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슈에뜨의 뮤즈, 채정안
패션계에서 디자이너와 뮤즈의 관계는 친구와 연인 그 이상을 의미한다. 디자이너 김재현과 배우 채정안의 오랜 우정이 드디어 새로운 마드모아젤을 탄생시켰다.
무슈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부터 칼 라거펠트와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 알렉산더 맥퀸과 이자벨라 블로우, 리카르도 티시와 마리나 아브라모 비치, 그리고 최근엔 뎀나 바잘리아와 고샤 루브친스키까지(서로가 서로에게 뮤즈인 두 남자!). 어느 시대든 패션 디자이너는 늘 뮤즈를 필요로 하고 또 디자이너와 뮤즈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협업으로 이어진다. 디자이너는 뮤즈를 위해 무대의상을 만드는가 하면 뮤즈는 디자이너의 캠페인 모델로 활약하며 또 함께 전시도 기획한다. 그 가운데 패션 마니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협업은 디자이너와 뮤즈가 함께 만드는 컬렉션이다. 소녀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발랄한 프린트와 특유의 경쾌한 실루엣으로 팬덤을 거느린 럭키슈에뜨의 김재현은 두 시즌 전부터 뮤즈와 함께하는 ‘럭키걸’을 전개하고 있다. 장윤주와 강승현에 이어 배우 채정안이 이번 시즌 캡슐 컬렉션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건 더 없이 자연스럽다. 고객이자 친구로서 15년간 김재현의 곁을 지키던 그녀가 디자인에 참여한건 처음. 그러나 누구보다 럭키슈에뜨를 좋아하고 잘 아는 인물인건 확실하다. 그리하여 결과물은? 동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밀리터리 코트와 롱 드레스, 실크 블라우스 와 가죽 팬츠, 스웨트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등등. 기존 럭키걸이 젊고 경쾌한 소녀라면, 채정안의 평소 스타일을 재현한 ‘마드모아젤 슈에뜨’는 좀더 성숙한 아가씨들을 위한 것. 남산 소월길의 한 레스토랑에서 <보그>와 만난 김재현과 채정안은 협업한 디자이너와 뮤즈라기보다 자매처럼 다정했다. 화끈하기로 소문난 두 여자의 솔직한 패션 이야기.
VOGUE KOREA(이하 VK) 두 사람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보여요.
KIM JAE HYUN(이하 KJH) 너무 친해서 오히려 함께 협업하자는 이야기를 선뜻 꺼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인맥으로 일한다고 오해받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럭키슈에뜨 컬렉션을 늘 즐겨입는 정안씨의 모습에 오히려 주변에서 먼저 제안했죠.
VK 디자이너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CHAE JUNG AN(이하 CJA)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어요! 늘 재현 언니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싶었으니까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거죠.
KJH 지난 여름, 협업 얘기가 나온 후 일사천리로 진행됐 어요. 정안 씨가 드라마 <용팔이> 촬영으로 바쁜 기간을 제외하고 저의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했죠.
CJA 일한다기보단 친한 언니와 수다 떠는 기분이었어요. 언니가 “어떤 거 입고 싶어?”라고 물으면 제가 평소 좋아하는 아이템을 편하게 얘기했죠. 후드 톱, 폼폼 비니, 러플 드레스 등등 모두 제가 자주 입는 것들이에요. 특히 트레이닝 팬츠의경우, 아주 오래전 트레이닝 팬츠도 패션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이가 재현 언니이기에 이번에 꼭 포함하고 싶었어요.
KJH 정안 씨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인위적 요소보다 옷장에 있을 만한 아이템으로 채웠어요. 장윤주, 강승현과 함께한 캡슐 컬렉션에서 ‘럭키걸’을 얘기했다면 이번엔 ‘마드모아젤 슈에뜨’라고 이름 지었어요. 정안 씨의 일상은 ‘걸’보다 ‘마드모아젤’이라는 표현이 어울렸으니까요.
VK ‘마드모아젤 슈에뜨’라는 이름에서 파리지엔 스타일이 느껴져요.
KJH 의도한 건 아니에요. 좋아하는 아이템을 얘기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완성된 것 같아요.
CJA 재현 언니는 뼛속까지 파리지엔 감성이 있는 인물이에요. 언니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저도 닮아가는 듯해요. 파리에 자주 가본 건 아니지만, 마레 지구를 무척 좋아해요.
VK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만큼 친한데, 이번 작업을 통해 새로 알게된 사실이 있나요?
CJA 그동안 재현 언니가 ‘노력하지 않는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작업실에 드나들며 2016 S/S 컬렉션 준비 과정을 지켜보니 크게 오해한 걸 알게 됐죠. 누구보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디자이너였으니까요.
KJH 가수 시절, 3집 앨범 의상을 제작하며 인연이 시작됐는데, 그때만 해도 그저 예쁜 연예인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좀 힘을뺀, 그래서 오히려 세련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프랑스 여배우들이 레드카펫에 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화려한 드레스 차림이지만 자연스러운 메이크업과 흐트러진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죠. 그런 태도가 정안 씨에게 보였어요.
CJA 어릴 땐 없었던 여유, 혹은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이제 철들 만한 나이잖아요?
VK 15년 전부터 늘 ‘김재현표’ 룩을 즐겨 입었는데, 맨 처음으로 구입한 옷을 기억하나요?
CJA 물론이죠! 키가 큰 편이라 기성복 팬츠를 사 입으면 늘 어딘지 어색했어요. 동생옷을 뺏어 입은 듯 했죠. 재현언니로부터 아주 날렵하게 재단된 수트팬츠를 맞춰 입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그 팬츠를 입은 제가 뉴요커처럼 느껴졌어요. 그때는 뉴욕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KJH 저도 그 팬츠가 기억나요. 살짝 로우웨이스트 느낌의 팬츠였죠.
VK 서로를 위해 연말 파티 옷을 디자인한다면요?
KJH 파티라면 역시 몸매를 드러내는 드레스가 제격이죠. 정안씨는 모델 못지 않게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는 만큼 원 숄더, 혹은 튜브톱 블랙 실크 드레스를 만들고 싶어요. 헤어와 메이크업은 한 듯 안한 듯 자연스럽게!
CJA 재현 언니에겐 가죽 점프수트가 어떨까요? 제가 아는 여자 가운데 언니만큼 가죽 팬츠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KJH 그렇지만 이런 파티룩을 입고 특별히 갈 만한 곳이 없어요. 연말에도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성탄절 아침엔 교회갔다가 친한 친구들끼리 집에 모일 계획이에요.
VK 2016년은 두 사람에게 어떤 해가 될까요?
CJA 무엇보다 ‘마드모아젤 슈에뜨’가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재현 언니가 어학연수 가고 싶다는데 한몫 보태고 싶거든 요. 하하!
KJH 언젠가 따뜻한 나라로 떠나고 싶어요. 학교로 돌아간다는 건 다시 열정과 에너지를얻는다는 뜻이니까. 정안씨와 함께가면 영어실력이 늘지 않을 듯하니 서로 다른 곳으로 떠나야겠어요!
- 에디터
- 임승은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장소
- 키이츠 호텔(Keats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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