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브랜드가 사랑하는 테이블웨어, 고하 월드의 성공 비결

2023.06.04

by 김나랑

    브랜드가 사랑하는 테이블웨어, 고하 월드의 성공 비결

    떠오르는 테이블웨어 브랜드 고하 월드의 창립자 라일라와 나디아 고하.

    카이로에서 탄생해 1년 만에 급성장한 테이블웨어 브랜드 고하 월드. ‘자매력’ 덕분이다.

    겨울 휴가 직전 차이나타운에 있는 라일라(Laila)와 나디아 고하(Nadia Gohar)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때 라일라는 자매가 카이로에서 론칭한 발랄하고 섬세한 테이블웨어 브랜드 고하 월드(Gohar World)를 일종의 행성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볼륨감 있는 시몬 로샤의 화이트 스커트에 앞코가 뾰족한 구찌 슬라이드를 신은 그녀는 인덕션 앞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새틴 리본이 달린 바게트 백과 레이스로 만든 와인병 에이프런, 리코타 치즈 모양의 양초로 사랑받는 고하 월드의 제품은 세심하고 익살맞다. “테이블에 옷을 입힌 것 같아요. 마음에 쏙 듭니다!” 디자이너 시몬 로샤가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언급했다. 고하 월드에서는 테이블웨어에 컬러를 입히고, 샹들리에 위에 달걀을 놓고, 포장 테이프에 진한 황록색을 입힌다. 체구가 작고 가냘픈 라일라와 나디아는 탄수화물을 경계하는 패션계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고하 월드에서는 파스타를 먹는다. 내가 그 얘기를 하자 “여기에서는 누구나 뭐든 먹어요.” 라일라가 말했다. “채용 기준에 이 조항이 있죠.” 13개월 늦게 태어난 동생으로 라일라보다 골격이 가늘고 내성적인 나디아가 말했다.

    플로리스트 미겔 야트코, 그래픽 디자이너 모니카 막사녹, 스튜디오 매니저 유키미 네이트(“유키미는 그야말로 뭐든 다 한다”라고 했다)까지 모든 스튜디오 직원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자 라일라가 고하 월드의 다음 컬렉션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나디아는 휴가철에 배송할 양초와 이탈리아산 콜리플라워, 베트남산 천연 진주로 만든 닭발 목걸이, 테이블을 장식할 기발한 수공예품이 가득 든 상자를 픽업하느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녀의 부재는 자매 간 다툼의 원인이다.

    자신의 뉴욕 레스토랑 에스텔라, 알트로 파라디소, 로디, 최근에는 코너 바에서 예술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셰프 이그나시오 마토스는 라일라와 3년 가까이 교제 중이다. 그는 자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르지만 아주 잘 맞아요. 놀라울 정도로 돈독하고 의리 있는 자매입니다.” 라일라가 좀 더 외향적이다. 그녀는 지난 10년간 까르띠에, 에르메스, 프라다 같은 하우스의 패션쇼 오프닝에서 대형 식용 설치물을 선보여 주목받았다(그녀가 12년 전 창업한 케이터링 회사 선데이 서퍼(Sunday Supper)에서 진화한 것이다). 나디아는 수년간 토론토에서 화가로 활동하다가 지난 2월 뉴욕으로 이주했다. (개인전과 그룹전을 여러 차례 열고 다수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도 참여한 그녀는 뉴욕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랫동안 토론토와 뉴욕을 오가며 대화한 자매는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로 고하 월드를 구상했다.

    자칫 저급하거나 경박해 보일 수 있는 고하 월드의 오브제가 그렇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라일라는 “유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재미가 없으면,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진지하게만 생각하면 불쾌할 것 같거든요. 늘 아름다움과 유머를 더하죠. 물론 필수품은 아닙니다”라고 말했고, 그때 나디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로스트 치킨의 다리 살을 위한) 종이 치킨 슬리퍼는 필수예요. 인생이 달린 문제죠.”

    자매의 선한 본성과 진정성은 고하 월드의 성공을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다. 디자이너 시몬 로샤는 “매우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감탄합니다. 설치 작품을 만드는 것부터 최악의 팬데믹 상황에도 스튜디오가 있는 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가족과 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진짜 그들의 세계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실제와 똑같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LA 매장에서 고하 월드의 팝업 스토어 ‘하우스 오브 고하’를 진행한 드리스 반 노튼은 고하 월드를 높이 평가했다.

    고하 월드는 설립 첫해에 상당한 성장을 이뤘다. 전 세계에서 론칭했고 초기 투자금을 벌써 회수했다. 드리스 반 노튼과의 협업 외에 구찌 볼트를 위한 캡슐 컬렉션도 제작했다. 도쿄, 파리, 로스앤젤레스의 메리어트 럭셔리 컬렉션 호텔의 바웨어를 디자인한다. 회사의 성장에 놀라지 않았는지 라일라에게 물었다. “별로 놀라지 않았어요. 우연이 아니라 그만큼 열심히 했으니까요.”

    고하 월드에는 줌 사용 금지 정책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하 월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만3,600명, 라일라의 팔로워는 257만 명이다. 자매도 인정했다. “2023년에 살고 있잖아요. 해야 할 일이면 해야죠. 하지만 하루 종일 화면만 쳐다보는 건 싫어요. 우리에겐 창의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VL

      포토그래퍼
      Norman Jean Roy
      Tamar Adler
      에디터
      김나랑
      패션 에디터
      Jorden Bickham
      헤어
      Anton Alexander
      메이크업
      Romy Soleimani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