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에르메스의 상징 ‘켈리 백’이 주얼리로 재탄생한다면?

2021.12.20

by 황혜영

    에르메스의 상징 ‘켈리 백’이 주얼리로 재탄생한다면?

    에르메스의 상징과도 같은 ‘켈리 백’이 목걸이, 팔찌, 반지 등과 같은 주얼리로 재탄생했다. 이 전설적인 가방을 탁월하게 해체하고 재해석한 에르메스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와의 대화.

    “켈리는 사이드 스트랩, 회전 잠금장치, 플레이트, 네 개의 스터드로 구성된 기능적인 백이다. 켈리 주얼리 또한 기존 컬렉션을 재해석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통해 완성한다.”

    시대의 아이콘 ‘켈리 백’이 주얼리로 재탄생했습니다. 잠금장치나 키 홀더 같은 요소를 주얼리에 직접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켈리모르포스’ 컬렉션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요? 

    켈리 백은 에르메스의 전체 스타일을 함축하는 대표적인 오브제입니다. 고도의 진귀함와 정교함, 간결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표현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켈리 백은 그 자체로 에르메스 아름다움의 상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켈리 백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에르메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우스의 초상화이자 에르메스 여성의 초상화인 셈이죠. 이렇듯 켈리 백이 다양한 요소를 상징하기에 그것을 관찰해 좀 더 진귀한 소재로 변형하는 작업이 흥미로웠습니다. 우선 저는 키 홀더, 자물쇠, 잠금장치, 스트랩, 가방의 비율과 전체 형태 등 켈리 백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요소에 주목했는데요, 이들 구성 요소를 각각 분리해 각기 다른 사이즈와 골드, 다이아몬드 및 다른 스톤과 같은 각기 다른 재료로 변형함으로써 각 구성 요소가 지닌 완벽함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가죽 백을 주얼리로 변형하는 작업은 가죽과 금속을 좀 더 진귀한 재료로 변형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하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죠.

    에르메스의 상징과도 같은 가방 디자인을 주얼리로 변형하고 재해석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요? 혹시 우려한 점이 있다면?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바로 디자인의 간결함과 형태의 순수성이었습니다. 켈리 백의 전체 형태를 표현한 피스와 스트랩같이 켈리 백 구성 요소 중 한 가지만으로 구현된 네크리스나 브레이슬릿 제품에서 모두 볼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를 통해 형태의 심플함, 시대 초월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각각의 오브제 모두 개별적으로 놓고 보아도 디자인이 매우 훌륭하면서도 간결하기 때문에, 형태의 심플함과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한곳에 고정되지 않는 신체의 움직임과 그것을 포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이런 관찰이 주얼리 디자인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나요?

    우선 주얼리는 신체의 움직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의 움직임을 동반해야 하고 편안해야 하며 착용이 즐거워야 하고, 착용하는 사람이 함께하는 주얼리의 움직임을 즐겁게 느껴야 합니다. 자유로움은 모든 여성이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이는 주얼리를 선택하면서도 여성들이 스스로를 위해 행하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자유로운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유로움이란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요, 첫 번째는 움직임의 자유로움, 즉 움직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고, 두 번째는 정신의 자유로움, 즉 선택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여성이 각각의 다른 피스를 다양한 스타일에 각기 다른 수량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요.

     건축과 예술에서 영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빈첸초 데 코티스가 작업한 당신의 파리 아파트는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성을 놓치지 않는 성향을 잘 반영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은 어떤 상호작용을 할까요? 패션을 디자인하는 당신에게 건축에 대한 깊은 조예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는 곳의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사는 집을 언급해주셨는데요,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사는 곳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바닷가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배경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줄곧 파리에서 자랐는데요, 태어날 때부터 봐온 모든 것이 제가 좋아하는 것에, 제가 사물을 옮겨 표현하는 방식과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이것이 소위 말하는 문화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우리 모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환경에 의해 형성된 문화와 함께합니다. 디자이너는 변형하고 옮겨 표현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초월하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직업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지만, 저의 일이자 저의 즐거움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이것을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변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역사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조합해 미래지향적인 것을 만들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제가 하는 일은 모두가 보고 누리는 환경을 변형해 새로운 형태를 생성하고 놀라움을 창출하며 새로운 오브제와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에르메스의 고객이 켈리모르포스 라인의 자유로움과 대담함을 어떻게 이해하고 착용하길 기대하나요? 

    주얼리를 디자인하면서 그것을 누군가가 착용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전에 자유로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현대 여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이기에 언제나 흥미로운 포인트는 바로 놀라움입니다. 각각의 여성들이 어떤 피스를 선택할지는 제가 예상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는 영역입니다.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피스, 무게감 있는 피스, 눈에 띄는 화려한 피스, 은은한 피스 등 다양한 종류를 포함시킴으로써 컬렉션이 낼 수 있는 효과의 적절한 대조와 균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중 무엇을 착용할지 최종 선택하는 것은 결국 여성들의 몫이며, 이는 제가 계획할 수 없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2001년 에르메스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래 2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년간 에르메스의 주얼리 컬렉션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나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시작할 때만 해도 주얼리 컬렉션은 주로 실버 제품이었고, 주얼리는 에르메스 내 신생 카테고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주얼리는 매우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아 컬렉션의 상당 제품을 골드 소재로 제작하죠. 특히 10년 전부터 2년에 한 번씩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매우 진귀한 보석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특히 지난 10년에 걸쳐 에르메스는 명실상부한 주얼리 하우스로 자리매김했고 주얼리 업계의 핵심 주체로 성장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확고하고 특유한 정체성 덕분에 에르메스의 주얼리 컬렉션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습니다. 아마도 에르메스가 애초에 주얼리 하우스로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에르메스의 주얼리 컬렉션은 오래전부터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가죽, 실크, 승마용품 등의 제품과 연장선 위에 놓여 있고, 이들로부터 미적 영감을 얻어 제작하기에 다른 주얼리 하우스와 차별화되는 확고한 정체성을 지닙니다. 주얼리는 에르메스가 품은 세련미와 진귀함을 가장 확고하게 표현하는 매개체입니다.

    켈리모르포스 컬렉션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피스가 있다면?

     ‘켈리 가브로쉬’ 다이아몬드 네크리스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자유로움을 가장 효과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피스이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에르메스의 여성은 매우 클래식하면서도 조용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에르메스의 여성은 활동적이고 승마를 즐기며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현대적이고 매우 자유로운 여성입니다. 저는 켈리 가브로쉬가 도발적인 피스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랩만 따로 떼어 네크리스로 변형하는 것은 에르메스 클래식의 상징인 켈리 백에 대한 자유로움의 제스처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켈리 가브로쉬 네크리스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켈리 백을 구성하는 각각의 오브제와 요소를 하나씩 따로 분리해 주얼리로 변형했습니다. 이러한 주얼리를 보고 난 뒤 켈리 백을 다시 바라본다면, 켈리 백의 완벽함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요소를 좀 더 세심하고 주의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에디터
      황혜영
      포토그래퍼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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