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별이 지다
한국 영화계의 큰 별, 배우 강수연이 안타까움 속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55세. 갑작스러운 비보에 동료와 팬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강수연은 며칠 전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가족과 소속사 측은 수술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경과를 지켜봤는데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릅니다. 영화계는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위원회는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으로 구성됐습니다.
4세에 아역으로 데뷔해 평생 배우로, 한국 대표 영화인으로 살아온 강수연. 아역 시절 하이틴 스타로 유명해진 그녀는 21세인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2년 뒤인 1989년에는 비구니 역을 맡아 삭발까지 감행하며 출연한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죠.
강수연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연산군>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1980년대 충무로를 장악했습니다. 1990년대에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수많은 흥행작에 출연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당시 드라마 중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SBS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을 맡으며 안방극장에 복귀했습니다.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다시 한번 존재감을 확고히 했죠. 이후 영화 <한반도>, <달빛 길어올리기>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영화를 향한 강수연의 사랑은 끝이 없었습니다. 강수연은 한국 영화를 위한 일에는 늘 두 팔 걷고 앞장섰습니다.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에 적극 나섰고, 2015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9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정이>는 그녀의 유작이 되었습니다. 비록 강수연은 떠났지만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정이>를 통해 그녀를 만날 예정입니다.
강수연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한국 영화계에 남긴 발자취는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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