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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왕찐천재’ 이석로 PD는 진짜 왜 저럴까?

2026.01.05

‘공부왕찐천재’ 이석로 PD는 진짜 왜 저럴까?

그러게.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각각 10여 개 채널을 매일 업로드할 때마다 국민 절반의 손바닥 위에 그들이 만든 세상이 열렸다 닫힌다. 울고 웃고 멋 내고 뽐낸다. 유튜브가 꽤 친한 친구 같은 존재로 기능하게 한 이석로, 류현철, 요즘 PD 2인을 만났다.

이석로 PD의 레더 블루종, 니트 카디건, 폴로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부츠는 프라다(Prada).

이석로는 왜 저럴까

홍진경의 딸, 라엘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PD. 라엘이 실수하자 그걸 보고 있던 PD가 화를 낸다. 거름망을 거치지 않은 날것의 분노 “왜 저래?”. <공부왕찐천재> 이석로 PD는 진짜 왜 저럴까? 선우용여, 최화정, 홍진경, 김영철, 이경규, 노홍철, 백지영, 노희영, 한가인, 손태영, 이지혜, 장영란 등··· 이석로는 어떻게 이럴까!

유튜브를 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이석로 PD가 만든 섬네일로 시작한다고 한다. 결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성향의 유튜버들을 그야말로 띄우고 있다. 이석로는 어떻게 이렇게 하지? 궁금할 법하지 않나? 기사를 찾아보니 대단한 전략이나 자신만 아는 티핑 포인트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정말 없다. 그냥 궁금한 분들이라 내가 찾아가서 유튜브를 하자고 했다.

어떤 사람이 궁금한 건가?

TV를 보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잡지를 보다가 갑자기 ‘이 사람 유튜브에서 좋겠다’ 하고 탁 오는 순간이 있다. 뭔가 공식처럼 있어 말할 순 없는데 그냥 느낌이다. 물론 지명도가 높은 사람은 당연히 반응이 있을 거다. 그러나 그걸 기준으로 보진 않는다. 그냥 사람 자체로 봤을 때, 카메라가 꺼지거나 켜지거나 같은 사람. 솔직한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솔직함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나?

솔직함이 핵심이다. 솔직함이 보이면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얼굴을 알고 있고, 재미있는 사람. 내 기준이다. 그게 보이면 상상이 되기 시작한다. 뭘 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재미있는 사람’의 기준이 있나?

눈치가 빠른 사람. 분위기를 읽고, 지금 이 타이밍에 어떤 말이 웃길지를 아는 사람이 재미있다. 눈치가 빠르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 사람, 혹은 일부러 안 빠른 척할 줄 아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다.

그걸 어떻게 느끼나?

첫 미팅에서. 다른 매체에서 봤을 때 만들어진 재미인지, 본인이 만들어낸 재미인지도 만나보면 보인다. 편집이나 구성 덕에 재미있어 보이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재밌는 경우도 있다. 그걸 구별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만나서 당신이 선택한 출연자를 제작진 반대에도 밀어붙인 경우가 있었나?

있었다. 처음으로 반대를 많이 받은 케이스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책임질 테니 한번 믿어달라고 했다. 솔직히 많이 ‘쫄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크게 이슈가 됐고, 그 뒤로 채널이 더 많이 생겼다.

유튜브에서 잘될 사람의 조건이 다른 매체와 다르나? 유튜브에서 잘될 사람은 TV나 SNS에서도 잘되는 거 아닐까?

다르다. 앞서 말했듯 제일 중요한 건 솔직함이다. 카메라가 없어도 금기 질문이 없는 사람. 둘이 앉아서 얘기할 때도 전남편 얘기, 과거 사건 같은 걸 쿨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솔직함이 카메라 앞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그 솔직함은 훈련이 되나?

안 된다. 알려주고 익혀서 되는 게 아니다. 진짜 솔직해지고 싶은데도 안 깨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도 결국 티가 난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이 잘하나?

카메라를 잊는 사람들. 아이돌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고, 반대로 구력이 많은 사람들 중에도 카메라를 벽에 붙은 파리처럼, 카메라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유튜브에 잘 맞는다.

