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이 뭐길래
공급과 수요 원리가 아닌, 발 빠르게 구매 신청해야 수요를 충족하는 시대. 신속히 매진되는 한정판 제품을 통해 뷰티 월드도 급변하는 유행을 따른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이 사실이라면 이 기사를 쓴 시점에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은 카일리 제너의 한정판을 손에 넣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을 것이다. 카일리의 스물한 번째 생일 기념으로 탄생한 아이섀도, 립스틱, 하이라이터 등을 모아놓은 생일 컬렉션이 태평양 표준시간 기준 오후 3시에 출시됐다. 컬렉션 전체 가격은 415달러. 심지어 작은 사이즈는 195달러에 육박하지만 팬들은 매진을 우려했다. 물론 나도 알림 설정을 해놓았다. 그녀의 팬도 아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며 나의 스물한 번째 생일조차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간지 오래지만, 다들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 정녕 그것이 알고 싶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신생 브랜드가 어찌나 많은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리둥절할 지경을 넘어 어지러울 정도다. 이들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SNS를 통해 종종 한정판과 작은 규모의 캡슐 컬렉션 형태로 선보인다. 그리고 이것은 전례 없는 화장품 소비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내게 있어 ‘화장품 구매’란 백화점 1층을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면서 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레드를 찾을 때까지 두 눈은 끊임없는 탐색으로 여념 없다. 보통 내 눈에 드는 것은 샤넬, YSL 뷰티 혹은 디올 같은 프렌치 레드였다. 나는 이것저것 직접 발라보고 망설이다 결국 하나를 고른 뒤 돈을 내며 다짐했다. 다 쓸 때까지 이것만 바르겠노라.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목표물을 겨냥하는 사냥꾼 같은 기술로 자신들이 쓸 화장품 구매를 계획하는 듯하다.
“뷰티 월드의 패러다임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어요.” ‘팻 맥그라스 랩’의 시크함을 이끌어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가 말했다. 메이크업계의 대모로 알려진 그녀는 3년전 파리 튈르리 정원에서 슈퍼모델들과 지나가는 시민들의 입술과 눈꺼풀에 신비한 골드 파우더를 바르며 인상적인 방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했다. 게릴라 스타일의 이벤트가 흥미의 불씨를 댕긴 것이다. 몇 주 후 그녀가 ‘골드 001’ 색상을 출시하자 온라인에서 몇 분만에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마케팅의 성공은 킴 카다시안(KKW Beauty)과 리한나(Fenty Beauty) 등 신세대 브랜드 창립자들이 화장품 업체를 은밀히 데뷔시키도록 이끌었다. SNS에서 이슈가 되거나 적어도 판매중단 사태를 야기함으로써 말이다.
한 사람이 예뻐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화장품이 필요할까? 문득 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계산해보니 그 숫자가 가히 놀라웠다. 미국의 경우 일반 여성이 평생 화장하는데 30만 달러를 소비한다. 이 돈은 맨해튼에 방 한 칸짜리 아파트를 살 정도는 아니지만 자녀 한 명을 사립대학에 보낼 수 있는 금액이다. 그리고 현재 추이를 살펴보면 그 액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광란의 먹이 쟁탈전을 조금 더 체감하고자 최근 출시 제품 관련 기사를 온라인으로 신청해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펜티 뷰티로부터 “이제 당신은 중독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팻 맥스라스 랩에선 “당신 어머니가 10% 절약하길 원해요”라는 메시지의 메일이 수신함에 들어왔다. 메일 속에서 팻은 “하고 싶은대로 과감히 함께 해봐요!”라고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대놓고 과잉 소비를 호소하며 광고하는 상품이 있을까? 나는 팻의 매트 트랜스 립스틱 라인을 클릭해 살펴보았다. 평소 내 스타일과 너무 다르게 전문가처럼 여러 단계로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다크 레드 벤데타’와 ‘엘슨’을 주문했다. 그리고 며칠 뒤 예쁜 디자인의 작은 상자에 각각 담긴 립스틱이 집으로 배달됐다. 안에는 보기 좋은 굵기의 막대기가 함께 동봉되어 있고 옻칠된 막대기엔 금색 입술 모양이 얕게 새겨져 있다. 일명 ‘사랑을 위한 수고’라고 불리는 립스틱으로 리치하고 매트한 데다 광택없이 오래 지속된다. 테스트 한 번으로 난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7월 말 팻이 신상 립스틱 10개를 발표했다. 난 그중 세 가지, ‘플레시 5’ ‘피버 드림’ ‘귀네비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출시된 지 일주일도 안 되어 이 세 가지에 여섯 가지를 추가한 275달러짜리 디바인 나인 키트는 매진되고 말았다. 솔직히 더 많은 립스틱이 필요하지 않은데, 나는 왜 자꾸 갖고 싶은 것일까?
