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DAY 6

2025.10.09

2026 봄/여름 파리 패션 위크 DAY 6

“이번 시즌 럭셔리 패션은 ‘영혼’에 대해 중대한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럭셔리란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과거의 유산은 여전히 가치가 있는지, 상업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SNS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지금, 그리고 세계정세가 종말을 예고하는 이 시기에 ‘창의성’과 ‘대담함’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수년간 업계의 뒤안길에서 쌓여온 의문이 이제야 비로소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그>의 수석 평론가 사라 무어가 알라이아 쇼 리뷰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런웨이에 오르는 옷은 머지않아 전 세계 스트리트를 장악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눈을 통해 매우 빠르게 인지하죠(0.1초라던가요?). 선악과를 따 먹은 대가는 참혹했지만, 그 덕분에 아름다운 것으로 수치심을 가리게 되었습니다. 오늘로 6일 차, 길었던 2026 봄/여름 패션 위크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대형 하우스만 남았습니다. 수치심을 뛰어넘어 예술적 경지로 의복을 끌어올린 하우스가 대부분이죠. 이들이 창의성과 대담함을 발휘할 때 한 시대는 해방됐고, 의식의 전환을 이뤘으며, 삶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고도화된 사회에서 그런 일이 쉽게 벌어지진 않을 테지만, 알라이아 디자이너 피터 뮐리에의 바람처럼 그 끝에 희망이 있길 바라는 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6일 차, 그렇기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열과 성을 다해 창의성과 대담함을 선보입니다.

섬네일 디자인 허단비

알라이아(@maisonalaia)

“관객이 10분 동안 완전한 꿈속, 누에고치 안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길 바랐어요.” 피터 뮐리에가 백스테이지에서 말했습니다. 고치 속에 들어간 것처럼 아늑하면서도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을 뜻한다고 말했고요. “나는 ‘울고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쇼는 ‘순수함’을 키워드로 시작됐습니다. 하얀 면 소재의 단정한 스탠드 칼라 튜닉. “1980년에 아제딘 알라이아가 만든 짧은 코트를 발견했어요. 그가 직접 입었던 옷이죠. 그 단순함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느꼈어요.” 피터가 설명했습니다. 그는 2022년 이후 주도적이던 섹슈얼한 실루엣에서 벗어나 훨씬 성숙한 무드로 나아갔습니다. 걸을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술 장식 스타킹은 에로틱한 액세서리이자 피터의 표현대로라면 ‘흐르는 눈물’의 상징이었죠. 실제로 누에고치에 갇힌 모습처럼 보이는 룩도 있었습니다. 실크 니트로 만든 드레스는 손목이나 힐에 옷을 고정하는 형태로 만들었죠. 피날레에서는 17~18세기 복식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풍성한 볼 스커트에 고치처럼 팔을 묶어두었고요. 실용적이고 여유로운 형태의 재킷, 드레스 등도 잊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하되 우리가 매일 느끼는 긴장감과 뒤섞인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피터의 알라이아를 만나보세요. 손의 자율성이 지니는 미묘한 의미를 가늠하면서요.

Alaïa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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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마르지엘라(@maisonmargiela)

글렌 마르탱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첫 데뷔 무대에 61명에 이르는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배치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려오다니, 나쁜 말은 못하겠군요. 실제로 이날 관객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죠. 모델들만 제외하고요. 그들의 입은 금속 프레임으로 네 귀퉁이를 고정했습니다. ‘강요된 미소’라고 글렌은 말했죠.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늘 ‘익명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건 페인트, 마스크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됐어요. 이번 시즌에는 개구기, 일종의 마우스피스를 선택했습니다. 이 강요된 미소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향한 은유이기도 해요.”

무대 위에도 이전 쇼의 고딕 스타일보다는 현실적인 스트리트 패션이 올라왔습니다. 오리지널 마르지엘라처럼 훌륭한 테일러링, 빈티지의 재해석, 포멀 웨어를 비트는 위트가 담겨 있었죠. 절제된 아름다움과 냉정한 미니멀리즘으로 해석된 글렌의 마르지엘라는 ‘해체주의적 수트’로 시작되었습니다. 꼭 맞는 핏, 라펠을 거칠게 절단하거나 안쪽으로 숨겨 그 자체로 브이 라인으로 재구성했죠. 마르지엘라의 상징이던 의류 커버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진화시켜 남성 셔츠나 베스트 위에 덧씌우는 방식으로 연출했습니다. 여기에 플로럴 프린트 랩 드레스, 실크 스카프를 앞섶에 드리워 무심한 듯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했고요.

Maison Margiela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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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balenciaga)

피엘파올로 피촐리가 드디어 발렌시아가로 시동을 걸었습니다. 25년간 발렌티노를 이끌었던 그가 1년의 공백을 깨고(발렌티노의 흔적을 지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것을 들고 등장했죠. 꾸뛰르적인 볼륨감, 대담한 색감, 정교한 테일러링까지 모두요.

그의 첫 룩은 1957년 작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작품, ‘색 드레스(Sack Dres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디올 뉴 룩 같은 코르셋 실루엣이 유행하던 시절 완전히 자유로운 방식으로 여성을 해방시킨 발렌시아가로 돌아가겠다는 의지죠. “그는 여성을 해방시켰어요. 그의 방식은 몸, 원단과 공기였죠. 나 역시 모든 것의 중심에 인간을 두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뒤 한 말과 동일했습니다. 상체에 맞지 않게 느슨한 블랙 이브닝 드레스, 하얀 오페라 글러브를 착용했고, 배트걸이 연상되는 거대한 선글라스와 헤드피스를 통해 뎀나에 경의도 표했죠. 니콜라 제스키에르에 대한 오마주도 있었습니다. 더블 브레스트 네이비 피 코트에 카키 쇼츠, 그 위로 얹은 ‘승마 모자’가 그랬죠. ‘발렌시아가 튜닉’의 귀환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뎀나가 모두를 열광케 한 후디, 오버사이즈 라인 등은 없지만, 스트리트 웨어의 시대가 끝나가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피엘파올로 피촐리를 발렌티노에서 발렌시아가로 이끈 힘일 수도 있죠.

Balenciaga 2026 S/S R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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