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의 꾸뛰르 리포트: 샤넬의 작업실이 런웨이가 되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장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라거펠트.
하얀 나무 문은 “아뜰리에 조세트”라는 이름과 카멜리아 꽃 한 송이로 장식되어 있었다.
프랑스어로 “작은 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꾸뛰르 장인들의 작업실인 파리 깡봉가의 샤넬스튜디오를 런웨이 무대로 재현한 것이다.
그랑 팔레에서 열린 샤넬 오뜨 꾸뛰르 쇼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작업에 몰두한 것처럼 연기한 장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작업 결과물을 무대 위에서 확인했다.
언제나 공방 혹은 무대 뒤에서 옷을 만들었던 모든 시간들, 샤넬의 클래식한 트위드에 들어간 셀 수 없는 바느질, 주머니를 알맞은 위치에 놓기 위해 들어간 모든 공을 기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르누보의 오브리 비어즐리에게서 영감을 얻은 칼의 “19세기 테이스트”를 완벽히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마 몇 주가 걸렸을 것이다. 스웨이드 부츠의 구겨진 디테일과 튜닉에 배치된 복잡한 꽃 모양 아플리케, 치마 밑단의 정확한 길이를 완성해내는 것 또한 오래 걸렸을 것이다.
칼이 갑자기 왜 패션계 최초로 샤넬 장인들의 작업을 전시했는지 나는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쇼 전에 칼과 스케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요즘 가장 뜨거운 브랜드 “베트멍”에서 부터 미우미우의 인터 시즌 컬렉션, 또 이와 같은 모든 브랜드들이 쉽게 오뜨 꾸뛰르 달력에 자리를 차지하는 점에 대해서 말이다. “오직 오뜨 꾸뛰르 만을 위해 샹브르 신디칼이 3일을 바치면 좋을 텐데,” 칼은 쇼 전에 말했다.
그런 의미로 런웨이에 등장한 장인들은 샤넬 꾸뛰르 하우스에서 “이거나 받아라!”라고 선언한 것처럼 보였다. 자수, 깃털, 신발 공방을 샤넬 하우스의 지붕 아래로 모은 샤넬은 어느 하우스보다도 꾸뛰르의 전통을 가장 많이 지원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물론 칼은 직원들의 명예에 브랜드를 걸기에는 너무 똑똑한 인물이기에 선명한 테마 위로 컬렉션을 완성했다. 베트멍이 완벽한 오버사이즈드 숄더 룩 때문에 패션을 뒤집고 있는 지금 시대에 걸맞게 어깨가 샤넬 오뜨 꾸뛰르의 포인트였다. 하지만 샤넬의 어깨 실루엣은 더 특별했다. 경사가 졌지만 패딩를 넣은 게 아니라고 칼은 장담했다. 오로지 꾸뛰르 장인들의 솜씨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샘 맥나이트의 부풀린 번 헤어와 매치된 어깨는 쇼의 주인공이었다.
수많은 디테일 덕분인걸까? 칼의 옷들은 한 피스씩 감상할 때 훨씬 더 멋있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발목 길이 드레스 위에 놓인 자수와 엉덩이 위에 배치된 주머니들은 숄더 라인과 절묘한 비율을 이뤘다. 그것이야말로 매우 우아하고 딱 코코 샤넬스러웠다.
“과거와는 별로 연관이 없는 살짝 모던하면서 그래픽적인 컷아웃이에요.” 물론 데이 타임을 위한 몇 개의 짧은 길이도 있었지만 주인공인 재킷의 비율이 대부분 미드 드레스와 어울렸다.
그런 것은 물론 꾸뛰르의 장점 중 하나이다. 고객들이 마음대로 리폼하고 스타일링 할 수 있는 길이와 실루엣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샤넬은 아주 멋진 컬렉션을 만들었고 이번 꾸뛰르 시즌이 요구하는 테일러링을 선보였다. 곡선적인 코트의 꽃무늬 장식이나 레이스 밑단이 살짝 보이는 심플한 화이트 드레스 등이 샤넬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은 장인들의 완성품들을 보며 “아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감동은 옷 때문이 아니라 칼의 아이디어들을 실현해낸 많은 꾸뛰르 장인들의 노력에서 유래된 듯하다. 무대 뒤에서 열심히 일한 분들에게 이런 감사를 보낸 디자이너 또한 대단하다.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Indigital, 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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