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시선을 사로잡는 한 끗 차이, 발렌티노의 스터드 백_#아이코닉 백

2022.10.05

시선을 사로잡는 한 끗 차이, 발렌티노의 스터드 백_#아이코닉 백

'Pink PP 컬렉션' 행사장 전경.

'Pink PP 컬렉션'으로 물든 프레젠테이션 현장.

지난 9월 21일, 서울 잠원지구가 온통 핑크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발렌티노의 2022년 F/W 컬렉션 ‘발렌티노 핑크 PP’ 론칭 파티 때문이었죠. 우아한 이탤리언 패션을 대변하는 26개의 룩을 선보인 가운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 색상을 휘감은 채 등장한 공효진, 이종석, 마마무 화사, 김나영의 모습은 한강을 탄성으로 가득 채우게 했어요.

'Pink PP' 컬렉션 행사에 참석한 화사.

'Pink PP' 컬렉션 행사에 참석한 공효진.

'Pink PP' 컬렉션 행사에 참석한 이종석.

'Pink PP' 컬렉션 행사에 참석한 김나영.

네온 핑크와 푸크시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것 같은,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이 색상의 이름은 ‘핑크 PP’. 메종 발렌티노는 색상의 명가 팬톤사와 협업해 이 색상을 창조했어요. 이를 두고 메종 발렌티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핑크 PP’ 컬렉션의 PP는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이름을 약자로 표기한 거예요.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새로운 컬렉션에 흉내 낼 수 없는 뉘앙스를 더하기 위해서죠.” 그러고 보니 발렌티노는 일찍이 컬러가 지닌 힘을 활용해온 하우스였어요.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60년 이탈리아에서 창립한 이래, 하우스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레드를 활용했거든요. 완벽한 이탤리언 테일러링과 드레이핑 룩에 방점을 찍듯 선명한 색상은 현대적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발렌티노 레드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지난 5월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젠데이아의 드레스가 그렇고, 2022년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플라워 드레스 역시 레드 색상이에요. 이런 발렌티노 레드와 새로 등장한 핑크 PP 색상의 공통점은? 발길을 돌려 바라보게 만들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는 점입니다. 강렬한 컬러와 함께 메종 발렌티노를 대표해온 또 다른 요소로 스터드 장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터드는 건물 벽면을 장식하는 깎은 돌 블록을 일컫는 절단석의 모양에서 유래했어요. 이탈리아인들이 부냐토(Bugnato)라 부르는 이 모양은 메종 발렌티노가 위치한 로마 시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팔라초 스타일의 건물 외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010년 발렌티노 하우스에 처음 등장한 스터드 장식은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내는 비장의 무기입니다. 레드 색상이 그렇듯 말이에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발하는 메탈 조각은 매끈하고 우아한 아이템에 현대적인 개성을 더했고, 이내 스터드 장식은 락스터드 백, 슈즈, 의류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그렇게 메종 발렌티노를 상징하는 요소가 된 스터드 장식 가방은 이후 락스터드 스파이크 백, 로만 스터드 백, 그리고 원 스터드 백 등으로 진화해왔어요.

'Valentino The Beginning' 행사에서 원 스터드 백을 든 레오니 한느.

화이트 원 스터드 백으로 드레스업한 메건 마클.

'Pink PP 컬렉션'으로 탄생한 원 스터드 백.

'Pink PP 컬렉션'으로 탄생한 원 스터드 백.

