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STERHOOD IS POWER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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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HOOD IS POWERFUL

2019-12-30T07:49:47+00:00 2019.12.31|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 ‘있지(ITZY)’ 다섯 소녀가 2020년 새해 첫날 여러분에게 건네는 낱말은 바로 ‘Sisterhood’.

(왼쪽부터)류진이 입은 크리스털 장식 케이프와 벨트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채령이 입은 시스루 톱과 레더 롱스커트, 와이드 벨트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예지가 입은 러플 디테일 재킷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초커는 먼데이에디션(Monday Edition), 리아가 입은 체인 디테일 슬리브리스 레더 원피스는 채뉴욕(CHAEnewyork), 유나가 입은 벨벳 소재 원 숄더 원피스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위에 겹쳐 입은 별 장식이 돋보이는 시스루 소재 롱스커트는 마쥬(Maje), 진주 귀고리는 디올(Dior).

신인 아이돌 그룹 중 ‘새로운 세대’라는 타이틀은 극소수에게만 주어진다. 2019년 2월 있지가 ‘달라달라’를 공개했을 때 세상은 예감했다. ‘아이돌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군!’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난 달라 달라”를 외치는 노래는 ‘나’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가 있고, 내 맘대로 살고 싶은 ‘나’가 있으며, 철들 생각 없는 ‘나’가 있다. 뮤직비디오에도 로맨스를 이루는 파트너나 퍼포먼스를 더 화려하게 하는 댄서는 없다. 뮤직비디오의 서사를 완성하는 건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 다섯 멤버의 퍼포먼스다. 예전 아이돌이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했다면 있지는 그저 다르다고 표현한다. 이들의 남다름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건 역시 파워풀한 퍼포먼스 덕분이다. 과거 아이돌 그룹의 그것은 예쁨, 귀여움 따위의 이미지와 맞바꿔야만 얻을 수 있는 대가였다. 하지만 있지는 그저 재미있어 죽겠다는 태도로 초 단위로 바뀌는 안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그 산뜻한 여유가 있지를 어떤 컨셉으로 기획된 그룹이 아닌 원래 남다른 세대로 보이게 한다. 다섯 멤버가 완벽한 합을 이루고 있음에도 ‘칼군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고, 무대의상을 입고 있음에도 패셔너블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이유다.

유나가 입은 레터링 티셔츠와 체크무늬 스커트, 가죽 벨트와 빨간색 초커는 디올(Dior).

세상엔 재밌는 게 많아서 사랑 따위에 목매지 않는다고 노래했지만 있지에게 지금 제일 재미있는 건 있지다. 데뷔한 지 10개월. 무대에 서고 스케줄을 따르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다. 예지는 그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쇼케이스 투어를 하는데 처음 가는 나라에 팬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하루하루 되게 신기해요.”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역시 데뷔가 결정된 순간과 데뷔 무대다. “너무 긴장해서 데뷔 무대는 사실 아무 기억도 안 나요. 오히려 데뷔가 결정되던 순간 멤버들을 보며 서로 대견해하던 기억이 더 강해요.”(리아)

예지가 입은 절개선이 독특한 빨간색 재킷은 푸시버튼(Pushbutton), 가죽 팬츠는 8 바이 육스(8 by Yoox), 앵클 부츠는 코치 1941(Coach 1941).

2000년대에 태어난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는 K-팝을 들으며 자란 K-팝 스타다. 자신을 표현하는 게 미덕인 시대에 유년기를 보낸 이들의 출발은 빨랐다.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센터’에 섰던 채령이 가수가 되기로 결심한 건 열 살, 예지가 본격적으로 가수라는 꿈을 위해 방과 후 방송 댄스에 등록한 건 열두 살. 리아를 제외하고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있는 것도 있지가 통과한 시대를 보여준다. “출연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실력이 많이 늘었던 시기예요.”(예지) “팀이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돼요.”(류진)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하며 더 나은 실력을 키워온 세대다. ‘달라달라’의 가사 “하고 싶은 일 하기도 바빠”는 있지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왼쪽부터)채령이 입은 칼라의 자수 장식과 과감한 어깨 라인이 돋보이는 블라우스, 스웨이드 소재 사선 패턴 치마, 꽃무늬가 화려한 빨간색 힐은 미우미우(Miu Miu), 류진이 입은 체크무늬 재킷, 이너로 입은 스트라이프 셔츠와 쇼츠, 크리스털 굽 장식이 눈에 띄는 꽃무늬 힐은 미우미우. 예지가 입은 오버사이즈 체크 재킷은 프라다(Prada), 이너로 입은 니트 베스트와 힐은 미우미우.

