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포인트

나와 당신의 투자 역사, 미워도 다시 한번?

2026.04.07

나와 당신의 투자 역사, 미워도 다시 한번?

코스피가 6,000을 돌파한 그날, 주식 창을 열며 미래를 그려보았다. 지금 꽉 막힌 호르무즈해협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돌아보았다. 포모와 욕망이 그리 잘못이었나.

‘Cash Money Overflow’, 2023, Mixed media on hand sculpted polystyrene, 129.54×17.78×129.5cm

파리의 택시 안. 박물관 오프닝 파티에 가기 위해 은근히 드레스업한 기자들과 인플루언서의 대화 주제는 금이었다. 가격이 급상승 중인 금을 지금이라도 사야 한다고, 동료 기자가 이야기를 끌고 갔다. 인플루언서는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신경은 수능을 사흘 앞둔 딸에게 가 있는 듯했고, 나는 경제지 출신이라는 동료의 과거 이력에 신뢰를 보내며 질문을 던졌다. “어느 금은방으로 가야 해요? 다니시는 데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그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네이버에 “KRX 금 현물이라고 치면 나와요”라고 일러주었다.

물론 금은방에서도 금을 살 수 있다. 다만 앱을 깔고 금 통장을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다. 그 후 구입까지 한 달이 걸렸는데 게으르기도 하고, 계좌 개설법을 유튜브로 배우려니 헷갈려서다. 나의 금융 문해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사이 금은 더 수직 상승했고, 조급함에 적금까지 깨서 그 폭주 기관차에 합류했다. 매일 금을 검색했다. ‘세상에 금을 펼치면 축구 경기장 정도이니 희소가치가 상당하다’, ‘불확실한 정세에 자산은 금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유튜브를 보면서 돈만 생기면 1g씩 사 모았고 정말이지 수익이 났다. 아, 처음부터 과감히 투자할걸.

해가 바뀌고 중국 거물들이 급격히 오른 금값의 차익을 실현했다는 소식과 함께 국제 금 가격은 급락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수익률 6%. 예금보다 높으니까.

그때부터인가. 예적금 이자를 물가 상승률만큼도 안 쳐주는 은행에 배신감을 느끼며(게다가 내 대출이자는 얼마나 센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주식 창을 열어보았다. 너무 안 들어가서 앱 업데이트부터 해야 했다.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때가 2021년이다. 코로나19 창궐로 세계 주식 가격이 폭락했지만 동학 개미 운동이 일며 불장으로 진입하던 시절이다. 팬데믹 때 4만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를 살 용기와 지식도 없었던 나를 자책하면서, 7만원대로 오른 삼성전자를 ‘지금이라도’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 그때는 불장과 호가의 단어 뜻부터 검색했다. 내가 이렇게 무식했나 놀랐다. 매일 아침 빨갛게 도배된 주식 창이 좋으면서도 허망했다. 내 노동 가치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니, 이렇게 넣어두기만 해도 불어나는데, 나는 왜 출근하는가. 아, 자본금이 없구나. 그렇다면 돈이 돈을 굴리는 이들에게 내 월급은 우습겠네. 자학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는 나 말고도 국민들이 주식 창만 들여다보던 시절이었다.

인생이란 그렇듯 다시 하락장이 시작됐다. 나는 파란 화면을 못 보겠다며 아예 닫아버렸다.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열어본 내 주식 창은 여전히 잡화점이다. 삼성전자 빼고는 운동화 OEM, 식품, 종이, 항공, 여행, 화장품, 제약 회사 등 대부분 팬데믹 이후에 경기가 회복되면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던 업종이다. 대장주를 샀으면 모를까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거기를?” 하고 놀라거나 “처음 들어봤어요” 하는 작은 회사들이다. 파란 나라 중에 제약 회사는 마이너스 97%다. 대체 그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하긴 처음부터 뭔지도 모르고 신문에 난 기사 한 줄 때문에 샀다.

주식의 희로애락을 얘기하자면 대서사시를 읊을 사람이 많을 거다. 그들도 나도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마음으로 재진입하고 있다. 한국 코스피가 유례없이 질주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모이게 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코스피는 몇 달 만에 6,000을 돌파했다. 세상에, 이런 숫자도 처음 본다. 전문가들은 예언했다. “여러분, 7,000, 8,000도 봅니다.” 베스트셀러는 <코스피 1만 넥스트 레벨>이다. 모두가 찬양했을 리 없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며 코스피 ETF를 대거 구매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이란 침공 직후 한국 주식시장은 ‘최대 낙폭국’이 됐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이 내다 팔아도 회복의 희망을 놓지 않는 개미들이 하락을 방어 중이지만 쉽진 않다. 이번에도 난 욕망의 꼬리를 쫓다가 잠깐의 흔들림에 튕겨 나가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포모(Fear Of Missing Out, FOMO)의 인생이다. 포모 증후군은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신조어가 이토록 오래 나와 함께하는 단어가 될 줄이야. 4년 전 부동산 붐이 일었을 때 1년 만에 몇억씩 오르는 친구 집을 보면서 질투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주택 가격이 노동 가치를 압살하는 현장에 나도 공격자가 되고 싶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얼마나 처절한 표현인가) 집을 샀다가 지금 본전 생각에 팔지도 못하고 있다. 머리, 어깨, 무릎, 발에서 그나마 어깨에 샀으니 다행이지, 꼭대기에 진입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위로 중이다. 슬픔을 타인의 슬픔으로 위로하는 비루한 생이여. 더 씁쓸해진다.

