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향수 뮤즈’를 마주하다
향이 품은 본질적 메시지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향수 뮤즈. 그 후각의 쾌감을 시각화하는 새 얼굴과 <보그>가 마주했다.
MYSLF, AUSTIN BUTLER
입생로랑 뷰티가 새로운 차원의 남성상을 제시하는 향수 ‘마이셀프(MYSLF)’의 새 얼굴을 공개했다. 그 주인공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로 존재감을 각인한 오스틴 버틀러. 영화로 입증된 춤 실력, 강인하면서 섬세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얼굴, 날렵한 몸선… 권력, 지배보다는 관용과 경험, 공감을 통한 내면에 더 큰 가치를 두며 ‘나다운’ 정체성을 표현하는 향의 메신저로 더없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차기작 촬영과 글로벌 앰배서더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와 뉴욕에서 향과 아름다움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휴식을 취할 땐?
최근 사우나와 ‘콜드 플런지(차가운 물에 몸을 담가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테라피)’를 자주 합니다. 컨디션이 리셋 되는 느낌이라 좋아요. 다른 일에 신경을 끄고 싶을 땐 독서를 합니다. 야외에서 햇볕을 쬐며 앉아 있거나,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죠. 긴장을 풀고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이 돼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천천히 잠에서 깨는 편입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운동을 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개와 산책을 마친 후, 커피를 한 잔 내립니다. 신문을 읽으면서요. 정신을 집중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요.
향수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입고 싶은 스타일, 원하는 기분에 따라 향수를 맞춰 사용합니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그 기운을 따라가니까요. 향수를 뿌리고 싶은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죠. 브로드웨이에서 덴젤 워싱턴과 함께했던 <아이스맨 코메스(The Iceman Cometh)> 공연을 준비하며 향수를 뿌렸어요. 리허설 할 때 손목에 이 특별한 향유를 바르기 시작했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 그 향기를 맡으면, 감정을 그 연극에 적합하게 고조시키는 ‘트리거’로 작용했어요. 의식을 우회하고 감정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향수를 사용한 겁니다. 향수가 지닌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군요.
시그니처 향은?
우디 향. 담배나 위스키의 진한 향이 좋지만 지독하지 않고 은은한 정도로만.
향의 첫 경험은?
어린 시절 부모님 방에서 몰래 향수나 코롱을 뿌렸죠. 엄마한테 나는 플로럴 향이 나서 뿌렸고, 아빠의 우디한 노트를 온몸에 분사하며 한데 섞은 기억이 납니다. 어리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죠.
촬영장에서 배운 뷰티 팁은?
배우를 하기 전엔 뷰티 루틴이라는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른 시간부터 촬영하다 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눈 밑에 아이 패치를 붙여줍니다. 눈 밑이 촉촉해 보이는 효과가 있더군요. 샤워 직후 페이스 오일을 바르는 것도 좋아합니다. 간단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예요.
웰니스 철학이 있다면?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것. 어머니가 아침마다 실천하던 ‘열 가지 감사한 일 적어보기’를 저도 시작했습니다. 어떨 때는 세 가지만 적을 때도 있지만, 관점을 살짝 바꿔주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운인지를 상기시킵니다. 하루를 긍정적인 색으로 물들일 수 있죠. 특히 아침에 하는 것이 좋아요. 잠에서 깨어나 아직 조율되지 않은 기타를 튜닝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필터. 아름다운 장미를 스쳐 지나갔지만, 일진이 좋지 않아 그를 감상할 여지가 없을 수 있죠. 또는 그 꽃의 곁을 수백 번 지나면서도 멈춰서 그것을 바라보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정말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모든 감각을 열어 세상을 느끼면, 주변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게 됩니다.
