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는 재미를 되찾게 해줄, 올가을의 모든 바지
올여름 내내 저는 청바지와 워크 팬츠 몇 벌을 돌려 입었습니다. 반바지나 리넨 소재는 평소 제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았으며, 좋아하는 울이 섞인 바지를 입기에는 더위가 두려웠죠.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가을은 선택할 수 있는 바지의 종류가 곱절로 다양해지는 계절입니다. 슬슬 일교차가 커지니, 석 달이 넘도록 옷걸이에 걸어두기만 했던 바지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에는 행여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을까, 오밤중에 바지 몇 벌을 꺼내 괜스레 한 번씩 입어봤죠. 컬렉션 룩을 살펴볼 때도 하반신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참 많은 디자이너가 다양한 소재, 핏 그리고 길이의 팬츠를 선보였더군요.
가장 먼저 살펴볼 디자이너는 셀린느 시절부터 완벽한 핏의 바지를 만들기로 유명한 피비 파일로입니다. 그녀는 바지통이 좁아지는 최근 흐름을 비웃기라도 하듯 와이드한 실루엣의 팬츠를 선보였는데요. 통이 꽤 넓었지만, 어딘가 포멀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보일 듯 말 듯 은근한 체크 패턴 덕분이었죠. 무채색 상의와 체크 팬츠를 조합하면 시크한 룩이 완성된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고요.

캐주얼한 무드가 한껏 묻어나는 스타일링 역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크림색에 가까운 컬러의 워크 팬츠에 피비 파일로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하이넥 재킷을 매치한 룩이었죠.

마이클 라이더의 셀린느 데뷔 컬렉션에서는 조금 다른 종류의 와이드 팬츠가 등장했습니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배럴 팬츠였죠.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스타일링인데요. 깔끔한 로고 티셔츠를 활용해 현실적인 연출법을 제안한 것은 물론, 극단적으로 과장되거나 타이트한 실루엣의 아우터를 번갈아 매치하며 배럴 팬츠의 범용성을 증명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앞코는 동글동글하면서 갸름한 모양새의 ‘홀쭉이 신발’과도 궁합이 훌륭했고요.
디 아티코는 플레어 팬츠를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슬라우치 부츠처럼 흐물거리는 가죽 소재를 활용하고, 복숭아뼈가 훤히 보이도록 길이를 뚝 잘랐죠. 각진 블레이저와의 조합 역시 영감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슬슬 인기를 얻고 있는 핀스트라이프가 빠질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오피스 룩 연출에만 적합한 줄 알았던 핀스트라이프 팬츠가 한층 관능적으로 변한다는 점인데요 (<보그>는 2025년 가을 트렌드를 요약하며 ‘이번 시즌보다 핀스트라이프가 섹시한 때는 없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듀란 랜팅크는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반항기를 더했고, 앙팡 리쉬 데프리메는 레더 재킷을 매치해 펑크 정신이 물씬 느껴지는 룩을 연출했죠.

물론 계절이 바뀌었다고 꼭 트렌드에 맞는 새 바지를 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스트레이트 핏 데님이나 플리츠가 잡힌 수트 팬츠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지는 올가을에도 유효하거든요. 관건은 역시 스타일링입니다.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을 신거나, 벨트와 신발의 질감을 통일하듯 자그마한 센스를 발휘한다면 익숙하기만 했던 아이템도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 사진
- GoRunway,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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