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찐 패피’ 조세호

2023.02.12

by 조소현

    ‘찐 패피’ 조세호

    1등을 바라기보단 1등에게 어울리는 청바지가 되고픈 조세호. 그래서 다시 찾게 되는, 지금은 조세호 시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조세호는 리모와 트렁크를 탈탈 끌며 오늘 <보그> 촬영장에 나타났다. “설레는 마음에 반신욕하고 부기 싹 빼고 왔어요.” 짙은 그린의 메종 마르지엘라 니트에 카디건을 걸치고 베이지색 팬츠를 입은 그는 말 그대로 ‘무심한 듯 세련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벨트 고리에는 크롬하츠의 주사위 모양 참 장식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가 끌고 온 리모와를 열자 일명 ‘조세호 소장품’이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딸려 나왔다. 셀린느 봄버 재킷, 샤넬 빈티지 데님 재킷부터 그의 몸에 맞춘 듯한 데님 쇼츠까지 ‘조세호 컬렉션’이 어느새 스튜디오 옷걸이에 척척 걸렸다. 어제 ‘극적으로’ 조세호의 집에 도착했다는 샤넬 로고 패턴 니트 후디가 옷걸이에서 유난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구할 길이 없어 샤넬의 본고장 프랑스에 주문한 지 3개월 만에 그의 품에 안긴 니트를 쓰다듬는 조세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줄줄 흘렀다. 해외 직구의 지난한 기다림을 아는 우리는 첫 번째 촬영에서 바로 그 니트 후디를 입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보그>는 읽는 대상이었지, <보그>에 실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패션 애호가 조세호의 세월을 생각한다면 <보그>와 조세호의 만남은 오히려 늦었는지 모른다.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등장하는 그의 드레스 룸은 거의 패션 스토어 수준이다. ‘조남지대’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에 동원된 옷을 모두 그의 드레스 룸에서 고르는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을 정도다. 브랜드 정체성이 한눈에 드러나는 스타일링을 즐겨온 탓에 놀림을 당하는 모습이 많이 비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조세호는 열과 성을 다하여 패션을 사랑한다. 원하는 아이템을 위해서라면 지구 반대편까지도 달려가고 패션계의 흐름에 민감하며 디자이너의 철학에도 깊이 공감한다. (tvN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에서 비쳤듯 패션 토크에도 진심이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조세호 지인에 따르면 패션 이야기로 사흘 밤낮을 보낸 적도 있다.) 조세호를 보호해주기도, 기분 좋게 해주기도 하는 패션 사랑은 결국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예뻐 보이는 바지 브랜드 ‘아모프레(Amoupre)’ 론칭으로 열매를 맺었다.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셔츠는 디올 맨(Dior Men), 쇼츠는 리바이스(Levi’s),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안경은 올리버 피플스 바이 룩소티카(Oliver Peoples by Luxottica).

    “키가 크지 않은 편이라 쇼핑과 동시에 수선집에 가야 했어요. 옷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잘려나가는 바지를 보면 늘 속상했죠. 옷이 체형을 보완해줄 수 있다면 더 신나게 옷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청바지를 ‘심히’ 좋아하는 그가 바지를 찾아다니고 입어보고 수선해본 숱한 경험은 ‘대한민국 평균 남성을 위한 현실 데님’ 탄생의 주재료가 됐다. “전문가들과 함께 기획부터 원단 고르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했어요.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절대 쉽지 않구나 싶었지만 설렜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팀원들과 회의 시간이 늘 기다려졌어요. 그리고 상상하던 것이 현실로 이어졌을 때 쾌감이란! 완성된 바지를 입었을 때 첫 느낌은 ‘또 다른 나를 찾은 느낌’이었죠(웃음). 주변에서 들었던 가장 감동적인 피드백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댓글이었고요(웃음).”

