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보그 코리아’ 에디터 11인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

2023.12.25

by 안건호

    ‘보그 코리아’ 에디터 11인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

    1년 중 가장 사랑이 넘치는 시기를 맞아 <보그 코리아> 에디터 11인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물건을 소개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 각자가 켜켜이 쌓아 올린 물건에선 개개인의 취향과 성향이 짙게 배어난다.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 올 연말엔 책상 위와 서랍 안, 옷장을 뒤져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물건을 양지 바른 곳에 올려보라. 얼어붙은 사랑이 그곳에 웅크리고 있을 테니.

    편집장, 신광호

    나만의 컬렉션 소개 <보그 코리아> 편집장이 된 뒤, 해외 패션 유명 인사들로부터 받은 메시지.

    빠지게 된 계기 그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해 보낸 거니까. 이 일을 그만두면 이것만큼은 간직하고 싶어서.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알버 엘바즈가 손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 카드.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코코 샤넬이 나를 위해 직접 쓴 카드. 결코 추가될 수 없는 것이기에.

    패션 디렉터, 손은영

    나만의 컬렉션 소개 20년간의 기자 생활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물론 대부분은 출장)하며 추억을 남기기 위해 현지의 소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빠지게 된 계기 시작은 대학 때 한 유럽 5개국 배낭여행. 5개국 15개 도시를 돌 때마다 각지의 기념품을 사 모으니 꽤 그럴싸한 컬렉션이 됐다. 지금은 일부러 질 좋고 작은 소품만 모은다. 여행지에서 짐이 많아지면 힘드니까!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스웨덴의 붉은 말 나무 조각상, ‘달라 호스’. 아주 오래전 피처팀 선배가 스웨덴 볼보 출장에서 사다 준 기념품인데, 말띠라 그런지 애착이 간다. 그 뒤로 꽤 많이 모았는데, 6개월 전 스톡홀름 출장에선 웬걸, 눈을 씻고 찾아봐도 파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아주 오래전, 핀란드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유리로 만든 새 조각품 한 쌍을 선물해주셨다. 나중에 그게 이딸라(Iittala)의 유리 새 조각이라는 걸 알게 됐고, 기회가 될 때마다 한 개씩 추가하고 있다. 2년 전 핀란드 출장 때도, 올해 스웨덴 출장 때도!

    패션 에디터, 허보연

    나만의 컬렉션 소개 ‘디즈니 러버’로서 도쿄, 홍콩, 파리 등 전 세계 디즈니월드를 방문하며 수집한 컬렉션.

    빠지게 된 계기 어릴 때부터 공주 캐릭터를 워낙 좋아했다. 디즈니라는 ‘조기 교육’하에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 공주, 인어 공주까지 모든 공주를 선망했다. 나와 영어 이름이 같은 자스민은 내 ‘최애’가 됐고, 스티치를 닮았다는 얘기를 종종 들으면서 스티치에게 빠지게 됐다. 사실 편견이 없는 데다 따뜻함과 희망은 물론 교훈까지 주는 디즈니 캐릭터라면 뭐든 사랑한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겨울왕국>의 안나가 그려진 헤어 리본. 최근 홍콩 디즈니랜드에 세계 최초의 <겨울왕국> 테마존이 오픈했다. 초대를 받아 출장차 다녀오게 됐는데,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성덕’의 순간이 아닐까.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디즈니 창립 100주년 굿즈. 100주년을 맞이해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는 다양한 굿즈를 얼른 컬렉션에 추가하고 싶다. 아! 일단 상하이 디즈니랜드에만 있는 주토피아 테마파크 굿즈를 구매하는 것부터!

    피처 디렉터, 김나랑

    나만의 컬렉션 소개 내 마음을 울린 전시의 도록을 모으고 있다.

