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아르디, 더 크리에이터
에르메스에서 신발 디자이너로 15년을 보낸 후, 주얼리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피에르 아르디. 하우스의 상징인 닻줄과 영원한 젊음의 상징, 펑크를 결합한 그의 주얼리 컬렉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샹 당크르 펑크 컬렉션은 에르메스의 주얼리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펑크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생각해도 흥미로워요! 에르메스는 매년 특정한 테마를 가지고 컬렉션을 준비한답니다. 2017년의 테마는 ‘오브제의 의미’였죠(오브제를 만든 장인의 열정, 오브제를 소유한 이의 생각, 오브제 자체의 기능 등 오브제와 연관된 다양한 의미). 난 스스로에게 질문했어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동시에 에르메스 주얼리가 될 수 있는 단순한 오브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안전핀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예요. 안전핀의 미덕은 단순함과 기능성, 보편성이죠. 나는 그걸 고귀하고 여성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펑크의 철학은 럭셔리와 완전히 상반되지만 나는 대조적인 것들을 결합하길 좋아하거든요.
서울에서 전시도 열릴 예정이죠.
이 컬렉션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난해 여름, 파리 생토노레 매장에서 첫 전시를 가졌어요. 가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베벌리힐스, 휴스턴을 거쳐서 서울에서는 3월 30일부터 열흘 동안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전시가 열립니다. 전시 공간은 허물어진 벽과 토템적인 돌무더기로 꾸며서 해체와 복원의 의미를 담았죠.
신발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주얼리 디자인에 도전하게 됐나요?
2002년에 에르메스 CEO 장 루이 뒤마가 주얼리 컬렉션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어요(안타깝게도 그는 2010년에 타계했습니다). 이미 15년 동안 에르메스에서 일했기 때문에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하우스의 언어를 탐험할 준비가 돼 있었죠. 어떤 도전을 맞닥뜨리게 될지 미리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주얼리 디자인에 대한 접근을 ‘탐험’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승마와 마구, 가죽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를 어떻게 금과 은 같은 값비싼 소재로 변형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을까에 대한 탐험이죠. 주얼리와 신발은 분명 두 개의 분리된 세계입니다. 궁극적인 나의 목표는 여성의 신체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아름다운 오브제를 디자인하는 거고요. 그렇지만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차이는 주얼리로 표현할 수 있는 크기가 다양하고 무한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주 작고 섬세한 것부터 거대하고 화려한 것까지 무엇이든 가능하죠.
디자이너로서 신발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주얼리만의 매력은 뭔가요?
나는 오브제를 사랑해요. 단순하게 들릴 거라는 거 잘 압니다. 그렇지만 나는 사물을 입체적으로 상상하는 걸 즐기죠. 아마도 그게 내가 옷이 아닌 신발을 디자인하게 된 이유일 겁니다. 신발이 보다 시각적으로 통제하기 좋은 오브제고, 그 점에서는 주얼리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단지 크기의 차이죠. 맞아요, 신발과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차이점을 꼽자면 그게 가장 크겠군요. 주얼리와 달리 신발은 디자인의 범위가 훨씬 좁은 편이에요. 단일한 사이즈, 단일한 크기, 단일한 오브제니까요. 그에 비하면 주얼리는 한계가 없어요. 그 점이 매력적입니다.
일반적인 의미로 주얼리의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주얼리는 에르메스에서도 고가의 오브제에 속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료가 비싸니까요. 그렇지만 실질적인 제작 비용을 넘어서 각각의 주얼리에 매겨진 가격은 대부분 상징과 환상, 그 주얼리를 제안하고 선택하고 구매하고 착용하는 이유 위에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주얼리는 영원히 지속되기 위해 만들어지죠. 불멸에 가까운,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라는 의미와 가치는 그 주얼리를 직접 착용한 사람만 느낄 수 있습니다.
오뜨 비주테리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어떻게 라인을 발전시켜왔나요?
아주 자연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시즌을 거듭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이 프로젝트가 나름의 페이스를 찾도록 충분히 기다리는 것은 에르메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이제 컬렉션이 훨씬 성숙하고 우아해졌다고 느낍니다. 10년 전, 15년 전에는 에르메스도 나도 주얼리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았으니까요. 요즘의 컬렉션은 보다 깊고 다양해졌어요. 나 역시 디자이너로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죠.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착실히 단계별로 이뤄진 진화였어요. 마치 인간처럼 에르메스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주얼리 컬렉션도 점점 더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고가의 원석을 예로 들어보죠. 원래 에르메스는 주로 실버 주얼리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골드 컬렉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엔 예전에 거의 사용한 적 없던 고가의 원석을 더했고요. 일종의 실험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석을 주얼리 내에서도 최고가인 오뜨 비주테리 라인뿐 아니라 골드와 실버 컬렉션에도 사용하고 있죠.
어떤 고객들이 오뜨 비주테리를 착용하길 기대하나요?
에르메스의 고객들은 전문가고 우리 하우스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습니다. 그들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객이죠. 패셔너블하고 의식 있으며 세련되지만 자신의 부를 드러내지 않는, 그런 소양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주얼리에서 최근에 관찰한 트렌드나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가 있나요?
오늘날 주얼리 디자인에 어떤 유행이나 추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 동시대 패션이 매우 하이브리드적이고 다양하게 결합돼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주얼리는 더 이상 갈라 파티나 행사처럼 격식 있는 자리에 갈 때만 착용하는 게 아니죠.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여자들이 주얼리를 일상복의 마무리처럼 캐주얼한 방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주 비싼 피스조차도요. 그 방식은 여러 개를 겹치는 것일 수도 혹은 강렬한 단 하나의 피스로 포인트를 주는 걸 수도 있어요. 여자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주얼리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착용하죠. 재미있는 건 활용도에 있어서 훨씬 유연해진 반면 흔한 코스튬 주얼리처럼 보이는 건 싫어한다는 겁니다. 장기적인 투자와 패션 아이템의 두 가지 역할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주얼리입니다.
- 에디터
- 송보라
- COURTESY OF
-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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