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비상하는 샤넬의 빛

2025.06.24

비상하는 샤넬의 빛

별은 내 가슴에.

샤넬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리치 포 더 스타’를 만난 교토 국립 박물관 속 메이지 고도관 내부 풍경. 별이 쏟아지는 듯한 설치 작품의 중심에 자리한 ‘윙즈 오브 샤넬’ 목걸이.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취향이 새로운 컬렉션과 제품의 출발선이자 기반이고 시작입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는 3년 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작업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가끔 가브리엘 샤넬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그녀의 삶, 친구들, 아파트까지. 혹은 까멜리아와 사자처럼 아주 그래픽적인 아이콘도 영감이 됩니다. 샤넬 세계의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은 오기 마련입니다.”

지난 6월 3일 그가 마지막으로 작업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일본 교토에서 공개되었다(샤넬은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만년필을 오프닝 리셉션 입구에 전시하며 그를 기렸다). 이번에도 레게로의 시작은 같았다. 코코 샤넬이라면 2025년을 위해 어떤 주얼리를 선보였을까? 샤넬 하우스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가미하면 어떤 주얼리가 탄생할까? 답은 ‘리치 포 더 스타(Reach for the Stars)’였다.

별을 향해 손을 뻗는 아이디어의 컬렉션을 만난 곳은 교토 국립 박물관이었다. 비가 내리는 오후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지나 그곳으로 향하자 건물 앞에는 샤넬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로비에 들어서자 프랑스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1895년에 지어진 메이지 고도관은 샤넬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컬렉션 이름에 걸맞게 전시장 안에서는 천장부터 내려온 조명이 반짝였다. 공간을 장식한 또 하나의 요소는 시시각각 바뀌는 배경의 색상. 오렌지부터 레드, 네이비로 변하는 ‘개와 늑대의 시간’ 속 하늘색이 컬렉션의 또 다른 영감이 되었다. “석양과 그 너머의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고 수평선에서 타오르는 다채로운 컬러가 돋보이는 주얼리를 제작하고 싶었습니다 하이 주얼리가 피부 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낮과 밤 사이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샤넬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설명이다.

그곳에서 만난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은 총 세 가지 테마로 나뉘었다. 1932년 코코 샤넬이 선보인 최초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에서 활용된 별이 그 시작이다. 가브리엘 샤넬의 별자리이자 트위드 수트 버튼에도 활용된 사자 모티브, 그리고 이번 컬렉션에서 최초로 탄생한 날개를 바탕으로 한다. 이 모든 아이디어의 기저에는 코코 샤넬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위해 디자인한 화려한 드레스가 있었다.

90여 년 전 첫 번째 하이 주얼리에서도 별 모양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디자인한 코코 샤넬의 유산은 지금도 빛난다. 섬세한 골드와 오닉스 위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블레이징 스타’ 목걸이는 혜성이 가슴 위로 쏟아지는 듯하다. 샤넬 하이 주얼리답게 길게 늘어진 라인은 분리해 짧은 목걸이로 연출할 수 있고, 두 개의 줄은 팔찌로도 착용할 수 있다. 6.06캐럿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중앙에서 반짝이는 ‘드림 컴 트루’ 목걸이는 샤넬의 패션 유산이 돋보인다. 드레스의 네크라인 혹은 지퍼를 닮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샤넬 패션의 팬이라면 2010년 가을 오뜨 꾸뛰르 컬렉션 무대를 기억할 만하다. 칼 라거펠트는 그랑 팔레 중앙에 8.5m 높이의 거대한 황동빛 사자상을 세웠다. 코코 샤넬이 가장 사랑한 동물이자 그녀의 별자리인 사자자리를 기념한 선택은 샤넬 세계에선 자연스러웠다. ‘리치 포 더 스타’ 컬렉션에도 동물의 왕에 대한 헌사는 이어진다. ‘스카이 이즈 더 리밋’ 목걸이의 펜던트 중앙에는 입체적인 형태의 사자 얼굴이 자리한다. 같은 디자인의 반지 옆모습에도 사자가 숨어 있다. 코코 샤넬이 유난히 사랑했던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 사자상(베니스영화제의 황금사자상도 같은 유래)을 닮은 디자인은 ‘비 더 원’과 ‘스트롱 애즈 어 라이언’으로도 이어진다.

컬렉션에서 사자만큼 강렬한 디자인 언어로 해석된 것은 날개다. 샤넬 주얼리에서 처음 만나는 날개에 대한 의미는 아마도 코코 샤넬이 1939년 프랑스 <보그>에 남긴 이 한마디에서 비롯되었을 법하다. “날개 없이 태어났다면 날개를 자라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세요.” 스스로 날개를 달아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비상했던 디자이너에게 어울리는 심벌이다. 전시장 입구를 지키고 있던 ‘윙즈 오브 샤넬’ 목걸이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자 하는 여인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19.55캐럿의 쿠션 컷 파파라차 사파이어를 다이아몬드 날개가 끌어올리는 듯한 목걸이는 화려하고도 클래식한 샤넬 주얼리의 멋을 대변했다.

같은 날 밤 교토 동쪽 산기슭에 자리한 세이류덴 사원에서는 컬렉션을 축하하기 위한 갈라 디너가 열렸다. 안도 사쿠라, 고마츠 나나 등 아시아의 스타들은 샤넬 주얼리를 착용한 채 교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드론 쇼를 감상했다. 그 자리에는 김고은도 함께했다. 5.05캐럿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가 날개 끝에 달린 ‘와일드 앳 하트’ 목걸이와 8.44캐럿의 쿠션 컷 루비가 자리한 ‘와일드 앳 하트’ 반지를 착용한 그녀의 모습에는 클래식한 멋이 깃들어 있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을 위해 코코 샤넬이 디자인한 패션에서 시작한 주얼리 컬렉션과 꼭 어울리는 모습이다. 드론이 비행하는 하늘에서 코코 샤넬이 이 한국의 은막 스타를 바라봤다면, 특유의 건조한 말투로 ‘브라바!’를 외치지 않았을까. (VK)

    패션 에디터
    손기호
    포토
    COURTESY OF CHANEL FINE JEWELRY
    SPONSORED BY
    CHANEL FINE JEWEL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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