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틱톡 세상 훔쳐보기

2020.04.22

by VOGUE

    틱톡 세상 훔쳐보기

    Z세대가 점령한 ‘틱톡’ 세상 훔쳐보기.

    벨라 하디드의 틱톡.

    강력한 바이러스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이 더 이상 마땅하지 않은 세상. 어느새 우리는 ‘뉴 노멀’의 세상에 적응해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실리콘밸리가 부르짖던 ‘디스럽션(기존 질서를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혁신)’은 현실이 되었다. 재택근무 덕분에 ‘줌(Zoom)’을 통한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극장의 대형 스크린 대신 넷플릭스와 왓챠를 비롯한 OTT 서비스로 새 영화를 만난다. 닌텐도의 ‘링 피트 어드벤처’로 하루의 활동량을 채우고, 쿠팡 로켓와우 클럽과 마켓컬리를 비교하며 장을 본다.

    ‘소셜 네트워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이제 당분간 신비로운 목적지로 향하는 여행은 불가능하다. 햇볕이 쏟아지는 인피니티 풀에서 포즈를 취할 수도 없고,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에서 ‘항공샷’을 찍을 수도 없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일상에서 기존 SNS는 그 매력이 바래고 있다. 반면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TikTok)’의 인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립싱크를 한다.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을수록 반응은 더 좋다.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일까. 15초에서 1분 사이의 영상을 포스팅하는 틱톡은 2월 한 달 동안 1억1,300만 건에 가까운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소셜 네트워크 앱 중 1위의 기록이다.

    저스틴 비버 & 헤일리 비버의 틱톡.

    물론 틱톡의 인기를 지금 상황에 비추어보는 건 도를 넘는 짐작일 수 있다. <뉴욕 타임스>가 “틱톡은 어떻게 세상을 다시 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것이 지난해 3월. 이미 전 세계 20억 명이 스마트폰에 틱톡을 깔아두었고, 그중 8억 명이 한 달에 한 번은 틱톡 세상에 접속한다. 인스타그램, 스냅챗을 잇는 ‘대형 소셜 미디어’의 등장인 셈이다. 고향인 중국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지만(중국판의 이름은 ‘도우인(Douyin)’), 이제 그 인기는 만리장성을 넘어섰다.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는 패션계의 스타도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셀레나 고메즈, 제니퍼 로페즈, 트로이 시반, 리조 같은 셀러브리티는 물론, 벨라 하디드, 카라 델레바인, 카이아 거버, 헤일리 비버도 틱톡에서 인사를 건넸다. 발 빠른 감각의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숏폼’ 영상을 선보인다.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자가 격리 와중에도 틱톡 스크린 앞에서 끊임없이 춤추고 노래한다.

    카라 델레바인 & 카이아 거버의 틱톡.

    이러한 변화를 지켜본 건 역시 새로운 소통 채널을 찾는 패션과 뷰티 브랜드다. “전 세계 글로벌 커뮤니티와 틱톡 유저들을 타깃으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와 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패션과 틱톡의 관계에 대해 틱톡 코리아는 이렇게 답했다. 최근엔 구찌가 틱톡을 통해 ‘#AccidentalInfluencer(액시덴탈 인플루언서)’라는 디지털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리한나의 펜티 뷰티가 틱톡 콘텐츠 제작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 예시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패션 및 뷰티 분야에서 바라본 틱톡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패션과 뷰티 브랜드가 틱톡을 유심히 살펴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유저의 60% 이상이 Z세대라는 점. 미래를 함께할 잠재 고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보그 비즈니스>에서 작성한 “패션 브랜드는 틱톡이 필요한가?”라는 기사는 그 이유에 대해 더 자세한 예를 든다. 랄프 로렌이 지난해 US 오픈에 맞추어 진행한 ‘WinningRL’이라는 캠페인은 틱톡에서만 7억 번이 넘는 ‘뷰’를 기록했다. 반면에 같은 랄프 로렌 캠페인을 위해 더 다듬어진 영상은 유튜브에서 고작 8,000번만 재생되었다. 즉흥적으로 촬영한 숏폼 영상이 전문가 지휘 아래 완벽하게 만든 영상보다 더 큰 전파력을 지녔다는 걸 쉽게 증명해 보였다. 4월 초 유튜브가 틱톡에 대항하기 위한 ‘쇼츠(Shorts)’라는 숏폼 영상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 밝힌 것도 Z세대의 입맛에 맞춘 변화 아닐까.

    자크무스의 틱톡.

    블로거, 인스타그래머 등으로 이어지는 인플루언서의 계보에 ‘틱토커’도 자리 잡았다. 열다섯 살 소녀 찰리 다멜리오(Charli D’Amelio)는 틱톡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팔로워만 4,500만 명에 달하는 그녀를 가장 먼저 점찍은 건 프라다. 지난 2월 가을 컬렉션 쇼장을 찾은 그녀가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촬영한 영상 중 하나는 6,400만 번 재생되었고, 740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어린 세대에 프라다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런던의 라이브 클럽, 베를린의 거리 등에서 자신만의 얼굴을 찾던 에디 슬리먼도 이제 틱톡에서 새로운 스타를 찾는다. 지난해 12월 셀린은 틱톡 크리에이터 노엔 유뱅크스(Noen Eubanks)를 캠페인 모델로 촬영했다. 에디의 선택이라면 ‘쿨’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틱톡이 새롭게 보일 수밖에 없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정형화된 미를 좇기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부분을 숏폼의 특장점을 지닌 틱톡이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틱톡 코리아는 국내외 다양한 패션 및 뷰티 브랜드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가 TV에서 시작된 것인지 알던, 이제 겨우 인스타그램에 익숙해진 기성세대에게 틱톡은 아직 낯선 세상이다(기성세대를 비웃는 ‘OK Boomer’ 시리즈가 시작된 것 역시 틱톡). 끊임없이 올라오는 추천 영상도, 눈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효과도 낯설다. 하지만 이제 틱톡은 어느새 ‘뉴 노멀’의 일부다. 물론 Z세대는 세상 모두가 틱톡에 익숙해질 즈음 또 다른 신대륙으로 떠나겠지만.

      에디터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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