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머리맡 밝은 조명이 위험하다

2022.11.30

by 우주연

    머리맡 밝은 조명이 위험하다

    유난히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천장 등이나 침대 옆 조명을 환하게 켜둔 채 잠을 청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수면 중 빛에 규칙적으로 노출되면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잠들기 전까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밝은 스크린 화면이 수면과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리듬을 해칠 수 있다는 건 물론 알고 있겠죠. 그러나 강하지 않은 조명 밝기도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심혈관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건 생소하게 다가옵니다. 혈액 내의 포도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

    미국의 노스웨스턴 대학과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 팀은 18~40세 성인 남녀 피험자 20명과 ‘중간 정도의 빛’과 ‘어슴푸레하고 희미한 빛’ 두 가지 실내 환경에서 잠을 자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중간 정도의 빛’ 팀의 조도는 100~240럭스(lx)로, 실내등이 켜졌을 때의 일반적인 밝기이며, ‘어슴푸레하고 희미한 빛’ 팀의 조도는 3럭스(lx)로 1m 떨어진 거리에서 촛불 한 개가 내는 밝기로 촛불의 빛보다 어둡고 달빛보다 약간 밝은 정도의 밝기입니다.

    각기 다른 실내 환경에서 하룻밤을 자도록 했을 때 ‘중간 정도의 빛’ 가운데 잔 사람은 ‘어슴푸레하고 희미한 빛’ 가운데 잔 사람보다 수면 시간에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으면서 심장박동수와 혈당치가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인슐린 저항성도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죠. 높아진 인슐린 저항성은 제2형 당뇨병의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면의 질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렘수면의 비율이 ‘중간 정도의 빛’ 가운데 잔 사람이 낮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수면 중 적당한 실내조명에 하룻밤만 노출돼도 혈당과 심혈관 조절 기능이 손상될 수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텔레비전을 켜두거나 머리맡에 밝은 램프를 두는 것도 마찬가지.

    실제로 세계내분비학회에서는 빛이 암세포를 더 빨리 키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수면 중에 생성되는 멜라토닌 호르몬은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멜라토닌은 빛에 매우 민감해 작은 조명의 불빛만 비춰도 그 분비량이 매우 줄어들기 때문이죠. 고려대 이은일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빛 공해가 심한 지역의 유방암 발병률이 24.4% 더 높다고 합니다.

    건강한 수면 생활을 위해서는 수면 중에 밝은 조명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거나 암막 커튼을 활용해 빛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취침 30분 전에는 조명을 어둡게 하고, 만약 빛을 피하기 힘들다면 부드러운 수면 안대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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