    빠지게 된 계기 한 북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꼽았는데, 그의 한국 전시 도록을 잃어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생각해보니 도록은 전시가 끝난 후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좋았던 전시의 도록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후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시가 한국에서 다시 열렸고, 나도 그 북 디자이너도 냉큼 도록을 샀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지난 10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관람한 반 고흐 특별전 도록. 모두가 사랑하는 작가인 만큼 세상 어딘가에서 늘 반 고흐 전시가 열리고 있다지만, 이번 오르세 미술관 전시는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열렬히 그린 작품 대부분을 볼 수 있어 특별했다. 파리지엔도 나도 긴 대기 줄을 감수했고, 결국 오르세 미술관의 다른 작품 관람을 포기하고 고흐전에만 하루 종일 머물 정도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끔 도록을 펴보면 2023년 가을 파리에서 받은 감동이 떠오르는 것 같다.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이배 작가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작가님이 직접 도록에 사인을 해주셨다. 아티스트로서, 사람으로서 내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다. 작가님의 전시는 매번 방문해 도록을 모으고 싶다.

    뷰티 디렉터, 이주현

    나만의 컬렉션 소개 한마디로 표현하면 ‘Sense of Humor’. 볼캡은 뻔한 스타일링에 맵시를 선사한다. 드레스업보다는 다운을 즐기는 내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너무 클래식해서 외려 세련된 느낌이랄까?

    빠지게 된 계기 바야흐로 2년 전, 미국 태생의 클린 뷰티 브랜드 ‘드렁큰 엘리펀트’ 론칭을 기념하는 프레스 기프트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어떤 옷에나 ‘착붙’인 마성의 연한 카키색 볼캡을 접한 후로 모자 스타일링의 묘미에 푹 빠졌다. 때로는 출장 메이트, 때로는 야근 메이트로 함께하는 중.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런던 출장 중 IDEA에서 구입한 그린 컬러 볼캡. 정면엔 ‘I Don’t Work Here’, 후면엔 ’Sorry’가 쓰여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바이레도 ‘Young Rose’ 볼캡은 강렬함이 웬만한 액세서리 이상의 효과를 선사한다. 봉 마르셰와 카페 뉘앙스가 협업해 선보인 네이비색 볼캡과 파리 생제르맹 나이키 볼캡도 편애하는 제품 중 하나.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발렌시아가의 ‘Femme’ 볼캡.

    디지털 디렉터, 권민지

    나만의 컬렉션 소개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은 만화들.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좋아하던 만화 피겨가 보이면 고민 없이 구입한다. 그게 바로 어른의 맛.

    빠지게 된 계기 엄마가 좋아했다. 어릴 땐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잔뜩 빌려 엄마, 나, 동생이 차례차례 한 권씩 돌아가며 읽었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단언컨대 <슬램덩크>. 몇 년 전 런던으로 이사했을 때도 고이고이 챙겨 갔는데, 돌아올 때 두고 오는 바람에 전권을 다시 구입했다. 볼 때마다 각각 다른 부분에서 울게 된다. 처음 봤을 때나, 50번도 더 읽은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건 13권. 채치수가 발목 부상을 입고 서태웅이 폭발하는 해남전 전반.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 토가시 선생님의 허리가 나아져서 <헌터×헌터>가 완결이 난다면 그것도.

    웹 에디터, 황혜원

    나만의 컬렉션 소개 푸른 점 하나라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열망의 컬렉션.

    빠지게 된 계기 9년 전쯤, 김환기 작가에게 빠져 환기미술관 앞에 살았다. 당시 닥치는 대로 관련 책을 읽었는데, <현대문학> 표지화와 관련된 일화가 많았다. 김환기는 약 70권의 표지화를 그렸는데 그림이 거꾸로 실린다든가, 해당 화고를 간직하는 이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있었다. 누구라도 가지고 싶어 할 그의 그림이 버려졌다는 게 통탄할 사실 아닌가. 그림을 집에 들일 순 없지만, 보고 싶을 때마다 가려고 미술관 앞으로 이사 간 나로서는 더더욱. 그래서 김환기가 그린 표지화, 삽화가 들어간 <현대문학> 중고판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1958년 <현대문학> 5월호다. 작가가 프랑스에 살던 시절 그렸던 작품인데, 환기 블루의 원형이 된 고향의 섬과 산, 별과 구름 등 모든 것이 들어가 있어서다. 1963년 1월호의 경우 표지화를 김기창 화백이, 삽화는 김환기가 그린 것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사슴이 들어간 빨간 표지화를 상태가 좋은 버전으로 재구입하고 싶다!