사회생활 후 첫 포모는 펀드였다. 17년 전엔가 베트남 투자 펀드를 들었다. 농협 직원이 강력히 권했다. “다들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중이에요”라면서 다른 고객의 수익률을 정리한 표를 보여줬다. 10% 후반이었고, 브라질의 벌목 산업 어딘가에 투자했다는 누군가의 통장엔 30%가 찍혀 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왔다. 직원도 좋은 마음이었다고, 나처럼 회사가 내려주는 할당에 허덕이는 노동자였다고 여기며 이해한다.

누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움직이지 않아 마지막에 숨을 불어넣었는데, 그것이 욕망이라 하지 않는가. 포모와 욕망은 자연스럽다. 다만 노력이 없었다. 친구가 열어준 계좌에서 주식을 했고, 펀드와 ETF의 개념을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부동산 역시 공돈 몇억을 벌고 싶어서 지하철 들어온다는 뜬소문을 믿었다. 사람은 중요한 사안에서 오히려 쉽고 빠르게 결정하는,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직관적인 생명체라며 나를 다독여본다. 그리고 솔직히 돈에 무기력증을 앓으면서도 그것에는 관심 없는 척, 더 위대한 다른 가치가 있다며 허세를 부렸다. 옷을 <보그>에 걸맞게 잘 입을 자신이 없어서 하이패션에 관심 없는 척, 아니면 스티브 잡스인 척 셔츠와 팬츠만 내리 입던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제 노력을 해보리라 결심한다. 욕망에는 대가가 필요하다. 노동 소득을 위해 내가 왕복 3시간씩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는 것처럼. 나보다 더 불투명한 위기의 시대에 태어난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투자를 훨씬 빨리 공격적으로 시작하고 배워가고 있다. 국내외 통계가 그렇다. 독특하게도 소셜 미디어에서 투자 조언을 구한다. #RichTok(리치톡)처럼 틱톡도 애용한다. ‘당신의 부자 친구(Your Rich BFF)’라 불리며 틱톡 팔로워 270만 명을 보유한 비비안 투(Vivian Tu)는 <포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빠의 재무 상담사처럼 생기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거죠. 대학 절친 같은 사람이 금융(Finance)을 재미(Fun)와 결합한 ‘퍼넌스(Funance)’로 바꿔놓으니, 다음 세대 부자들이 돈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여요.” 젊은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 부자라고 표현하다니, 역시 경제 인플루언서답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본다. ‘빚투를 극복하는 법’ ‘집 살 때 이런 실수 하지 마세요’ 같은 주제가 카드 뉴스로 보기 좋게 편집되어 있다. 내가 구독하는 경제 유튜브 채널의 주인장들도 젊다. ‘월 100만원 사회 초년생의 1억 모으기 플랜’ ‘20대부터 S&P 500을 사야 하는 이유’처럼 젊은 세대의 맞춤형 콘텐츠를 올리고, 매수와 매도의 뜻부터 계좌 여는 법 시뮬레이션까지 기초 지식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나와 동년배로 추정되는 댓글이 보인다. “제가 젊을 때 이렇게 가르쳐주는 분이 계셨다면 부자 됐을 거예요. 좋은 세상입니다.” 대댓글이 달린다. “네가 20대일 때는 지금보다 기회가 더 있었잖아. 안 벌어두고 뭐 했니.” 집 마련도 연금도 불투명한 사회에서 경제적 독립을 위해 전투적으로 투자 세계에 입문하는 젊은 세대의 행태가 자연스럽다. 사회 위기론을 떠나 경제와 투자는 초등학교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제야 매일 아침 주식 브리핑을 듣고 경제 주간지를 구독하고 관련 서적을 읽는다. 처음엔 이전처럼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다시 말해 돈을 잃고 싶지 않아서 20년 만에 수험생의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도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오죽할까. 지하철에서 억지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경제 유튜브를 2배속으로 들었다. (요즘 영상을 2배속으로 보지 않는 사람 드물죠?) 하지만 못 알아들어서 1.5배속으로 낮췄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일시 정지를 누르고 AI에게 물어본다. 제미나이에게 ‘최고의 투자 조언자’라는 성격을 부여했다. 그 최고에게 매일 기본 용어를 묻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 제미나이는 나를 “투자를 시작하는 초보자님”이라고 부른다. AI가 이렇게 무섭다.

그러다 금과 엔화, 달러, 주식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세상에. 어느 물리학자가 고등학생 때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새벽하늘을 보는데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보였다는, 감격의 순간을 회고한 적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혀 몰랐던 아주 중요한 세계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놀라움, 세계의 반만 신경쓰고 있었다는 박탈감이 들었다. 세상은 뭐든 하나 따로 노는 것이 없었다. 최근 에드 콘웨이의 <물질의 세계>를 읽고 구리는 구성 성분 자체가 이 세계에 없어서는 안 될, 게다가 경제적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물질임을 알았고 그걸 인지한 이들은 구리 ETF에 들어갔을 것 같았다. 돈을 벌었을 그들이 부럽지 않다. 수긍한달까. 이제야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먹은 나는 돈보다도 이 세계가 돌아가는 꼴을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물론 벌면 좋지만 이전의 포모는 아니다.) 나도 그 물리학자처럼 발코니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중학생 때 한밤중에 도서관에서 나와 은하수를 본 적 있는데, 그때 뭔지 모르지만 나를 기다릴 미래에 가슴이 두근댔다. 그 순간이 아주 오랜만에 다시 왔다. VK

김나랑

김나랑

피처 디렉터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매번 배웁니다. 집에 가면 요가를 수련하고 책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더보기
    피처 디렉터
    김나랑
    아티스트
    Paul Rousso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