때로 그 카메라를 잊는 자유로움, 지나친 솔직함이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그 경계에 당신이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조건 사전 공유한다. 촬영본을 다 보여주는 게 계약 조건. 편집권은 내게 있지만, 마지막 결정은 같이 한다. 빼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연히 뺀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가 오히려 첫 번째 시청자가 되는 것이다. 우선 내가 가편을 다 본다. 20분짜리를 내야 하면 30분짜리를 보고, 자르고, 자막 보고, 음악 듣고, 모든 채널을 모두. 물리적으로 힘들어서 편집하는 날은 아침까지 못 나올 때도 많다.

조회 수가 많아지고, 이른바 채널이 떠오를 때의 희열은 어떤가?

만들 때의 고통은 산고에 버금간다. 채널 하나 만들 때 1회가 제일 힘들다.

잡지도 창간호가 제일 어렵다.

같은 맥락이다. 1·2·3회가 잘 풀리면 바퀴는 굴러간다. 바퀴를 움직이는 게 어렵지 않으면 굴러간다. 그 3회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 안에 반응이 왔다. 그러면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대단한 홍보도 없다.

홍보, 바이럴··· 크게 의미가 없다. 처음엔 조회 수가 몇천이다가, 어느 순간 알고리즘이 탁 잡아서 100만을 넘긴다. 그 희열은 도파민 차원이 아니다. 이 일을 하는 동력이 되어준다.

알고리즘이 지켜보고 있다가 이석로가 만들면 잡아 올려준다는 말도 있다.

하하. 전혀 아니다. 스태프와 함께 진짜 노력한다. 회의도 그렇고, 이게 우리가 하는 많은 일 중 하나가 아니라 ‘내 것’처럼 한다. 스태프도 아이템 던지고, 촬영할 때도 “조금만 더 찍자”고 한다.

유튜브 수익을 제작진에게 인센티브로 준다고 들었다. ‘조금만 더 찍자’ ‘조금 더 회의하자’의 뼈대가 된 게 아닐까?

나는 방송국 PD 출신이다. 나도 똑같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데, 내가 한 만큼 못 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시청률이 터져도 월급은 똑같고, PD는 재방료도 없다. 부조리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회사를 하게 되면, 나와 같이 고민한 후배들이 정당하게 보상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더니 후배들이 모두 주인의식으로 일한다. 그게 맞다고 본다.

직원이 50명, 허니비 스튜디오가 이름을 바꿔 확장 일로에 있다고 들었다. 어떤 구상이 있나?

바뀔 이름은 비범이다. 비범하다, 봄이 되라, 날아오르는 호랑이 여러 의미가 다 마음에 들었다. 잘하는 것만 계속하면 고인 물이 되기 쉽다.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회사로 출연자, 스태프가 함께 성장하고 싶다.

JYP가 자신이 만든 모든 음악에 자기 지문을 찍듯 이석로도 자기 영상에 직접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다 나오지 않는다. 많이 회자된 영상에 나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원래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싫어한다. 근데 현장에서 4시간 걸릴 걸 연출자인 내가 등장해 개입하면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 유튜브는 기동성이 중요하다. 출연자가 지치지 않아야 한다. 다분히 기능적인 이유였다.

유튜브는 어떻게 될 것 같나?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크리에이터 중심 채널, 방송국 클립형 채널, 그리고 웹예능. 결국 오래가는 건 비용 대비 효율이 맞는 구조다. 다만 커질수록 ‘짜치는’ 콘텐츠도 같이 늘어날 거라 여긴다.

짜친다! 전문용어다.

하하. 나는 방송국 출신으로 심의라는 기준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다. 너무 자유로운 매체다 보니 유해한 콘텐츠가 여과 없이 나와 소비될 수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

거기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방송국에서 수익이 맞지 않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들을 수익과 상관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돌릴 수 있다. 탈북자, 노인, 청년 문제 등 더 이상 광고가 붙지 않아 못 만드는 콘텐츠일 뿐 안 봐도 될 콘텐츠라 사라진 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다. 그런 이유로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기자들도 많고.

어쩐지 이 인터뷰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가려고 했는데 다큐로 가는 것 같은데···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수위에 유튜버가 되어 있을 정도로 전 국민이 유튜버가 되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유튜버가 되나? 어떻게 해야 성공한 유튜버가 될 수 있나?