2008년부터 메종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해온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지금 가장 앞세우는 가방은 하나의 커다란 스터드가 한가운데 과감하게 자리한 원 스터드 백입니다. 2022년 S/S ‘랑데부’ 컬렉션에서 처음 공개된 원 스터드 백은 이전의 가방과 마찬가지로 심층적 연구와 장인 정신이 엿보이는 작품이죠. 마감 선을 감추는 리버스 바느질은 정교한 만듦새와 견고한 구조를, 그리고 스터드를 얹은 자석 잠금 장식은 원 스터드 백의 직관적인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맥시, 라지, 미디엄, 스몰, 미니, 마이크로 사이즈로 여섯 가지 크기를 갖춘 원 스터드 백은 나파 가죽, 그레인 송아지 가죽, 라인스톤 소재로 선보입니다. 호보 백, 핸드백, 톱 핸들 백, 체인 백, 클러치 디자인은 출근부터 이브닝 파티까지 모든 순간에 잘 어울리죠. 스터드 특유의 젠더리스한 매력 덕에 남자가 들어도 매력적이고요. 색상 또한 다양합니다. 블랙, 붉은빛이 도는 갈색인 진저브레드, 회갈색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퐁당, 라이트 아이보리같이 매일 찾게 되는 색상부터, 옐로, 울트라 머린 그린, 울트라 그린, 프룬같이 룩에 즐거움을 더하는 색상, 그리고 메종 발렌티노의 새로운 색상인 핑크 PP까지, 화려한 라인업에 선택 장애가 올 지경!

메종 발렌티노를 대표하는 요소인 스터드를 가장 동시대적으로 표현한 원 스터드 백. 이 가방의 매력은 지난 3월 하우스가 선보인 ‘발렌티노 온 캔버스(Valentino on Canvas)’ 캠페인을 통해 부각된 바 있어요. 이는 예술과 문화 육성을 지원하는 발렌티노의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인 오 드 라발(Oh de Laval), 조르지오 셀린(Giorgio Celin), 에밀리오 빌랄바(Emilio Villalba)와 협업했습니다. 각각의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예술적 가치관을 담아 원 스터드 백을 재해석했죠. 협업에 참여한 콜롬비아 출신 아티스트 조르지오 셀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밀리오 빌랄바(Emilio Villalba).

조르지오 셀린(Giorgio Celin).

오 드 라발(Oh de Laval).

“패션을 주제로 한 작품 활동을 좋아합니다. 옷이 주는 힘과 옷차림에 따라 변화하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왔거든요. 발렌티노처럼 큰 영향력을 지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콜롬비아 예술가 최초로 나를 표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폴란드-태국 태생 아티스트 오 드 라발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 작품과 원 스터드 백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 강렬한 첫인상입니다. 색상과 디테일, 클래식한 터치가 그 뒤를 따르죠. 패션과 예술의 만남이라 할 수 있는 나의 작품, ‘Broken Girls Blossom into Warriors’는 원 스터드 백을 착용할 때와 같은 힘을 느끼게 해요. 한번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로만 스터드 백을 착용한 두아 리파.

'Pink PP 컬렉션' 로만 스터드 백 스몰.

'Pink PP 컬렉션' 로만 스터드 백 미니.

그런가 하면 원 스터드 백의 시초가 된 로만 스터드 백의 매력 또한 여전합니다. 아가일 모양 퀼팅 라인을 따라 중간 사이즈 스터드 장식이 화려한 로만 스터드 백은 공중에 띄운 뜻한 핸들이 눈에 띄는 체인 백과 톱 핸들 백, 두 가지 형태로 제안되죠.

락스터드 스파이크와 락스터드 백은 또 어떻고요. 작은 스터드가 별처럼 콕콕 박힌 가방은 룩에 은근한 멋을 더하기에 제격이라 클래식 반열에 오른 지 오래죠. 쇼퍼 백이나 파우치까지, 다양한 사이즈와 모양으로 선보이기에 발렌티노 입문템으로도, 일상에 가까이 두기에도 가장 좋은 라인입니다.

별처럼 반짝이는 발렌티노 락스터드 백.

이쯤 되니 궁금해집니다. 시즌을 거듭하며 점차 커져온 스터드 장식이 다음번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말이에요. 이런 궁금증을 안다는 듯, 메종 발렌티노는 미국의 TV 시리즈 <유포리아>의 감독 마르셀 레브와 함께 핑크 PP 컬렉션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영상은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 젠데이아가 단색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을 그립니다. ‘핑크색 꿈’이라 이름 붙은, 한낮의 꿈처럼 짧은 영상을 통해 메종 발렌티노는 말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고 있다고 말이죠. 패션이 언제나 그래왔듯 말이에요.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선영
포토
COURTES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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