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칸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보석과 천연자원
아프리칸 디자이너들이 대륙의 방대한 유산인 보석과 천연자원을 집중 조명한다.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는 약탈에 시달려왔다.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의 엄청난 물질적, 문화적 자산을 빼앗고, 파블로 피카소, 수잔 벨페롱(Suzanne Belperron) 같은 아티스트들이 예술적 영감을 앗아간 것이다. 주얼리 디자이너 바니아 렐르스(Vania Leles)는 이 복잡다단한 대륙을 단일 개체로 다루고 ‘이국적’ ‘종족적’이라는 의미 없는 말을 사용하는 책을 이제 고칠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속담 중에 ‘사자가 쓰는 법을 배울 때까지 책은 늘 사냥꾼을 중심으로 다룬다’라는 말이 있죠.” 렐르스는 아프리카가 지닌 풍성함과 다양성을 작품에 반영하고 사회의식을 갖춘 보석 브랜드에 대한 새 기준을 마련하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출신의 열정적인 여성 보석 디자이너다.
렐르스는 세상의 존귀한 보석 상당수가 아프리카에서 비롯됐지만, 아프리카에 기반을 두거나 아프리카 출신의 저명한 보석 디자이너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17년 전 이 업계에 발을 내디뎠을 때, 저 같은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프리카 여성으로서 제 경험을 공감하는 사람조차 찾기 힘들었죠.” 기니비사우(Guinea-Bissau)에서 태어난 그녀는 그라프, 드비어스, 소더비에서 10년 정도 일한 후 2011년 반렐르스(Vanleles)를 설립했다. 아주 미묘한 방식으로 디자인에 자신의 헤리티지를 접목한다. 강렬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를 세팅한 인챈티드 가든(Enchanted Garden) 플로럴 이어링이 대표적인 예로, 전통 바틱 프린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객이 그 화려함에 끌리는 만큼, 재료 선정 역시 매혹적이다. 이를테면 아웃 오브 아프리카 시리즈는 모잠비크 장인 광부들로부터 공급받은 루비로만 제작했다. 그 사실을 알면 작품에 사용된 보석 하나하나가 더 의미 있어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렐르스는 파인 주얼리를 배운 것, 유럽에 살면서 다양한 것을 접한 것에 감사한다. 사업을 키워가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가 아프리카에서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놓지 않는다. “그 기술과 풍성함을 아프리카 대륙에 되돌려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곳을 기반으로 하는 아프리카 브랜드가 더 많이 나올 겁니다.”
셀마 웨스트(Thelma West)는 나이지리아에서 나고 자랐으며, 런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아주 수월하게 이 두 문화의 조합을 미학적 특징으로 승화시킨다. “나이지리아와 영국의 특징을 반씩 작품에 접목했어요.” 소호에서 사전 예약제로 매장을 운영하는 이 주얼리 디자이너가 말한다. 웨스트의 시그니처 슈가케인(SugarCane) 모티브는 라고스의 가족 파티에 먹던 어린 시절 간식에 대한 추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세이즈 임브레이스(Sade’s Embrace) 컬렉션은 플렉서블 골드 와이어를 사용한 핸드메이드 작품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나이지리아 여성이 많이 착용하는 우븐-골드 장신구를 참고한 것이다. “그만큼 진정성 있게 깊이 파고들고 ‘이게 바로 나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라고스에서 성장한 그녀는 크고 두툼한 주얼리가 여성 패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으며, 화려한 패턴의 앙카라 패브릭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고 전한다. 하지만 작은 크기의 보석 디자인과 다이아몬드의 광채에 이끌렸다. 런던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후 HRD(Hoge Raad voor Diamant) 앤트워프에서 다이아몬드를 공부했으며, 트레이딩에 종사한 뒤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했다.
직접적인 다이아몬드 트레이딩 경험은 웨스트 같은 기업가들이 책임 있는 광물 유통을 사업에 접목하고 고객에게도 그런 의식을 심도록 돕고 있다. 사타 마투리(Satta Matturi)는 20년 가까이 드비어스 마이닝 컴퍼니(De Beers Mining Company)에서 다이아몬드 감정사로 일했다. 시에라리온(Sierra Leone) 출신으로 보츠와나와 런던에서 주로 살았던 마투리는 그 경험을 토대로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Gaborone)에서 광물 공급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지 채굴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고 현지 커팅 업체와 폴리싱 업체에 일을 의뢰한다. “다이아몬드 채굴국에서 커팅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나름의 방식으로 보여줬어요. 보츠나와를 다른 나라에 홍보하는 방법이기도 했죠.”
“아프리카 대륙이 지닌 풍성함과 현지인의 빈곤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에메파 콜(Emefa Cole)이 말한다. 그녀는 가나에서 태어나 거의 30년간 런던에서 살고 있다.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힘을 보태는 콜은 오로지 단일 광산에서 생산한 금만 사용한다. 원산지를 제대로 추적하기 위해서다. 케냐 아모르 젬스(Amor Gems)의 오너 마빈 왐부아(Marvin Wambua) 같은 사람들로부터 공급받은 원석을 재료로 한다. “그 원석은 무척 아름다워요. 중간상이 없다는 게 특히 마음에 듭니다. 원산지 정보가 누락될 일이 없어요.” 그녀가 만든 작품에는 가나의 본질이 잘 담겨 있다. 가나 금세공사로부터 배운 기술부터 커다란 조각품 같은 디자인에 영감을 준 풍경과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꾸준히 질문하고 작품을 개선하도록 가르쳐준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의 은사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두 나라가 융합해 탄생한 산물이죠. 제게는 이 두 곳의 결합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저만의 독특한 뭔가가 탄생하니까요.”
열렬하게 보석을 수집하는 패션 디자이너 듀로 올로우(Duro Olowu)는 아프리카계 보석 디자이너가 이목을 끄는 것이 마땅하며, 그들이야말로 아프리카 디자인의 클리셰를 거부하고 작품에 독창성을 부여한다고 전한다. “그들의 작품은 도회적이지 않아요. 우아합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젊은이에게 영감과 존엄성, 일감을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VK)
- 글
- JILL NEWMAN
- 삽화
- DIANA EJA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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