    캐시미어 카디건은 배리(Barrie), 셔츠는 보디(Bode at Matchesfashion), 데님 팬츠는 아모프레(Amoupre), 스니커즈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나태주 시인의 시구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처럼 아모프레 데님에는 예쁜 구석이 은근히 숨어 있다. 뱃살을 덜 부각시키기 위해 단추는 숨어 있고, 브랜드 로고는 뒷주머니 아래 은근히 새겨져 있다. “사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은 스타일이라 ‘옷 되게 잘 입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감사하면서도 부끄러워요.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막상 어쩔 줄 몰라 하는 양면성이 있어요. 뒷주머니 아래 살포시 있는 브랜드 로고는 제 감정 같아요. 앞으로도 깔끔하고 베이식하면서도 플러스알파가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저도 딱 봤을 때 특출하지 않지만 분명히 내력이 있는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조세호는 브랜드 이름인 아모프레를 직접 지었다.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나를 위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자기애, 자존감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아모르 프라퍼(Amour-propre)’, 줄여서 아모프레로 정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프랑스어가 좀 있어 보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웃음).”

    자존감은 조세호가 지나온 시간을 상징하는 단어다. “스무 살에 개그맨이 됐지만 오랫동안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지고 싶지 않았고 겉모습에 굉장히 치중했어요. 잘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내가 가진 것에 비해 과하게 옷을 입고 티가 나는 브랜드를 입었죠. 당시에 집에 돌아오면 공허했어요. 밖에 나가서 거짓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말이죠. 소외된 나지만 누군가 초대해줬을 때 옷을 예쁘게 입고 가면 그 자리에 누가 되지 않으리라 여겼던 부분도 물론 있고요. 그렇게 저렇게 패션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 옷을 입었다면 이제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를 위해 옷을 입어요. 좋은 원단의 옷을 입는 것도 내 살갗에 좋은 원단이 닿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고요.”

    이른바 ‘명품 사랑’으로 이런저런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빚내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첫 명품을 사던 경험을 들려줬다. “지금도 수입이 들어오면 일부분은 무조건 통장에 따로 모아둬요. 비싼 아이템을 많이 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버는 소득 안에서 소비하고, 이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돼요. 물론 가족에게도 잘해야겠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 나에게 마땅히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눈여겨봐온 아이템을 하나둘씩 사죠.” 그렇기에 조세호에게는 사연 없는 물건이 없다. 성공의 기운을 갖고 싶어 구입한 에르메스 윌렛, 한눈에 반한 흰색 밴드 위블로 시계 등이 그것이다. “위블로 시계를 사려고 정말 오래 돈을 모았어요. 매장 직원들이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자꾸 매장에 올까 궁금해할 만큼 자주 가서 들여다보곤 했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시계를 손목에 찬 날이 떠오릅니다. 비싼 시계 찬다고 욕먹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마음먹었죠. 물론 과소비로 보는 시선도 있겠죠. 하지만 절약하고 용돈을 모아 구입했을 때 찾아오는 만족감도 굉장히 커요.”

    더블 브레스트 재킷은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셔츠는 디올 맨(Dior Men), 안경은 올리버 피플스 바이 룩소티카(Oliver Peoples by Luxottica).

    최근 조세호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는 단연 샤넬이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여러 브랜드를 공부했는데, 도대체 샤넬이 뭐길래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 샤넬 운동화를 샀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희소성이 주는 만족감이 컸어요. 또 샤넬 가방은 자녀에게 대물림하곤 하잖아요.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게 느껴졌어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조세호는 ‘솔직히 말하면’이라며 운을 뗐다. “옷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옷 잘 입는 분들을 좋아해요. 안 어울린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저는 지디 씨의 패션을 아주 좋아해요. 음악도 잘하지만 자신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멋있어서 아티스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샤넬을 입은 지디가 정말이지 너무 멋져요.” 멋쩍은 고백을 마친 그에게 촬영장 신발장에 놓인 ‘다이아몬드 퀼팅이 고운 샤넬 로퍼’의 주인인지 물었다. 물론이었다. “전국에 40 사이즈가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과감하게 ‘플렉스’ 했죠. 남자 코미디언 중에 샤넬 입는 사람이 없으니 먼저 입어야겠다 싶기도 했습니다(웃음).”