    비디오 에디터, 이인정

    나만의 컬렉션 소개 나만의 심신 안정템. 아로마 테라피에 진심이라 하나둘 모으고 있다.

    빠지게 된 계기 요가원에서 명상을 하던 중, 선생님이 아로마 미스트를 뿌려줬는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아로마 제품에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모으기 시작했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태국 브랜드 카르마카멧(Karmakamet)의 사셰. 항상 쟁여놓을 만큼 애정하는 제품이다. 주로 차량 방향제로 사용하는데, 어느 날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직원이 “방향제 정보 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 더욱 정감이 간다.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디어드라세나의 캄 어게인 하이 뉴트리션 핸드크림. 수많은 핸드크림을 써보고, 최종 정착한 제품이다. 포슬포슬한 질감이 끈적임 없이 흡수되며, 로즈메리와 레몬 향이 산뜻한 기분을 선사한다. 사무실에 두고 집중력이 저하될 때마다 ‘코박’ 하며 리프레시하는 제품. 몇 개라도 부족하다.

    디지털 에디터, 윤승현

    나만의 컬렉션 소개 사실 컬렉션이라고 소개하기 부끄러운, 단순히 마음에 드는 것을 사다 보니 모인 부츠들이다.

    빠지게 된 계기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좋아하던 시절, 루 리드와 앤디 워홀이 항상 부츠만 신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생 로랑의 루카스 부츠.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보테가 베네타의 리플리 앵클부츠.

    웹 에디터, 이소미

    나만의 컬렉션 소개 프렌치 워크 재킷이다. 5년 전, 프랑스로 여행 갔을 때 접한 뒤 푹 빠져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 벌씩 사 모으고 있다.

    빠지게 된 계기 워크웨어나 밀리터리 의류처럼 뚜렷한 존재 목적 아래 탄생한 옷을 좋아한다. 특히 프렌치 워크 재킷은 옷을 좀처럼 곱게 다루지 못하는 내게 딱 맞는 의복이다. 질기고 튼튼하니까. 청바지의 ‘상의 버전’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야박하지 않은 주머니 크기,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푸른색인 것도 한몫했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지금은 ‘오랑주(Orange S.A)’로 이름을 바꾼 프랑스 텔레콤 로고가 새겨진 재킷.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사용했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재킷은 샀을 때부터 로고가 없거나 닳아 있었는데 이 옷은 왼쪽 가슴 부근에 아주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빈티지 아이템이 주는 재미는 겪어본 적 없는 시절과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마음껏 상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아이템의 로고는 그 재미를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주고.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파란색으로 완벽한 그러데이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은 보랏빛이 조금 더 진하게 도는 군청색을 찾고 있다.

    웹 에디터, 안건호

    나만의 컬렉션 소개 내가 좋아하는 록, 메탈 밴드의 그래픽이 그려진 티셔츠다. 빈티지, 현행 가리지 않고 그래픽이 마음에 든다면 구매한다.

    빠지게 된 계기 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쇳소리 가득한 음악을 즐겨 들었다. 오지 오스본을 추앙하며 자란 내가 패션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마침 슈프림이 블랙 사바스와 함께 협업 컬렉션을 드롭했다. 내 돈으로, 내 의지로 산 첫 아이템이 바로 그 컬렉션 속 티셔츠였다.

    가장 정감 가는 아이템 슬립낫의 데뷔 앨범 커버를 프린팅한 티셔츠. 진짜배기 메탈헤드들이 들으면 기겁할 얘기지만, 나는 지금도 이 앨범을 즐겨 듣는다. 하지만 이 티셔츠가 내 ‘최애’로 등극한 것은 순전히 엄마 덕분이다. 세탁을 한번 하고 난 뒤, 프린팅의 물이 아주 멋스럽게 빠졌기 때문. 다른 티셔츠도 물을 빼기 위해 똑같이 세탁해달라고 몇 번이나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그때 어떻게 세탁했는지 모르겠어”다.

    추가하고 싶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1990 S/S 컬렉션의 피날레에 입고 등장한 이기 팝 티셔츠. 오리지널 빈티지는 가격이 200만원이 넘어, 평생의 위시 리스트로만 남을 듯하다.

    #THELOVE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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