ANGEL ELIXIR, HUNTER SCHAFER
미래적인 디자인의 날렵한 보디수트를 입고 지구별 위로 떠오른 요정. 신비로운 우주를 배경으로 판타지를 강조한 뮈글러의 ‘엔젤’ 향수 시리즈는 1992년 첫 탄생 후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2023년 우디 플로럴, 구르망 노트로 크리미하면서도 톡 쏘는 핑크 페퍼의 감각적인 터치를 더한 ‘엔젤 엘릭서’라는 신작을 선보이며 모델 출신 배우 헌터 샤퍼를 뮤즈로 발탁했다. “여성성에 대한 뮈글러만의 독특한 시각이 마음에 들었어요. 부드러운 면과 강인한 면이 공존하죠.” <유포리아>로 패션과 뷰티 월드의 독보적 아이콘으로 등극한 그녀는 <헝거 게임> 시리즈의 프리퀄 영화 개봉을 앞뒀다.
캠페인이 인상적이었어요.
이토록 에너제틱한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커스텀 제작한 뮈글러의 보디수트를 입고 러닝 머신을 달리고, 사다리꼴 와이어를 매달아 공중 부양을 하는 등 다양한 스턴트를 해야 했죠. 온몸에 지도를 그려 넣은 점프수트는 1998년 티에리 뮈글러가 디자인한 크리스털 드레스를 재현한 것이었는데, 제 몸을 3D 스캔해 디지털 렌더링한 결과물이었습니다.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죠. ‘향’이라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활성화하는 것 같았어요.
‘엔젤 엘릭서’를 처음 맡았을 때의 기분은?
스스로가 인식하는 여성성과 평행하다고 느꼈습니다. 평면적이거나 꽃처럼 향긋하지만은 않은, 이중적이고 복잡하면서도 부드러움은 잃지 않은 그런 여성상이요. 캠페인 비주얼이 보여주듯 신비로운 느낌을 주지만, 차갑고 숨을 쉴 수 없는 우주 공간은 아닙니다. 샌들우드, 바닐라의 잔향은 따뜻한 성운, 우윳빛의 아늑하고 안온한 기운을 전달하죠.
향수를 언제 사용하나요?
문을 나서기 직전. 좋은 향이 나면, 그와 같은 부드러운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특별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새로운 향과 당신이 공유하는 가치는?
절제되지 않고, 정의되지 않는 자기표현. 천사처럼 우아하고 강하지만 환상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존재. 제가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되뇌는 것들이죠.
처음 향을 접한 순간은?
집 안 곳곳에 에센셜 오일을 담고 있던 화려한 그릇과 조각상. 교회에 가는 일요일 아침, 엄마에게서 나던 향기.
나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유머와 장난기.
좋은 하루를 만드는 것은?
광합성을 하는 시간. 직사광선 아래서 적어도 30분을 머물면 맹세코 제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겨나요.
당신만의 은신처가 있다면?
호텔.
뷰티의 진정한 의미는?
너무도 광범위해서 어렵군요. 결국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숨길 수도 없고, 억지로 재현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진실. 있는 그대로요.
GODDESS, EMMA MACKEY
버버리의 새로운 향수 ‘가디스’ 캠페인 속 암사자와 조우하며 함께 달려나가는 모습에선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버버리의 첫 번째 리필형 향수이자 새로운 지속 가능성을 펼치는 중차대한 챕터.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영화 <바비>를 통해 차세대 여배우로 눈도장 찍은 엠마 매키는 바닐라의 삼중주가 펼쳐지는 최신작 향수의 뮤즈로 뷰티 월드에 입성했다. 향수가 상징하는 여성의 자신감, 힘, 단결을 강하지만 우아한 눈빛으로 표현한다.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행사에 참석한 그녀와 나눈 짧은 대담.
당신에게 향이란?
인생의 특정 시간과 장소로 우리를 데려다주기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시도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향기가 가진 힘을 인식하게 되죠.
‘가디스’ 향의 첫 소감은?
라벤더와 바닐라 노트가 띠는 이중성에 매료됐어요. 향긋하면서도 묵직한 우디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는 느낌을 줍니다.
캠페인 촬영은 어땠나요?