    ‘트렌디한 옷’에서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패션 취향이 바뀌는 사이, 조세호의 본업에는 전환기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개그계는 공격하는 캐릭터에게 조명을 비췄다. 다른 사람을 빛내주는 역할을 자청하는 조세호에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패널 자리 어디든 열심히 임했으며 남을 깎아내리기보다 스스로 망가졌던 조세호의 청정 구역에 빛이 든 건 시대의 변화와 맞물리면서부터다. 예능 프로그램 트렌드가 바뀌었고, 개그를 가장한 무례한 언어에 불편함을 느끼는 목소리가 생겼다. 대기조처럼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르든 달려가 얼굴을 비치던 그는 어쩔 줄 모르는 태도와 억울한 리액션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입었다.

    ‘당하는 캐릭터’가 된 것은 다른 개그맨들과 다른 기질 때문인지 묻자 조세호는 곰곰이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솔직한 사람이에요. 그동안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의욕 과다로 잘 못할 때가 많았어요. 마음은 나서고 싶은데 못 나서는 경우도 굉장히 잦았고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누군가가 먼저 해야 그다음에 하는 식이었어요. 그래도 항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저를 편안하게 여기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누군가가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그렇게 막 알아내고 싶진 않아요. 상대방이 숨기고 싶은 걸 들춰내서 웃기는 건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러고 보면 인터뷰 내내 조세호는 ‘솔직히 말해서’라고 하고는 조금 전과 다를 바 없는 솔직한 얘기를 이어갔다.

    셔츠와 버뮤다 팬츠, 니삭스는 펜디(Fendi).

    잘 들어주는 능력. 조세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만나 그 능력을 백분 발휘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는 역할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는데 ‘부끄러워서 물어보기 힘든데 사실은 궁금한 질문’이 조세호의 전문 분야가 됐다. “출연자들 각자 종사하는 분야가 다르지만 <유 퀴즈>에 나온 순간만큼은 같은 반 친구로 여깁니다. 같은 반 친구는 다 똑같잖아요. 그 친구와 진짜 가까워지고 싶어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어요. ‘너희 아버지 뭐 하셔?’, ‘아버지가 군인이면 엄하시겠다, 근데 군인이시면 돈 많이 버셔?’ 같은(웃음). 다른 애들이 ‘네가 물어봐주면 안 돼?’ 할 법한 질문을 제가 하고 있어요.” 그 질문은 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곤 해 토크쇼 분위기는 금방 부들부들해진다. 지키고자 하는 원칙은 명확하다. 나에게 하면 불편할 듯한 질문은 절대 하지 않는다. “혹시 불쾌하지 않을까? 그래도 해볼까? 이런 질문은 아예 하지 않아요. 할까 말까 한다는 건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에요. ‘해도 될 것 같은데’만 해요.” 변한 건 없다. 조세호는 원래 그랬다고 했다. 이런 정중함과 조심스러움은 개그의 장벽이 되기도 했다. “아무런 장벽 없이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저는 못하겠더라고요. 어떡하겠어요.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옳죠.”

    <유 퀴즈>에서 유재석은 조세호를 ‘자기야’라고 부른다. 자신을 뜻하는 1인칭이지만 2인칭에게도 두루두루 부를 수 있는 유용한 호칭. “‘자기야’를 통해 또 다른 연결 고리가 생겼어요. 재석이 형의 ‘자기야’는 ‘다른 누군가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도 너한테는 어느 정도 할 수 있어’라는 의미를 갖는 호칭인 것 같아요. ‘날 생각해주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더 가깝게 느껴지죠.” 둘로 인해 ‘자기’는 더욱 다정하고 친밀한 호칭으로 떠올랐는데,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했던 감정이기도 했다.

    집업 재킷은 프라다(Prada), 데님 팬츠는 카사블랑카(Casablanca), 하이톱 스니커즈는 로에베(Loewe).

