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가 아트를 만났을 때
셀럽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 가치에 반응하고 인플루언서 대신 전도유망한 아티스트를 지지한다. 아트 바젤에서 목격한 뷰티 세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화랑이나 박물관에서 심오한 작품을 마주할 때,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돈다. 초여름 다녀온 아트 바젤에서는 달랐다. 당대 수준 높은 예술품이 발표되는 이곳은 그야말로 ‘아트 올림픽’. 전 세계 미술계를 선도하는 화랑 300여 곳과그 화랑을 대표하는 예술가 4,000여 명이 참여하니 말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더없이 ‘쿨’하고 ‘힙’했다. 발렌시아가 ‘트리플 S’와 반스 ‘올드스쿨’이 공존하는 젊은 수집가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은 그곳으로 라프레리가 <보그>를 초대했다.
사실 라프레리는 예술·디자인과 돈독하다. 라프레리의 미니멀한 패키지와 매장 디자인은 스위스 건축계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작품에서, 스킨 캐비아 컬렉션의 시그니처 컬러는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이 애용한 새파란 ‘코발트 블루’에서 차용했으니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지난 몇 년간 라프레리는 폴 쿠다미(Paul Coudamy), 줄리앙 샤리에르(Julian Charrière), 마농 베르텐뤽(Manon Wertenbroek),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안철현 등과 협업하며 현대 예술계와의 관계를 더 견고히 했다. 그리하여 순회 전시는 물론 매년 바젤, 홍콩, 마이애미에 소재한 아트 바젤 ‘컬렉터스 라운지’에 색다른 설치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라프레리는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아트 바젤의 컬렉터스 라운지에서 ‘Eyes in Focus’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라프레리 그룹 CMO 그레그 프로드로미데스(Greg Prodromides)는 이번 주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눈이 시간의 흐름을 비추는 거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느꼈어요. 눈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죠. 따라서 아트 바젤의 주제를 통해 감정뿐 아니라 시선의 힘과 아름다움을 전달해야만 했어요. 같은 대상도 사람마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그룹 전시를 열기로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세 명의 스위스 출신 여성 사진작가 다니엘라 드로즈, 남사 로이바, 센타 시몬드가 이런 시선에 대해 탐구했다. 독창적 관점이 돋보이는 이들은 여성의 시선이 드러내는 힘과 내밀한 관점을 보여준다. “세 작가 모두 스위스 출신입니 다. 덕분에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했고 형언할 수 없는 스위스만의 섬세함이 작품에 깃들어 있어요.” 그레그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의 작품에는 정확성과 정밀성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물론 세 작가 모두 로잔예술대학교라는 훌륭한 학교의 졸업생이라는 점도 반가운 우연이죠. 로잔예술대학교는 분명 세 사진작가 각자의 예술적 역량과 형언할 수 없는 스위스만의 특성을 발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스킨 캐비아 아이 리프트 론칭을 위한 특별 전시 ‘Eyes in Focus’를 위해 다니엘라 드로즈는 관람객 에게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도록 했다. 관람객의 시선을 반사시켜 스스로를 향하도록 하는 거울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관람객의 시선을 낱낱이 파헤친 뒤 다시 그 시선을 관람객 스스로 마주하도록 설계했어요. 이를 통해 구성주의와 바우하우스를 따르는 사진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경험할 수 있죠. 다시 말해 통상적 관점의 법칙을 탈피한, 전혀 새로운 관점입니다.” 다니엘라의 설명이다.
남사 로이바는 시간에 대한 피사체의 인상을 이미지화하여 시간을 표현할 방법을 탐구했다. 남사는 컬러풀한 배경을 통해 흑백 기법이 돋보이도록 작업해 현재가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이중성은 스위스계 기니인이라는 두 가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개인적 고백이기도 하다. “시작점은 우리 안에서, 이 시간 속에서, 우리 삶에서 어떤 것이 지속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어요. 나의 작품이 감정, 시간, 경험을 어떻게 환기하는지 그것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여성을 클로즈업해 찍은 인물 사진을 작품으로 선보인 센타 시몬드는 어떨까. 그녀가 촬영한 대상은 전문 모델이 아니지만 오늘날 여성의 모습을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담았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진 속 시선은 흡입력이 있다. 사진 밖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에 관람객은 그림을 보듯 빠져든다. “이번 전시를 위해 감정에 따라 변하는 시선을 각기 다른 포즈와 태도로 풀어냈어요.” 센타가 말했다. “보통 ‘남성의 시선’은 대상화와 연결되고, ‘여성의 시선’은 내면의 성찰과 결부되죠. 이번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저의 시선과 공감하는 부분을 찾길 원합니다.”
-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La Prai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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