영상에 등장하는 암사자들은 CGI 작업이었기에 현장엔 없었지만, 여성 통합과 내면의 여신을 발견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어 흥분되는 기회였어요. 희망, 자신감, 따스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느꼈죠. 들판과 언덕을 달리는 장면을 위해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단련했습니다. 영화나 시리즈 촬영에 비해 호흡이 짧다 보니 집중력을 높여야만 했어요.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경험이더군요.
또래 여성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고,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편하거나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것과 같아요. 기꺼이 시도할수록 더 배우고 성장하게 되니까요. 가능한 한 호기심을 키워보세요. 많이 읽고,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보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도 좋아요. 취향을 가다듬는 동시에 주어진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거예요.
가장 좋아하는 향은?
모닥불이 타오를 때의 향. 어릴 때 가곤 했던 캠프, 집에 있던 벽난로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엄마의 향수도요. 슬프게도 단종됐지만 제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향기죠.
인생 첫 향수는?
록시땅 ‘체리 블라썸’.
향수를 사용하는 방법은?
일상 룩이 매우 단순한 편이라, 휴대하기 간편한 미니 사이즈 향수 한두 가지를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스타일링을 완성해요. 두 가지를 레이어드할 때도 있으며 수시로 손목과 목, 머리카락에 뿌리죠. 기분을 고양시켜주면서 하루의 준비 태세를 위한 마지막 터치입니다. 향은 제게 그만큼 중요해요.
당신이 배운 최고의 뷰티 팁은?
딱 세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군요. Less is more.
ALL OF ME, MICA ARGAÑARAZ
미니멀한 사각 병 안에 담긴 파우더리한 머스크 향.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하면 두말할 것 없이 떠오르는 향수였다. 이번 가을, 보다 다채롭고 강렬해진 현대의 개성을 반영하기 위해 브랜드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진정한 ‘나’의 정체성을 장미와 제라늄의 폭발적인 플로럴 향으로 이야기하며 빛나는 자유를 찬미하기 위해 기하학적인 프리즘 보틀로 변모했다. 새로운 장을 여는 얼굴로는 러프한 컬의 멀릿 헤어, 분방하면서도 퇴폐적인 마스크에 <보그> 커버 모델로 사랑받아온 톱 모델 미카 아르가나라즈가 선정됐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와 긴밀한 인연이 있죠.
패션계의 아이콘이죠. 모델로서 그의 런웨이에 참석하는 것은 늘 기쁜 일이었어요. 정신없는 백스테이지에선 디자이너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없지만, 이번 캠페인 촬영을 통해 그와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관대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사람이에요. 우리는 이 향이 여성에게 줄 수 있는 영감을 포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했어요.
‘올 오브 미’의 향에 대한 감상은?
이제껏 맡아본 플로럴 향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장미 향은 아이코닉하지만 너무 뻔하다고 여겨 제대로 사용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 향수는 향 자체에 취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계속 피부 위 잔향을 맡고 싶게 해요. 향을 뿌리면 나와 하나가 되듯, 어떤 기분이든 무엇을 하든 잘 어울리는 향입니다.
세 가지 단어로 향을 요약하자면?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이고, 당당한 여성.
신작 향수는 다양한 개성, 한 사람의 입체적인 면면을 대변합니다. 당신에게도 또 다른 면이 있나요?
하루에도 열 명의 다른 인물로 변신할 수 있어요. 매우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면모도 지닌 동시에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습니다. 꽤 독립적인 편이지만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확신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어떤 날에는 파티의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기도 하고, 어떤 날은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며 배달 음식을 먹기도 해요. 사교적인 사람인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죠.
향수를 언제 사용하나요?
매일, 외출 준비를 하는 마무리 단계.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지 않고는 절대 밖으로 나서지 않아요.
완벽한 휴일을 묘사한다면?
아늑한 제 아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발코니에 놓을 거예요. 그다음에는 산책을 하러 나가 동네 식료품점에서 신선한 재료를 쇼핑하고, 집 안 분위기를 밝게 만들 꽃을 살 거예요.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흥미로운 갤러리에 가보겠죠. 저녁에는 편히 쉬면서 영화를 보고, 치즈버거를 주문할 것 같군요.
스킨케어 루틴을 알려주세요.
