 한 시즌씩 지날수록 그녀의 옷에서는 파워가 느껴졌으니까. 관습을 거부하고 비정형적 실루엣을 만들거나, 예상치 못한 부위를 절개하고 흘러내리게 만드는 식. 바로 이런 태도가 수많은 브랜드가 난립하는 패션 생태계에서 나타샤 차갈의 포츠 1961이 꼿꼿이 부표를 띄울 수 있게 했다. 서울에 처음 방문한 나타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그녀를 감싼 공기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어떤 옷이 좋을까요?” 포트레이트 촬영을 위해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직접 들어 보이며 나타샤가 말했다. 부드러운 풀오버 니트를 입고 포즈를 취하던 그녀는 브랜드 시그니처 아이템인 넉넉한 흰 셔츠로 갈아입었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옷을 입으니 긴장이 풀린 듯 그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나타났다.

다양한 레이스를 패치워크한 슬립 드레스와 와이드 팬츠, 매듭 디테일이 포인트인 슬립온 샌들.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 맨 먼저 뭘 했나요?
어제 자정에 도착해 잠부터 잤어요. 내일 아침 런던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죠. 오전에는 한국 시장과 고객을 더 이해하기 위해 포츠 1961 매장 두 곳을 둘러봤어요. 어떤 도시에 오면 행인들의 패션을 유심히 봐요. 아이템을 어떻게 매치했는지. 런던에도 한국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이 옷을 입는 개성적인 방식에 영감을 얻는답니다. 포츠 1961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다수가 한국인이에요. 파리 매장에 가면 한국 고객이 제게 사진을 찍자고 한 적도 많아요. 뜻밖이었지만 기분은 좋았죠.

오늘 촬영에 모델들이 입은 옷은 2019 프리스프링 컬렉션이에요. 주제는 ‘좋은 분위기(Good Vibes)’, 이전 컬렉션과 구별할 만한 특징은 뭘까요?
사실 이전 컬렉션과 구별하기보다, 매 시즌 자연스럽게 진화하려고 해요. 우선 새로운 텍스처를 개발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옷감부터 출발했죠. 원단을 여러 개 펼쳐두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변주할지 고민했어요. 다양한 무게와 색상의 원단을 패치워크처럼 만들었죠. 트렌치, 셔츠, 레이스 등을 일상적 방법을 비켜나서 섞었어요. 전통적 소재와 디자인을 비트는 식으로요. 또 여자의 ‘옷장’을 떠올렸어요. 스니커즈를 신고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여성의 삶. 거기서 탄생한 게 스니커즈 ‘L42’죠. 스물 두 쌍의 신발 끈이 달린 운동화인데, 제가 만든 건 단순히 스포티한 아이템이 아니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신발이길 원했어요. 고객들은 이 신발 끈을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묶으면서 개성적으로 변형할 수 있죠.

9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당신 쇼를 봤어요. 지난 시즌부터 밀라노를 떠나 런던에서 쇼를 발표한 이유가 궁금해요.
쇼장 건물은 비교적 최신 건물이라 제가 학교 다닐 때 공부한 곳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장소는 제게 ‘집’처럼 느껴지는, 편안하고 영감을 주는 건물이었어요. 또 밀라노에서 런던으로 돌아간 건 큰 의미가 있죠. 저를 포함해 런던 디자인 팀은 런던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죠. 2014년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런던에 기반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우리가 속한 도시로 다시 돌아왔으니 자연스러운 과정이죠. 언제든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걸 뜻해요. 2월 2019 F/W 쇼는 런던이 무대예요.

런던과 파리, 밀라노를 오가는 당신의 삶이 궁금해요.
파리 매장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요. 1층 직원들과 얘기하고 고객 반응을 살피죠. 사람들이 우리 옷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1년에 네 번 쇼룸도 방문해 클라이언트에게 컬렉션을 설명하고 홍보쇼룸과 긴밀하게 연락하죠. 그리고 이탈리아 원단 공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다음 주에 2019 F/W 컬렉션 원단을 고르러 가요. 밀라노에는 제품 개발 사무실에 들러 피팅을 보고, 런던에서는 디자인실과 공장을 방문합니다.

