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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에게

2018.09.10

여성이 여성에게

‘워라밸’은 시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이루기 힘든 꿈 아닐까.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페기 팽 로에게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실질적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여성 직원의 업무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먼 인 리더십’을 진행하는 이유는 모든 직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입니다. 조직에서 남녀 성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한다면 훨씬 더 나은 실적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리더 포지션에 여성 직원의 비율이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여성 리더의 비율이 낮았던 이유에 대한 당신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직무의 종류에 따라 이유는 다릅니다. 총지배인(General Manager) 자리는 전통적으로 여성 비율이 20%에 머물렀고, 지금은 22% 정도를 유지해요. 남성에게 더 적합한 역할이라 생각하며 여성 스스로 그 자리를 원하지 않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 24시간 일해야 하는 이 직무는 여성이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를 비롯해 사회 전반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나요.
메리어트라는 조직의 중심을 이루는 신념으로 평등이 있습니다. 커리어를 통해 라이프를 변화시킨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제게는 아이가 둘 있는데,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회사에서 유연하게 직무를 조정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출장을 줄이는 게 가능해졌고 아이가 더 크면서 다른 직무를 맡을 수 있었어요. 결혼이나 육아로 직원 개인의 상황이 달라졌을 때 다른 직무를 하고 싶은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싶은지 여러 선택권을 주고 있습니다. 메리어트 근무 15년 차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시니어 리더의 50%가 여성이고 커머셜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CFO, 변호사, 커뮤니케이션 담당 리더들이 여성입니다. 앞서 언급한 ‘우먼 인 리더십’도 구체적 실행 방안 중 하나였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5년 전에 시작했는데, 여성들이 모여 각자 직면한 문제 혹은 도전 과제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했는지 구체적인 경험을 나눕니다. 그리고 여기서 형성된 여성 네트워크를 지원합니다.

중국 선전에서 진행된 우먼 인 리더십 컨퍼런스. 여성과 남성이 업무 환경에서 균형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업계 여성 리더와 토론을 통해 여행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는 자리였다.

여성 리더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수치적인 성과 외에 ‘우먼 인 리더십’의 가장 인상 깊은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여성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8개월 전 회의에 참석한 어느 직원이 생각납니다. 당시 총지배인이 되고 싶은 여성이 직면한 장벽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저는 과감하게 행동하라고 독려했습니다. 그 직원은 회의 참석 후 본국으로 돌아가 상사에게 “총지배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었고 처음으로 필리핀에서 여성 총지배인이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시행 후 올해 일본에서 최초로 여성 총지배인이 나왔고, 한국에서도 총지배인 두 명이 탄생했습니다. 많은 여성이 이런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고 제게 전해왔습니다.

여성 스스로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다른 여성이 조직 내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맡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올해는 ‘Dare to be’라는 주제, ‘Dare to be You’라는 부제로 진행했습니다. ‘진정한 자기 모습을 갖고 리더가 되어라, 두려움을 갖지 마라’라는 주제였습니다. 이렇게 매년 리더십에 관한 토픽을 쌓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관리하면서 나라별로 근무 환경과 사회 정서의 차이를 실감하나요.
20여 개국을 담당하고 있는데 국가별로 문화도 다르고 일하는 법, 리드하는 법이 다릅니다. 전반적으로 말씀드리면 여성은 재능이 있고 의지가 강해요. 하지만 리더 역할에 대한 용기나 기회가 부족했고 이제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바뀌고 있습니다. 4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트레이닝 세션에 참석했는데 여성들이 제 경험을 듣고 인상 깊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때도 여성들에게는 롤모델이 필요하고 스토리 공유가 필요했습니다. 누군가 조직 내에서 리더 자리에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문화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화나 규범보다 ‘Be Yourself’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좋은 조직 아닐까요. 메리어트에서는 다양한 관점이 중요합니다.

금융,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어떻게 호텔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그리고 호텔 업계에서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GE캐피탈에서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매우 좋은 훈련을 받았어요. 다양한 사업상 관행, 6시그마 경영, 리더십 등을 배웠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제게 새로운 길을 내고, 변화의 길을 걷는 DNA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다 커리어 코치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100%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하니 심플한 질문을 하더군요. “언제 가장 행복했느냐?”고요. 그래서 파티를 열고 여행 계획을 세우고 누군가에게 경험을 만들어주는 걸 좋아한다고 얘기했어요. 학교 다닐 때 회장직을 맡기도 했거든요. 커리어 코치는 거기에 힌트가 있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항공사와 호텔을 생각하게 됐어요. 호텔 산업을 살펴보니 기회의 세상이더군요. 호텔 산업에는 부동산, F&B, 디자인, 고객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어요. 호텔 업계로 옮긴 후 매일매일 행복합니다.

지금 메리어트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은 당신을 보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땠나요? 지금 자리까지 당신을 이끈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고 30대 후반에 아이를 가졌어요. ‘육아를 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나는 일하는 게 너무 좋은데.’ 걱정스러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실제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분을 본 적이 없었어요. 첫째를 가졌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둘째까지 생기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그때가 제겐 첫 교차로였습니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회사에 제안했는데 회사에서 흔쾌히 승낙했어요. 당시 리더는 근무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을 테니 전략에 집중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새로운 제안을 했어요. 고민하다가 시도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전략에 집중해 일하면서 새로운 열정이 생겼고,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당시 제안한 리더는 남자였는데 직원들에게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줬고 그 기회는 늘 좋은 성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아시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당시 아이들은 세 살, 다섯 살이었고, 남편도 풀타임 직업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도 리더는 가족들이 괜찮다고 하면 시도해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게 메리어트의 문화인데, 결정하기 힘들 때 그리고 잘 몰라서 모르겠다고 할 때 시도해보라고 권유하고 기회를 주곤 해요. 처음 1년 동안 남편은 미국에 그대로 머물고 저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일했는데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척 좋았어요. 이게 용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아시아로 오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생각 안 하고 그냥 왔다”고 얘기합니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스터 메리어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More’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도 ‘모어’ , 호텔도 ‘모어’라고 말씀하시곤 합니다. 저 역시 그 단어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커리어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커리어의 열정은 어떠한가’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메리어트는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는, 로컬과 글로벌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기회를 많이 주는 조직입니다. 처음 호텔 업계로 옮길 때 다시 한번 깨달았듯 사람들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마음 때문에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에디터
    조소현
    포토그래퍼
    김보성, COURTESY OF MARRIOTT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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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RIOTT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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