있지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다섯 명이 내는 에너지다. “철없고 당돌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며 임해요. 그런 느낌은 저희가 가장 잘 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당돌하진 못하지만요.”(류진) “퍼포먼스를 하며 나오는 에너지나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특별하지 않을까요. 당돌한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이 저희에게도, 듣는 대중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채령) “저희가 막 ‘말리지 마!’ 이런 성격들은 아니거든요.(웃음) 그런데 무대에서만큼은 그런 캐릭터에 빙의해 표정과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안무나 퍼포먼스가 어렵고 격한 것도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에요.”(리아) 단순히 동작을 잘 맞춘다거나 멤버들 사이가 좋아 보여 분출되는 에너지는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꿈에 자신 있는’, ‘당당히 거리를 누비는’ 소녀들이 진짜 자기들을 대변하는 노래를 할 때 나오는 활기다. 사실 신인류가 자신들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세대를 설명하기에 기존 언어가 빈약할 뿐이다.

리아가 입은 니트 소재 빨간색 롱 원피스와 가죽 벨트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걸 그룹과 보이 그룹은 K-팝의 대표적 특징이지만 있지는 그 공식을 적극적으로 따르진 않는다. 의상도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라는 목적에 우선한다. 있지는 스웨트 팬츠를 가장 자주 입는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예지는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의 춤을 구분하지 않고 커버 댄스를 췄다. 예지는 말한다. “보이 그룹 선배님의 퍼포먼스는 스타일과 개성이 달라요. 하지만 안무를 따다 보면 결국 저희 스타일이 묻어 나와요. 그렇기에 다 같은 퍼포먼스라고 여겨요.” 예지의 단골 춤 연습 파트너 류진의 입장은 이렇다. “어번이나 힘쓰고 느끼는 춤을 좋아해요. 보이 그룹 선배님들 안무가 그런 경향이 많아 관심을 가질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도 걸 그룹 선배님들 안무도 많이 땄고 구분 없이 많이 외웠던 것 같아요.” 춤을 대하는 소녀들의 태도는 능숙하다. 대답도 가장 길어진다. “처음에 ‘달라달라’ 안무를 배웠을 때 다 같이 ‘어?’ 이랬거든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동작이었어요. 연습생 때는 춤을 잘 추기 위해 그루브 같은 동작을 많이 했는데 있지의 춤은 특이하고 재밌는 동작이 많아요. 역동적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고요. 속도가 빠른데 동작은 크죠.”(예지) 2019년 걸 그룹은 격동기를 맞았다. 선배 걸 그룹은<퀸덤>을 통해 진짜 하고 싶었던 무대를 직접 프로듀싱해서 보여줬다. 걸 그룹은 주체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흐름에 있지가 있다.

온통 ‘나’를 향해 노래하지만 있지가 전하는 에너지는 무수한 연습의 결과다. ‘나’에 대한 확신은 오직 연습량에서 온다고 답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몸이 기억하니까요.”(채령) 오전에 학교에 갔다가 1시쯤 모여 연습하는 일상이다. 신체를 자유롭게 쓰는 소녀들이 쾌감을 느끼는 순간도 ‘잘 맞을 때’다. “연습한 것만큼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가끔 오늘 정말 잘 맞았다, 이럴 때가 있는데 진짜 기분 좋아요. 우리가 다 보여줬구나 이런 느낌이 들어서요.”(예지) “‘항공캠’에 잡혔는데 저희가 대열이 딱 맞았다거나 각도가 완벽했다거나(웃음).”(채령)

류진이 입은 검은색 재킷 원피스는 생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빨간색 레터링 부츠는 펜디(Fendi).

