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핏’ 표류기
입생로랑은 생전에 이것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난 종종 ‘내가 이것을 발명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요. 아주 극적이고 실용적이며 편안하고 차분하죠. 모든 에너지와 모던함, 섹시함과 간결함이 담겨있어요. 내 옷에 담고 싶던 모든 것들이요!”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것은 패션계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옷장 속 점유율이 가장 높고, 평소에 가장 손이 자주 가는 아이템이죠.
무슨 얘기냐고요? ‘청바지’입니다. 여자들이 청바지를 입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됐을까요? 놀랍게도 80년이나 됐답니다. 최초의 여성 청바지는 리바이스 701! 1934년, 마릴린 먼로도 섹시한 슬립 대신 701을 즐겨입었죠. 80년이 흐르는 동안 여성의 체형에 따라 청바지도 정교하게 진화했습니다. 다양한 워싱과 핏, 실루엣… 수 없이 옷장 속을 채워가며 절실하게 느낀 사실 하나. 유행불문, 내 몸에 감기는 완벽한 핏 찾기!
무턱대고 비싼 프리미엄진을 사입어도 힙라인은 텅 비는데 골반은 조이질 않나, 밑위는 어정쩡! 모양만 예쁜 보세 청바지를 덜컥 사입었다가 무릎을 구부릴 수 없어 당황했던 적도 여러번. 브랜드마다 사이즈도 각양각색! 황금핏을 찾아내려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죠(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정이지만요). 아니, 화장품은 줄곧 ‘아시아 여성을 위한 최적의 컬러’가 쏟아지는데 왜 청바지는 없을까요? 180cm 서양 모델들의 청바지 핏은 비현실적이잖아요. 반갑게도 리바이스에서 지난 2년간 10개국 여성의 체형과 옷 사이즈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뉴 우먼 데님 컬렉션‘을 소개했습니다. 에디터의 레이더에 포착된 건, ‘711 아시아 스키니 진‘.
‘아시아 스키니 진‘? 서양인에 비해 종아리가 짧고, 힙은 납작한데다 아랫배가 불룩한 동양인 체형의 단점을 극복한 실루엣. 정말일까요? 지난 7월 30일, 가로수길에서 열린 ‘뉴 우먼 데님 컬렉션’ 팝업 스토어를 찾아 일단 입어봤습니다. 나름 청바지 쇼핑의 실패를 진하게 경험해본 터라, 바지를 몸에 감는 순간이면 곧바로 ‘내 바지냐, 아니냐’는 동물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자부했거든요. 과연 그 결과는?
기사를 쓰는 지금도 입고 있습니다(피팅을 하자마자 살 수 밖에 없었죠). 한마디로 레깅스를 입고 있는 기분. 최근 유행한 ‘제깅스’ 혹은 ‘레깅스 진’처럼 지나치게 몸에 달라붙어 다소 민망하게 느껴졌던 실루엣이 아닙니다. 부드러운 소재는 말할 것 없고, 쫀쫀하게 늘어나는 탄력이 놀라울 정도(보통 잘 늘어나는 소재에 담긴 엘라스틴 햠량은 같은데 유독 쫀쫀하게 느껴지는군요). 바지를 입을 때, 종아리와 허벅지를 자연스럽게 감아 올리고, 지퍼를 올리는 순간 걱정했던 통통배도 넉넉하게 잡아줍니다. 밑위가 너무 짧으면 지퍼와 후크가 들뜨기 마련인데, 여유가 생긴 밑위 품 덕분에 감쪽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뒤태! 납작한 힙라인을 잡아주는 청바지는 골반이 너무 조여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허리와 골반 부담없이 힙라인도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밑단도 관건입니다. 스키니는 발목에서 어정쩡하게 붕 뜨는 핏이 대다수. 복숭아 뼈 위를 감싸듯 떨어지니 발목이 가늘어 보이네요. 걸어다닐 때는 물론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볼 때 모두 편안함은 말할 수 없고요.
스키니가 마음에 드니, 다른 실루엣도 탐이 나서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스타일 넘버링 시스템’을 통해서 원하는 핏을 찾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핏에 따라 구분된 여섯가지 스타일 (LOT300, LOT400, LOT500, LOT600, LOT700, LOT800)중 마음에 드는 유형을 골라 제품을 고르면 끝! 29개의 핏이 정리되어 있으니 원하는 스타일만 마음먹고 있다면 찾는 건 시간 문제. 뮤지션 알리샤 키스(Alicia Keys) 의 말대로 오디언스 여러분도 자신만의 ‘끝내주는 스타일’을 찾아보시길. 우린 ‘황금핏’이 필요하니까요!
- 에디터
- 홍국화
- 포토, 비디오
- Courtesy of L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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