비타민 C 세럼을 바른 다음 히알루론산 세럼으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로 마무리하면 끝.
자기 관리란?
나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정신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PHANTOM, CHARLIE HEATON
라벤더와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빈, 베티베르를 조합한 강렬하면서도 관능적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팬텀 퍼퓸’의 얼굴로는 고혹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의 남성상이 적합했다. 동시에 젊은 세대를 사로잡아야 했다. 라반(창립 60주년을 맞아 파코 라반은 브랜드 이름을 간결하게 변경했다)의 선택은 기록적인 시청자를 보유한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배우이자 뮤지션, 찰리 히튼. 에펠탑 위에서 파리 전경을 내려다보며, 자동차 후드에 기대 빛의 도시를 거닐고, 로맨틱한 파트너를 만나는 캠페인 필름 속 그의 모습은 분방하면서도 복잡 미묘하고, 매력적인 향을 구현했다. 실제로 라반의 오랜 팬이었던 그의 첫 향수 역시 10대 때 선물 받은 ‘원 밀리언’.
EILISH, BILLIE EILISH
“나만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어요. 비가 내린 축축한 콘크리트가 주는 특별한 느낌과 내음,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향이죠.” 조향에 직접 참여한 만큼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넣은 ‘아일리시 No.2’는 빌리 아일리시가 세상에 공개한 두 번째 향수로, 그녀의 공감각을 담아낸 촉촉한 나무 향이 특징이다. 여성의 몸 일부로 디자인된 향수병을 들고, 물에 젖은 모습으로 자신이 창조한 향을 재현한다.
MY WAY, SYDNEY SWEENEY
HBO <유포리아>의 캐시로 얼굴을 알리고, <화이트 로투스>로 에미상 후보에 두 번 오른 스물여섯의 배우 시드니 스위니는 새로운 심리 스릴러 영화의 주연과 제작을 위해 이탈리아를 오간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에게 올 초, 아르마니 뷰티 새 향수의 뮤즈라는 행운이 찾아왔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자주 나눈 이야기였어요. 아르마니 뷰티와 일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이뤄진 거죠.” 향수가 지닌 특유의 화사하고 긍정적인 기운이 그녀의 얼굴에도 가득하다.
뮤즈가 된 소감은?
고향인 워싱턴에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공항에서 보곤 했던 커다란 광고판 속 얼굴이 된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웠어요. 모로코 사막에서 캠페인 촬영을 했는데, 첫날 6년간 일해온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제 정신적 지주인 멜리사 헤르난데즈(Melissa Hernandez)와 함께 눈물을 흘린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어요.
평소 즐기는 향은?
바닐라! 집 안 곳곳에도 바닐라 향의 캔들을 비치해두었어요. 취미 중 하나가 쿠키를 굽는 것인데, 레시피에도 바닐라가 빠지는 일은 없죠.
‘마이 웨이’를 처음 맡을 때 어땠나요?
어릴 적부터 특정한 향을 맡을 때 ‘나’ 자신을 떠올릴 수 있는 향수가 존재하길 바랐어요. ‘마이 웨이’를 시향할 때 “이게 나야!”라고 외쳤죠. 어디든 여행할 때 휴대하게 됐고요. 바닐라를 비롯해 제가 평소 사랑하는 것들이 향기에 담겨 있어요. 재스민, 투베로즈, 오렌지 블로섬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는데 집 안 곳곳을 다양한 종류로 장식할 만큼 꽃을 좋아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꽃을 말린 다음 압착해서 간직하죠. 베이스 노트의 삼나무는 호수와 숲 근처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자란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스노우 스키 팀으로 활동하면서 새벽까지 산에 오르곤 했으니까요. 다양한 추억,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는 향이죠.
향수를 사용하는 방법은?
‘마이 웨이’ 향수는 제 갑옷과도 같아요.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 뿌리죠. 가끔은 잠들기 전에 살짝 뿌리기도 하고요.
휴식은 어떻게 취하나요?
