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D+, 노화 방지의 만병통치약인가, 허황된 꿈인가?
웰니스 추종자들이 열광하는 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NAD+). 노화 방지의 만병통치약인가, 과장된 주장을 하는 보충제인가?

“솔직하게 말할게요.” 패션 디자이너 아지자 칸(Azeeza Khan)이 말했다. “NAD+를 처음 알게 된 건 헤일리 비버가 NAD+ 수액을 맞으면서부터였어요.” <카다시안 패밀리(The Kardashians)>의 한 에피소드에서 헤일리 비버는 니코틴아미드 아데닌 디뉴클레오티드(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일명 NAD+ 수액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녀의 친구 켄달 제너도 함께 맞았다).
칸은 자신이 20대 유명 연예인의 장수 비결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그녀의 호기심에 불이 붙은 건 사실이다. NAD+는 알고리즘에 민감한 웰니스 마니아와 전문 연구자 모두에게 주목받는 조효소다. NAD+ 신봉자들은 NAD+가 근육량 감소부터 체력 저하까지 노화에 수반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믿는다.
칼라바사스부터 매디슨 애비뉴의 메디컬 스파까지, 셀럽과 일반인 모두에게 불어온 NAD+ 열풍은 오젬픽 다이어트 광풍을 보는 것 같다. 헤일리 비버는 그녀의 남편까지 NAD+ 신봉자로 만든 듯한데, 다큐멘터리 <시즌스(Seasons)>에서는 저스틴 비버가 NAD+ 수액 주사를 맞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그 성분을 두고 “매혹적”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포티앤리치(Sporty&Rich)의 창립자 에밀리 오버그(Emily Oberg)는 집에서 직접 NAD+ 주사를 놓으면서 기분 전환과 체력 향상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세포 차원의 개선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시카고에서 칸이 NAD+ 수액을 맞는 레이든 웰니스(Raden Wellness)의 클리닉 디렉터 마라 레이든(Mara Raden)은 환자들이 NAD+를 순도 100% ‘브레인 부스터’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NAD+가 만병통치약처럼 들릴 수도, 혹은 그저 과장된 가짜 약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NAD+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는 분명 존재한다. 비영리단체 유럽예방의학회(European Society of Preventive Medicine) 창립자이자 의학박사 마이클 사그너(Michael Sagner)는 NAD+가 인체 내 모든 세포에 존재하며, 에너지 생성 조절, 세포 대사, 세포 생존 여부 결정 등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기능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세포 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단백질 시르투인(Sirtuin)이 제 기능을 하려면 NAD+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의 신이치로 이마이(Shin-ichiro Imai) 교수는 그의 연구실에서 10년 넘게 시르투인 연구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MIT 대학교의 레너드 구아렌테(Leonard Guarente) 교수와 함께 NAD+, 시르투인, 노화의 연관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 내 NAD+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이마이 교수가 말했다. 그의 연구 팀은 나이 들수록 에너지도 감소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NAD+ 수치를 높이면 일반적인 노화 과정이 지연될지 연구해볼 가치가 있었다. 이마이 교수는 세포가 NAD+ 생성에 사용하는 더 작은 분자에 집중했다. 세포벽을 더 쉽게 통과할 수 있는 분자였다. 2016년 그는 또 다른 논문을 발표해 NAD+의 구성 요소 중 하나를 보충제를 통해 늘렸을 때 실험용 쥐에서 ‘다양한’ 항노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논문 내용에 강한 확신을 가진 구아렌테 교수는 그 후 노화 방지 보충제 회사 엘리시움 헬스(Elysium Health)를 공동 설립했다. 엘리시움 헬스에서는 현재 NAD+ 전구체 보충제를 판매 중이다.)
신경 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특히 NAD+ 수치를 높이는 것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큰 관심을 보인다.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와 헤우켈란 대학 병원의 카랄람포스 줄리스(Charalampos Tzoulis) 신경학 및 신경유전학 교수는 파킨슨병 같은 여러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험하는 센터를 운영 중이다. 소규모 파킨슨병 환자 그룹을 대상으로 NAD+ 전구체 중 한 종류를 초고용량으로 투여한 그의 연구 팀은 흥미로운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환자들의 뇌에서 NAD+ 수치가 증가했고, 대사 반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작지만 유의미한’ 임상적 증상 완화가 확인된 것이다. “안전하기까지 했죠.” 줄리스 교수는 덧붙였다. “부작용도 전혀 없었어요.”
