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여자들을 위한 즐거움, 초커

2016.03.16

by VOGUE

    여자들을 위한 즐거움, 초커

    마네의 ‘올랭피아’가 알몸 위에 감은 검정 리본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우아한 진주 버전까지. 하지만 이제는 세상 모든 여자들을 위한 즐거움으로 떠오른 ‘초커’ 라는 패션 액세서리에 대해.

    Dior

    Acne Studios

    Ver sace

    Rodarte

    Tom F ord

    Prada

    Balmain

    Coach

    Givenchy

    Mugler

    얼마 전 뤽 베송 감독의 <테이큰> 시리즈 마지막 편이 개봉해 화제가 됐지만, 여전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건 20년 전의 <레옹>이다. 누구든 단박에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레옹과 단발머리 마틸다, 그리고 익숙한 멜로디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94년 개봉한 이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고 한동안 마틸다는 많은 여자들의 뮤즈였다.

    그 ‘마틸다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아이템은? 반짝이는 펜던트가 달린 검정 벨벳 초커! 한때는 매춘부의 상징이었고(19세기 후반 마네, 혹은 드가의 그림에 꼭 등장한다), 또 한때는 왕족의 전유물이기도 했던 초커가 여자들을 위한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스파이스 걸스 시절 빅토리아 베컴부터 <뉴요커>가 “세계에서 가장 쿨한 여자”라고 표현한 클로에 셰비니까지, 90년대를 대표하는 패셔니스타들은 늘 초커와 함께였다.

    그런데 밀레니엄과 동시에 패션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초커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 지난 몇 시즌 동안 계속된 ‘90년대 추억하기’ 덕분일까? 다시는 꺼내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옷장 속 패션 아이템들이 하나둘씩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크롭트 톱, 데님 오버올, 미러 선글라스 등에 이어 초커 역시 다시 핫한 아이템 대열에 올랐다.

    불씨가 발견된 건 올봄 런웨이에서부터.

    그야말로 ‘개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아크네와 디올의 볼드한 체인 초커부터, 베르사체, 뮈글러, 발맹의 세련된 메탈 초커,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치의 비즈 초커 등등. 검정 끈을 목에 감은 톰 포드 쇼의 모델들은 마네의 그림 속 ‘올랭피아’처럼 관능적 이었다. 지방시의 고딕풍 크리스털 장식 초커는 또 어떤가! 가을 컬렉션에서는 더욱 다양한 초커들이 등장했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진주 초커, 생로랑의 두툼한 체인 초커, 펑크 무드가 물씬 풍기는 마크 제이콥스의 스터드 장식 초커 등등(그 대신 한동안 런웨이를 점령했던 커다란 귀고리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발 빠른 패셔니스타들의 초커 스타일링은 이미 파파라치들에게 포착된 지 오래다. 곧 개봉을 앞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홈> 시사회 현장을 찾은 리한나는 평소만큼 과하게 차려입진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웠다. 날렵한 화이트 재킷과 가느다란 초커의 조화란! 얼마 전 MET 갈라에서 클로에 셰비니는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 검정 새틴 초커 차림으로 변함없이 멋진 모습을 뽐냈고, 사슴처럼 긴 목을 지닌 엘르 패닝이 반짝이는 초커를 칭칭 감고 레드 카펫을 밟은 순간 그녀의 ‘인생 샷’을 남겼다.

    Soo Joo

    Rihanna

    Emma Watson

    Elle Fanning

    Chloe Sevigny

    Chanel

    Versace

    Stella McCartney

    Saint Laurent

    Rodar te

    Marc Jacobs

    그렇다면 어떤 초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틸다 스타일! 검정 벨벳 스트랩 위에 진주, 혹은 크리스털 펜던트를 더한 디자인이다. 지난 서울 패션 위크 때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 모델들이 ‘빈티지 헐리우드’의 벨벳 초커를 착용한 스트리트 패션 사진들이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지나치게 클래식한 느낌이 부담스럽다면? 가느다란 플라스틱 스트랩 초커는 어떨까? 마치 목에 타투를 한 것처럼 보여 타투 초커라고도 불리는데, 15년 전만 해도 미국 여고생들의 필수품이었다(얼굴이 작아 보이는 놀라운 착시 효과를 지닌 이 초커는 다양한 컬러와 비즈 장식 버전으로 진화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타투 초커들이 런던 톱숍 매장을 비롯한 온라인 액세서리 사이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니 유행의 부메랑이라 할 수밖에(지난 2월 밀라노 컬렉션 기간 중 ‘타투 초커’를 착용한 모델 수주의 모습도 돋보였다).

    90년대를 추억하는 대신 2015년형 초커를 원한다면? 미니멀한 메탈 초커를 물색하시길! 올리비에 루스테잉부터 에디 슬리먼까지, 이번 시즌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 바로 메탈 초커니까. 또 주얼리 디자이너 제니퍼 피셔가 선보인 ‘리버스 초커(Reverse Choker)’는 목 뒤쪽 대신 앞쪽, 즉 쇄골 쪽이 뚫려 있는 메탈 원형 초커다(아주 평범한 디자인의 커프 초커를 거꾸로 착용한 듯한 디자인). 결과물만 놓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이 간단한 초커는 엠마 왓슨부터 리한나까지 수많은 패션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물론, 네타포르테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초커를 골랐다면 이제 거기에 어울리는 완벽한 룩을 찾을 차례. 초커만으로도 이미 목 주변에 상당한 디테일이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면 심플한 디자인의 상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러플, 레이스 장식, 복잡한 패턴, 혹은 컬러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뜻. 과감한 브이넥, 오프숄더, 혹은 튜브톱 등 쇄골까지 시원하게 드러낸 룩과 함께 매치했을 때 초커의 매력이 배가되는 건 물론이다.

    노출할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셔츠 단추를 살짝 풀거나 섹시한 화이트 톱을 매치하는 것이 간단한 해결책이다. 또 한 가지. 엘르 패닝처럼 목이 길고 가는 경우에 초커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목이 약간 굵고 짧은 편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초커를 가능한 쇄골에 가깝게, 아래쪽으로 착용하는 것이 보다 늘씬해 보일 수 있는 노하우다. 자, 올여름엔 취향에 맞는 초커를 골라 목에 살포시 채워 보시길! 목에 꼭 맞는 초커를 착용하고 있으면, 마치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게 되면서 왠지 관능적인 여인이 된 기분이 드니까.

      에디터
      임승은
      포토그래퍼
      JAMES COCHRANE, INDIGITAL, GETTYIMAGES / 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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