    지난해 <온앤오프>에서도 무해한 조세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20년 가까이 불이 켜진 카메라 앞에서 활동했으면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어색하고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카메라를 너무 의식했다며 아쉬워했다.) 적정 체중으로 사십이라는 나이를 맞이하고 싶다는 건강한 바람으로 체중 감량하는 과정도 공개했다. 개그맨 동료들과 개인기, 아이디어, 에피소드를 ‘아나바다’ 하듯 나누는 모습은 초식동물들의 반상회를 연상시켰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주변에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가진 걸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같이 고민하는 동료들이 대부분이에요. 동료가 잘되면 얼마나 좋아요. 지금의 나를 누군가가 도와줬다면 나 역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가 중요해요. 같이 시간을 보낸 동료들은 서로 힘을 실어주거든요’라고 말했다.)

    남창희와 결성한 듀오 ‘조남지대’ 활동에도 더없이 진심이다. 노래 부르기를 너무 좋아하고 ‘조세호, 남창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시작한 조남지대는 다섯 곡 정도를 발표했다. 다만 조남지대의 노래에서는 연인과 이별 후 마신 소주 냄새가 난다. “우리 이야기를 노래로 담아보자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술 마시고 그녀를 그리워했던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평소 음악 취향도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담은 발라드예요. 이런 점이 녹아든 것 같아요. 카더가든의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 주현미 선배님의 ‘한 걸음 한 걸음’, 이선희 선배님의 ‘인연’ 같은 곡을 엄청 좋아해요.” 1년에 두 곡씩 꾸준히 발표하고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 조남지대의 최종 목표다.

    쇼츠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덕분에 댓글에는 “조세호 요즘 호감이다”라는 평이 많다. 한때 비호감으로 여겨진 적도 있었다. 시대가 바뀐 걸까, 당신이 바뀐 걸까 묻는 질문에 조세호는 “둘 다”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이런 옷도 저런 옷도 입어보면서 원래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지금도 끊임없이 고치고 입어보며 부단히 노력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좋아해주든 그렇지 않든 조세호란 사람의 원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그래도 85%는 보여드리고 있지 않나 싶어요.” 스스로에 대한 기준점이 낮은 조세호는 1등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1등의 옷에 맞춰 입을 수 있는 청바지였으면 좋겠다. 입어보고 괜찮으면 또 찾겠지 하는 마음이다. “20대에 막연하게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너무 많이 했는데 이루지 못하니까 상실감에 사로잡혀 살았어요. 서른을 넘으면서 ‘생각만 해서 뭐 하나,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를 갖고자 했는데 그런 뒤부터 일이 잘 풀렸어요. 개그맨만 됐으면, 무대에서 웃기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했던 저이기 때문에 진짜 감사하며 일하고 있어요.” 매일매일이 보너스라고 여기며 일한다는 조세호가 20년 동안 개그맨으로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는데 자존심이 허락을 안 했고 다른 것을 잘할 자신도 없었어요. 어찌 됐든 우리 어머니, 아버지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었고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매일 열심히 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남희석 선배, 유재석 형, 김구라 형 등 주변 사람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제가 땀 흘리고 버티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결국 시청자분들이 ‘진짜 열심히 하네’ 하고 박수를 쳐주셨어요. 여기 오기까지 꽤 오래 시간이 걸린 사람이라 ‘아직도 여기 있어서’가 요인이지 않을까요.”

    시대가 바라는 유머라는 거대한 주제를 물었을 때 조세호는 거창한 대답 대신 ‘자기가 해야 할 일’에 관해 말했다.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그들에게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에요. 나중에 MC가 되면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다 같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세상에는 반드시 웃어야 할 일이 있어야 해요. 저는 그 일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는 게 숙명이기 때문에 노래든 패션이든 방송이든 인간관계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이토록 웃음을 통해 우리의 안녕을 바라던 개그맨이 있었던가. 문득 팬츠 아래 ‘안녕’이라고 수놓은 그의 하얀 양말이 보였다. “어떤 분들은 저를 보고 너무 진지하다며 재미없다고 해요. 그런데 저라는 사람이 원래 그래요.” 웃겨야 하는 숙명에 따라 우리는 <보그> 화보를 본 ‘큰 자기’ 유재석의 반응을 예상하며 오늘 만남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세호는 퀴즈 프로그램 버저를 누르듯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야, 과하다.”

    에디터
    조소현
    패션 에디터
    허세련
    포토그래퍼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헤어 & 메이크업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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