그 후 그의 후속 임상 시험에는 환자 400명이 참여했으며 그 결과는 6월에 나온다. 줄리스 교수는 NAD+가 효과가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에 시도한 유망한 수십 가지 치료법이 실패했다며 주의를 주었다. 신경계 질환과 노화는 치료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줄리스 교수는 신경 퇴행성 증상이 전혀 없는 제니퍼 애니스톤부터 에밀리 오버그, 그리고 값비싼 유기농 식품만 취급하는 해피어 그로서리(Happier Grocery)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 사람들까지 그의 연구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했다. “신경 퇴행성 질환은 노화와 관련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NAD+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면 예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거죠.”
노르웨이인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그는 과학자들도 정답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은’ 말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시험에서 NAD+가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면 파킨슨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지 연구할 예정이다. 그 후에는 스무디를 꼭 챙겨 먹을 정도로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보충제를 복용하면 건강상 이점이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줄리스 교수 팀은 기네스 팰트로의 브랜드 구프(Goop)에 열광하며 럭셔리 웰니스 트렌드에 심취한 이들을 위해 NAD+ 연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연구 목적은 웰니스가 아니에요. 주름을 없애려고 시작한 게 아니죠.” 그가 말했다.
반면 5성급 호텔 스파나 멤버십 클럽에서는 한 번에 900달러에서 1,300달러에 달하는 영양수액 주사와 브랜드 주사제를 앞다투어 판매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이야기해본 모든 의사와 연구자들은 이런 수액이 효과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영양수액은 불필요하고 생물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어요. NAD+ 분자를 세포까지 전달할 수송체가 없기 때문이죠.” 사그너가 말했다. 버크 노화 연구소(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의 회장 겸 CEO 에릭 버딘(Eric Verdin)은 NAD+ 수액 신봉자들이 말하는 수액의 기적 같은 효과는 ‘강력한 플라세보 효과’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줄리스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쉽게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면 근육 주사와 NAD+ 수액을 맞는 건 바보 같은 일이죠!”
하지만 좀 더 신빙성 있는 전달 메커니즘도 있다. 연구자들은 풋콩이나 아보카도 같은 식재료에 NAD+ 전구체가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이런 재료가 들어간 도시락을 많이 먹는다고 NAD+의 감소가 상쇄될 것 같진 않다. NAD+ 수치를 높이는 데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또한 시중에 판매되는 저렴한 보충제는 NAD+가 함유되어 있어 보충제 섭취로 NAD+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 전구체의 분자는 크기가 작아 세포 내로 들어간 후 화학적 변환 과정을 거쳐 NAD+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구아렌테 교수의 엘리시움 헬스에서는 두 가지 버전의 보충제를 선보였고, 쏜(Thorne)과 리뉴(Renue)에서도 자사 제품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보충제는 단 하나도 없으며, 보충제 시장은 여전히 규제를 받지 않는다.
보충제 사업과 무관한 버딘은 현재 진행 중인 몇몇 임상 시험을 지켜보며 NAD+ 마니아들이 굳게 믿는 효과가 입증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미래를 고려하면 더 힘이 난다고 했다. 버딘은 NAD+의 수치 감소를 대야에서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현상에 비유하며 질문했다. “대야에 새로운 물이 채워지지 않는 것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어딘가에서 새는 게 문제일까요?”
“어디서 물이 새는지 찾아서 틈을 막는 것이 중요하죠.” 이런 발견으로 70대에도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개인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도 DNA가 자가 회복을 할 수 있게 될까? 머릿결과 피붓결은 더 매끈하게, 손톱은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까? NAD+가 보톡스보다 더 좋을까? 나도 인플루언서와 셀럽이 추천하는 보충제의 효능에 동의하게 될까? 과학자들은 냉철해서 이런 나의 상상에 동조할 기색이 없다. 하지만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 10년이나 20년 후면 저렴한 알약 하나로 시간을 되돌릴지도 모르니까! (VK)
- 뷰티 디렉터
- 이주현
- 글
- Mattie Kahn
- 사진
- Ilan Rubin
추천기사
-
뷰티 아이템
찬란한 태양 아래, 샤넬의 베이스 메이크업 베스트 듀오
2025.05.19by , 소희진
-
웰니스
저는 매일 공복에 코코넛 워터를 마시고,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2025.05.16by 김초롱, Hasina Jeelani
-
Beauty
디올 뷰티의 향수로 그리는 여름의 정점
2025.05.19by 서명희
-
엔터테인먼트
잘 만든 심리 테스트 같은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2025.04.24by 이숙명
-
웰니스
의심 없이 믿었던 영양학적 오해 7가지, 진실과 거짓
2025.05.10by 김현유, Maria Berentzen
-
뷰 포인트
타인의 '창작물' 보기, 창조적 근육 단련법
2025.04.30by 김나랑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