열한 살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어떤 때는 지금의 화려한 일상이 얼떨떨하게 느껴져요. 그렇다 보니 쉴 때는 좀 더 현실에 집중하는 활동을 해요. 강아지 ‘탱크’와 함께 산책을 하고, 집 안의 캔들에 불을 켭니다.
가장 아끼는 화장품은?
아르마니 뷰티의 ‘루미너스 실크 파운데이션’. 몇 년간 꾸준히 제 피부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제품이죠.
자신만의 독특한 뷰티 팁이 있다면?
유기농 알로에 젤을 물과 섞은 다음, 공처럼 생긴 작은 큐브를 함께 넣고 냉동실에 얼려요. 다음 날 아침, 이 큐브를 얼굴에 롤링하면서 얼음 마사지를 해주죠. 히알루론산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제를 기본으로 사용하고요.
ENGLISH PEAR, ADWOA ABOAH
조 말론 런던의 가장 아이코닉한 향, ‘잉글리쉬 페어’ 라인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모델 애드와 아보아. 이번 달 새롭게 공개된 ‘잉글리쉬 페어 앤 스윗 피’의 광고 캠페인에서 꽃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향이 주는 행복을 전달한다. “실내복을 벗고, 사람들을 다시 만날 준비가 된 것 같은 기운을 전달하는, 기분 전환을 해주는 향수입니다.” 애드와는 이 향을 전달하는 자신의 모습에 한 치의 과장도 없다고 말한다.
향수의 주원료가 당신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스윗 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날씨에 기분이 쉽게 좌우되는 런던에서는 봄이 시작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때 만날 수 있는 꽃이죠. 있는 그대로의, 조금은 거칠고 때로는 엉망진창인 느낌의 자연을 좋아해요. 스윗 피는 그런 점에서 제 취향을 저격합니다. 이 꽃은 그저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거든요.
캠페인 촬영은 어땠나요?
향수 광고는 대체로 진지하고, 관능적인 느낌을 주죠. 하지만 이번에 공개한 ‘잉글리쉬 페어 앤 스윗 피’의 필름은 완전히 다른 색을 띱니다. 미니 쿠퍼 위에 거대한 사이즈의 서양배가 만화처럼 올라가 있죠. 신비롭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리 여성스럽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반바지에 로퍼, 양말을 신고 꽃밭을 달리는 느낌이죠.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요.
수많은 오디션을 봤어요. 힘든 작업이었지만 놀라운 대본이 기다리고 있었죠. 연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어 뿌듯한 기분이에요. 제가 주최하고 조 말론 런던과 협력해 여성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The Gurls Talk’ 팟캐스트도 곧 다시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와 연계된 화보 촬영, 로고 변경 등 많은 일을 앞두고 있어요.
이토록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삶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저는 다독자이고, 열심히 운동을 해요. 온라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제게 활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이 그렇듯, 스마트폰과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메일을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고 SNS 미디어를 끊임없이 들여다보죠. 일의 우선순위를 따지고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가끔은 휴대폰을 멀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습니다.
최근 읽은 책은?
너무도 많군요.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 개브리얼 제빈의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맥스 포터의 신간도 읽길 고대하고 있어요. 프랑스 작가 에두아르 루이(Édouard Louis)의 광팬이기도 합니다. 서점에 가면 행복을 느껴요.
TSU LANGE YOR, TROYE SIVAN
“사람들이 삶의 속도를 늦출 수 있길 바랐어요.” 트로이 시반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새롭게 출시한 홈 프래그런스 컬렉션, ‘Tsu Lange Yor’를 발표하며 <보그>에 소감을 털어놓았다. 조향사 크레이그 안드라데(Craig Andrade)와 협업한 세 가지 시그니처 향은 스파이시하면서도 따뜻하고, 숲처럼 편안하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하며,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오랜 꿈이자 열정이었죠. 향수 라인은 이 모든 아이디어의 확장입니다.” 향수와 아로마 캔들, 오일 버너로 구성된 라인업과 직접 향을 대변하는 얼굴로 트로이는 사진가 조 브레넌과 함께한 캠페인을 공개했다. 앨범 활동 모습과는 다르게 포근한 니트를 입은 그의 차분한 표정에서 향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NOMAD, NAOMI SCOTT
지난달 출시된 끌로에 ‘노마드 인텐스’는 재스민과 달콤한 배즙, 샌들우드가 어우러진 향. 자유로운 영혼을 대변하는 향의 얼굴은 배우 나오미 스콧이다. 천연 성분으로 만든 비건 향수는 극도로 민감한 피부라고 공개한 그녀와 영혼의 단짝.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향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앞에서 향수를 분사한 다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온몸에 향을 입히죠.”