태생부터 걸 그룹은 시스터후드로 이어진 관계다. 데뷔를 향해 연습해야 하는 시절이 있고 멤버들에게는 멤버들뿐이다. “데뷔 준비하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었어요. 달래고 위로하고 끌어주면서 멤버들이 소중하다고 많이 느꼈어요.”(채령) “아프면 서럽잖아요. 아플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멤버들인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옆에서 약이나 죽을 사다주고 챙겨주는 마음이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유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맨 먼저 찾는 사람이 멤버인지 묻는 건 우문이다. 리아가 말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냥 옆에 있으니까요. 아니면 같이 힘들거나.” 어린 나이에 연습생 시절을 함께한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는 생애 최초의 순간들 역시 계속 함께 맞고 있다. 처음 만난 팬, 처음 타는 비행기, 처음 가본 파리… 처음이라는 강렬한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 그 일부가 된다.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의 자매애는 실로 강력하다.

 

(왼쪽부터)리아가 입은 빨간색 셔츠와 레터링 디테일의 롱 플리츠 스커트, 블랙 롱 부츠는 펜디(Fendi), 유나가 입은 스티치 디테일 청색 재킷과 와이드 팬츠는 펜디.

다른 멤버의 남다른 지점 역시 잘 안다. 채령은 예지의 샤프함을 들었다. “외적인 것도 그렇고 춤 스타일도 날렵하고  빠른 느낌이에요.” 채령은 역시 춤이다. “본인만의 그루브가 있어요. 약간 청순한 느낌도, 뭔가 아름다운 느낌도 있어요.”(예지) 채령은 리아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점이 신기하다. “저와 예지 언니는 성격이 급하고 강박도 있는데, 완전히 다르죠. 목소리도 매력적이고요.” 리아가 말했다. “행복을 추구하는 평화주의자 스타일입니다(웃음).” 멤버들은 류진은 ‘멋짐’을 담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막내 유나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있지 멤버들이 풀지 못한 미스터리다. “혼자만 활기찬 게 아니라 나눠주는 느낌이라 신기해요.”(류진)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에너지인 데다 표출돼서 무대에 설 때도, 평소에도 좋은 영향을 많이 줘요.”(예지) 만면 가득 플래시를 터트린 듯 웃던 유나는 인터뷰 중에도 에너지를 골고루 나눠주었다.

채령이 입은 네크라인과 허리 라인의 빨간색 체인 디테일이 돋보이는 언밸런스 원피스는 엠에스지엠(MSGM at yoox.com), 빨간색 앵클 부츠는 렉켄(Rekken).

있지 활동을 제외하면 취미를 찾는 게 취미일 정도로 멤버들은 성장 중이다. 채령은 언젠가 폴 댄스와 미술을 배우려고 하고, 유나는 미술 작품 보는 게 흥미로워서 유화나 아크릴화를 그려보고 싶다. 류진은 영화, 연극, 전시회를 보러 다니고 시간이 나면 뜨개질을 한다. 있지와 인터뷰에서 나눌 얘기는 미래밖에 없었다.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에 충실하며 12월 한 달 내내 신인상 수상 횟수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있지에겐 계속 무수한 ‘처음’이 기다린다. 12월 31일에는 TV로만 보던 가요대전 무대에 오르고, 채령과 류진은 성인이 된다. 처음 찍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100시간의 낭만여행-Paris et ITZY>도 방송된다. 생애 새로운 순간이 있지에겐 기록이 되고 대중에겐 화제가 된다. 이렇듯 남다른 있지의 목표를 물었다. “‘우리 목표는 이거야!’ 하진 않아요. 하지만 선배님들이 K-팝을 알리는 데 힘쓰고 계시잖아요. 저희도 K-팝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스코어보다 의미를 우선시하는 세대다. 인터뷰가 끝나자 있지는 ‘All in Us!’ 구호를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모든 건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