자기가 잘하는 거, 관심 있는 거,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걸 일단 추린다. 요리든 여행이든, 과장이든 몰래카메라든, 커플 콘텐츠든. 지금 유튜브에 있는 모든 카테고리 중에서 다섯 가지를 적고, 그 다섯 개를 6개월 동안 해본다.

동시에 다섯 개를?

동시에. 6개월 동안 정말 후회 없을 만큼 열심히. 진짜 열심히 안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다섯 개 중에 분명히 하나는 반응이 온다. 여행 브이로그는 500 나오는데, 부대찌개 끓여 먹은 영상은 600이고, 근데 남자 친구랑 롯데월드 갔다가 바이킹 타는 게 갑자기 조회 수가 튄다. 그럼 아, 이쪽이구나 하고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컨셉만 밀다가 포기한다.

그게 일반 유튜버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다. 본인은 이 매력이 자기 전부라고 봤는데, 사실 사람은 매력이 여러 개다. 그중 어떤 게 대중한테 소구될지는 해보기 전엔 모른다. 그래서 다섯 개는 해봐야 한다. 알고리즘이랑 대중성은 결국 반응으로 알게 된다.

반응이 온 다음에는?

거기서 발전시키는 것. 먹방이 뜨면 요리도 해보고, 맛집도 가보고. 거기서 또 뜨면 그쪽으로 가보는 거다. 결국 그게 자기 길이다. 한쪽으로 파기 시작하면 알고리즘도 계속 몰아준다.

어떤 태도가 그렇게 할 수 있게 한다고 보나?

그냥 열심히. 대신 남이 하라는 거, 남이 잘되는 것만 따라 하지 말라는 거.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동력이 계속 생긴다.

크리에이티브한 유튜브 PD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할 생각인가?

내가 마니악한 사람인지, 대중적인 사람인지를 먼저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이건 남들한테 물어봐도 되고, 스스로 더 잘 알고 있기도 한데. 내가 마니아 같은 사람이라면 빨리 대중적인 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주제가 마니악해도 해법은 대중적이어야 하니까. 유튜브는 대중매체다. 팝 컬처라는 건 결국 대중의 마음을 60%는 건드려야 한다. 10%만으로는 안 된다. 그러면 성공하는 유튜버는 되기 어렵다.

대중적이고 싶지만 타고나기를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라면 어쩌나?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내레이션만 할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으로 갈 수도 있고, 자료 화면으로 풀 수도 있다. 그건 제작자가 정하는 것. 중요한 건 유튜브는 한국에서 가장 큰 대중매체라는 걸 아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점에서 대중적인 사람이라고 느끼나?

나는 웃기는 거랑 사람 이야기, 인문학적인 것에 되게 대중적인 사람이다. <인간극장> 같은 휴먼 다큐를 거의 다 봤다. 사람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 중심 콘텐츠에 애정이 큰 듯하다. 그 대중적인 감각으로 어떤 프로듀서가 되고 싶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콘텐츠도 많지만, 나는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아주 내밀하게 재밌게 웃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되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시대에 대해 말이 많다. 유튜브는 어떻게 될까?

AI가 사람 일을 대체한다고 한다. 일이 줄어드는 것만 고민할 게 아니라 일이 줄어드니 남는 시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심해야 한다. 놀아야 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잘 놀 것인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 본다. 누군가는 유튜브로 정말 즐겁게 잘 놀 수도 있다. 그러니 더 좋은 유튜브 채널이 많이 생겨나야 하고, 그럴 것이다. 후배들과 잘해봐야지 하는 마음이다.

당신이 직접 뽑은 스태프가 아니라 더 광범위하게 들리는데, 맞나?

맞다. PD를 꿈꾸는 친구들 정말 많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뭔가 직접적으로 가르치고 알려주는 선배라기보다, 저 사람 보니까 저런 길도 있구나 싶게 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불안하고 초조한 친구들에게 위안이 되는 선배.

후배들에게 이석로가 먼저 걸어 만든 지도를 주고 싶나?

그렇게 거창하게는 아니다. 그래도 저런 전형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방송국 시스템 안에서도, 밖에서도 의미 있는 선배로 남았으면 좋겠다.

유튜브계의 나영석인 줄 알았더니 손석희였나 보다. 이석로가 길을 열어준 선배라고 언급된 어느 눈치 빠르고 성실한 후배의 인터뷰를 <보그>에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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