“‘한정판’이 희소성에 대한 믿음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희소성을 희귀한 것과 연결시키죠.”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소비자 분석 센터장인 래비 다르 교수가 말했다. “더불어 그것은 소비에 관한 사고를 재인식시킵니다. 다시 말해 ‘내가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서 ‘내가 지금 당장 사지 않으면 구하지 못할 수도 있어’로 생각이 바뀌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수신 중인 이메일이 이 포인트를 분명히 주입시키고 있다. 어느 수요일 아침 KKW 뷰티로부터 이런 내용의 메일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크림 컨투어 & 하이라이트 키트 재입고!” 그로부터 이틀 뒤 금요일에 온 메일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다. “누드 립스틱과 립 라이너 드디어 입고!”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하루 이틀 정도 기다렸다. 아주 잠깐 지체한 것뿐인데 그 사이 그 세트는 매진되고 말았다.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화장품 이벤트 관련 해프닝 탓에 며칠에 한 번씩 ‘경고 피로’가 생겨나는 듯했다. 이 상태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지속적 신호가 주어지자 점차 알림에 탈감각화되는 의료 전문 인력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실제로 심각한 우려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펜티 뷰티를 사랑하는 친구에게 자극받아 리한나의 특별 에디션 ‘다이아몬드 볼 아웃 킬라워트 하이라이터’ 출시 일자도 메모했다. 이 고급 실버 일루미네이팅 파우더는 리한나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클라라 리오넬 파운데이션’에 혜택을 주기 위해 론칭 스케줄을 8월 1일로 잡았다. 출시일이 가까워지는 동안 나는 곧 떠날 그리스 여행 관련 일을 처리하고 집필하던 기사를 다듬었으며 아들을 위해 저녁을 차리는 데 얽매여 있었다.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누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들일까? “당신이 사랑하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니엘 마틴의 조언이다. 디올 뷰티 홍보대사이자 어니스트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컬러 컨설턴트인 그는 최근 해리 왕자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의 왕실 결혼식을 준비한 일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의 조언은 모든 연령대에 해당되는 것이다. 예로 프랑스 출신인 마틴의 할머니는 집을 나설 때면 꼭 립스틱을 발랐다. “저는 할머니께 다른 브랜드를 소개해드렸죠. 그런데 할머니는 늘 4달러짜리 레브론으로 유턴하셨습니다.”
내가 사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사랑하는 듯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알림이 올 때마다 솟구치는 아드레날린, 뭔가를 구하려고 애쓸 때, 특히 그것을 구했을 때 느끼는 희열 그리고 신제품이 도착했을 때 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다. 팻 맥그라스가 말했다. “메이크업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자유죠.” 나는 그녀를 믿고 싶다. 그렇지만 나의 욕망을 길들이고 내게 무엇이 효과적인지 아는 분별 있는 삶도 위대한 힘을 지닌다.
- 에디터
- 이주현
- 글쓴이
- LESLIE CAM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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