매듭 디테일을 더한 심플한 디자인의 셔츠와 붓 터치 프린트가 돋보이는 실크 스커트, 이번 컬렉션의 주력 아이템인 매듭 디테일 스니커즈로 모던함에 멋을 더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포츠 1961에 새로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브랜드 이미지를 중립적(Neutral)으로 바꿨어요. 또 나이와 상관없이 저와 딸, 엄마를 비롯해 모든 여자가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국제적으로는 브랜드를 다양한 마켓과 환경에 노출했어요.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방법으로 옷 입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유니섹스, 젠더리스, 스트리트 등이 요즘 패션을 정의하는 단어죠. 상대적으로 포츠 1961은 이런 단어와 대척점에 있는데, 당신 생각은 어떤가요?
오버사이즈와 스키니 같은 것이 트렌드라면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해요. 저는 ‘뉴’ 디자이너가 아니라, 실제 여성의 체형과 소재를 고민하는 디자이너죠.

요즘 당신이 관심을 갖는 패션계 이슈는요?
쇼킹한 뉴스가 많지만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많이 가요.

다양한 체크 패턴이 어우러진 트위드 스커트와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의 카디건, 매듭 디테일이 돋보이는 빨간색 스니커즈로 마무리했다.

유서 깊은 브랜드에서 디자인하면, 아카이브를 많이 참고하더군요. 포츠 1961 역사에서 흥미로운 건 뭔가요?
1961년 브랜드를 만든 캐나다 기업가이자 실크 수입자 루크 타나베(Luke Tanabe)의 이야기가 좋았어요. 아내에게 완벽한 셔츠를 만들어주려던 열망이 브랜드 탄생으로 이어졌죠. 이 이야기를 차용했고 첫 시즌부터 셔츠가 컬렉션에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올해 브랜드와 당신의 계획은요?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서 끊임없이 일, 일, 일의 연속이에요! 아마 연말에는 크리스마스를 고향 슬로베니아에서 가족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식상한 질문이지만, 영감을 얻기 위한 노력도 궁금해요.
모든 곳에서 영감을 얻어요. 직장으로 출근하는 길, 여성이 옷 입는 방식, 도서관, 전시… 무엇보다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요. 디자인 팀과 늘 토론을 하며 일하죠. 단순히 스케치하고 드레이핑, 3D 작업에 착수하는 게 아닌, 어떤 게 지금 적절한 옷인지 대화하죠. 제가 늘 옳을 수 없기에 저보다 젊은 직원들의 얘기를 받아들여요. 그리고 일터를 떠나 저를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죠. 그 대화에 참여해 대답하려고 노력합니다.

심플한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에 매듭 디테일 샌들이 가벼운 봄 컬렉션을 완성한다. 화보 속 의상과 스니커즈는 포츠 1961(Ports 1961).

사람들이 포츠 1961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게 있을까요?
아주 좋은 품질의 소재를 쓰고, 오랜 시간에 걸쳐 최고의 옷을 만든다는 사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은 면 원단을 사용해요. 덕분에 오래 입어도 변형이 없죠. 패션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소재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압니다. 또 여자의 몸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며 실용성과 내구성을 더합니다. 예상치 못한 좋은 품질의 옷은 포츠 1961을 처음 산 고객이 다시 옷을 사도록 이끌어요. 좋은 일이죠. 사실 포츠 1961의 옷이 정말 좋다고 느끼려면 오래 입어봐야 해요. 인내심이 필요하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더 많은 사람들이 포츠 1961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디자이너가 안 됐다면?
사실 제품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비주얼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언젠가는 사진도 찍고 싶어요.

당신이 만드는 포츠 1961과 어울리는 여성상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요?
국제적이고, 페미닌하고, 모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