GUILTY, A$AP ROCKY & ELLIOT PAGE & JULIA GARNER
인스타그램 팔로워 합계만 2,300만 명. 에이셉 라키와 엘리엇 페이지,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의 여주인공 줄리아 가너가 구찌 ‘길티’ 향수의 주인공으로 캠페인에 등장했다. 자기 수용과 우정, 모든 형태의 사랑에 송시를 보내는 향기 컬렉션과 더없이 부합하는 트리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집’을 은유적 공간으로 표현해 서로 편안하게 교감하는 장면을 캠페인 필름에 담아냈다.
LA PANTHÈRE, VANESSA KIRBY
표범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적 매력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습성을 동시에 지닌다. 까르띠에 하우스의 이 상징적인 동물을 향으로 해석한다면? 표범이 거니는 우림 속을 나타내는 시프레 노트와 원초적인 머스크, 우아한 몸짓을 묘사해주는 가르데니아의 조합으로 완성된 관능적인 향기. 그리하여 탄생한 ‘라 팬더’ 향수 컬렉션은 지난봄 새로운 뮤즈를 맞이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섹시한 면모를, <그녀의 조각들>에서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영국 배우 바네사 커비. “팬더(표범)는 여성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우리 모두 강하고, 자신에게 진실하면서도, 단호할 수 있게 되죠.”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커리어를 개척해나가고, 자선 활동도 벌이는 그녀를 <보그>가 만났다.
‘라 팬더’ 향을 맡았을 때의 첫 느낌은?
야생적이고, 분방하고, 관능적인 향이었습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이 곧 여성성을 나타내다니, 정말 희소하면서도 멋진 상징이에요. 거칠지만 까르띠에가 대변하는 클래식한 우아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당신과 이 동물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팬더는 혼자서 정글을 거닐 정도로 독립적이죠. 매우 창의적이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요. 정글 한가운데서 캠페인 촬영을 했는데, 폭풍과 비, 늪, 열기, 이 모든 요소를 이겨내면서도 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군요.
향과 관련된 첫 기억은?
크리스마스는 깊은 추억을 남기죠. 크리스마스트리, 어머니의 요리, 12월 영국의 차가운 공기.
당신만의 향수 사용법은?
허공에 향수를 분사한 뒤 그 사이로 걸어 들어가요. 어머니께 배운 방법이죠.
향수가 지닌 힘이란?
매우 원초적인 힘을 갖고 있어요. 특정한 기억을 아주 강렬하게, 또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하죠. 저는 사람들을 언제나 향으로 구분해요. 익숙한 향기가 나면 그 사람에게 더 호감을 느낄 때도 있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간단해요. 일어나면 레몬주스를 한 잔 마시고, 그다음엔 말차를 마시죠.
스킨케어 루틴은?
생알로에베라를 함유한 스킨케어를 애용해요. 코코넛이나 아몬드 오일을 덧바르고요.
자신만의 독특한 뷰티 팁이 있다면?
단순한 것이 최고예요. 누군가 스킨케어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 있어요. 먹을 수 없다면 피부에도 바르지 말라고요. 그래서 홈메이드 마스크 팩을 자주 합니다. 일요일 오후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마스크 레시피를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죠.
웰니스 철학은?
명상과 고요한 정적.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평온함을 찾으려고 합니다. 조용한 순간에 해답이 떠오를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까요. (VK)
- 글
- Kiana Murden, Arden Fanning Andrews, Laura Regensd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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