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INTO ATELIER – ① WIM DELVOYE (빔 델보예)
아틀리에는 한 예술가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한 인간의 열정과 고독, 자유와 욕망을 품은 일상의 통로이다. 창간 20주년을 맞이한 〈보그〉가 파리, 브뤼셀, 베를린, 도쿄, 뉴욕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찾아 ‘오늘의 예술’을 포착했다. 예술가의 시공간에서 출발한 패션 모먼트는 동시대성의 또 다른 기록이다. ▷ ① WIM DELVOYE (빔 델보예)
WIM DELVOYE in BRUSSEL
브뤼셀에서 차로 30~40분 더 달려 당도한 소도시 강(Gand)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보자르 예술 아카데미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 빔 델보예의 아틀리에가 있는 도시라는 사실 말이다. 80년대 초 보자르에 입학한 이후 내내 부적응 학생이었지만, 필연처럼 다다이즘을 만나 새 삶을 시작했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마다 뒤샹을 떠올린다는 그의 후예 빔 델보예. 4차원 천재 같은 그의 첫인상은 차치하고, 등에 문신한 돼지, 중세 귀족의 저택에서 뜯어온 듯한 대문(엄연한 작품이다), 왁스로 만든 똥 모형, 섹스할 때 맞물리는 남녀의 골반을 엑스레이로 찍은 사진 등은 이 고약한 ‘악동 예술가’와 공모자가 된 듯,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게 만든다. 이곳은 예술이 멸종해도 끝까지 ‘골 때리는’ 작품을 심을 극강의 다다이스트, 빔 델보예의 도시 ‘빔 시티’이기 때문이다!
빔 델보예는 그냥 예술가가 아니다. 예술이 인간 심신에 안정과 편안함을 준다는 명제는 개나 줘버리라는 듯, 아연실색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는 점에서 선동가에 가깝다. 인간의 소화기관을 재현한, 벨기에식 정찬도 며칠 후면 똥으로 바꾸어내는 기계 ‘클로아카(Cloaca)’도, 장과 뼈의 스테인드글라스로 표현한 창문도, 캔버스 같은 등을 가진 돼지를 키우기 위해 중국에 마련한 농장에 ‘예술 농장(Art Farm)’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현대 일상의 무용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결국은 아무리 귀중한 것(예술을 포함해)도 언제든 ‘똥’이 될 수 있는 세상의 부조리, 예술의 신성함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이다.
그런 면에서 빔 델보예가 불경한 예술이 갖추어야 하는 미학의 역설적 조건을 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고딕 양식의 조각, 페르시안 문양이 주는 숭고미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2년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안에 높이 11m에 달하는 작품 ‘쉬포(Suppo)’를 선보였다. 많은 관람객들은 매우 정교하게 만든 탑이라 여기고 말았을 테지만, 실은 나선형의 좌약이었다. 그는 타이어, 트럭, 트레일러, 수트케이스 등 철저히 기능적인 사물을 지나치게 정교한 고딕 양식으로 재현해왔다. 당시 루브르에 문신한 돼지를 갖다놓지 그랬느냐는 어느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 생각엔 이번 작품이 더 논쟁적입니다. 이걸 만드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리죠. 이런 행위는 매주 새로운 아트페어가 열리는 지금 같은 세상에서 범죄나 다름없어요.”
빔 델보예가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루브르의 ‘쉬포’를 꼽은 이유는 또 있다. “끝이 뾰족한 형태는 루브르에서의 나의 심리를 담은 비주얼입니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전설적인 예술가들과 경쟁하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매일 어시스턴트에게 이야기하지요.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보다 나아져라, 노트르담을 지은 기술자들보다 정교해져라, 그들도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일 뿐이다, 이것이 너를 새로운 열망, 새로운 자유로 이끌 것이라고 말이죠. 이런 기고만장함은 요즘 예술가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그의 예술적 야심 중에는 이란에 실제 갤러리, 레스토랑, 놀이 시설 등으로 가득한 ‘빔 시티’를 만드는 것도 있다. 지난 3월 테헤란 현대미술관이 이 불손한 작가를 첫 번째 외국 작가로 초청한 걸 보면 꿈이 실현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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