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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순간’ 스텔라 맥카트니, H&M과 20년 만의 협업

2026.04.16

‘자랑스러운 순간’ 스텔라 맥카트니, H&M과 20년 만의 협업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위험 부담이 컸죠.” 2005년 에이치앤엠과 협업을 결심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스텔라 맥카트니가 말했습니다. 3월의 어느 흐린 아침, 런던 한 행사장에서 티셔츠에 박시한 그레이 테일러링 재킷을 걸친 채 오트밀 플랫 화이트를 홀짝이며 템스강을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매일 리스크를 감수하고요. 제가 이 업계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이미 하나의 리스크거든요. 그러니 두렵지 않죠.”

지금 생각하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당시는 그랬습니다. 그녀처럼 유명 디자이너가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잡는 건 큰 위험 요소로 여겨지던 때였죠.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한 사람은 그 전해의 칼 라거펠트뿐이었거든요. 맥카트니는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한 지 4년째였으며, 패션계가 윤리적이면서도 동물 학대 없는 생산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 커리어가 칼 라거펠트의 뒤를 잇는 것 같다는 거예요. 물론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지금 당장 그를 따라가고 싶지는 않아요.” 맥카트니는 1997년 끌로에를 그 전설적인 디자이너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칼이 에이치앤엠과 협업할 때만 해도 아무도 그런 걸 하지 않았어요. 다들 ‘아, 논란이 되겠군!’ 하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그 뒤를 따라가는 게 꽤 재미있다고 여겼어요. 그분 입장에서는 분명 짜증스러웠겠지만, 우리 둘 사이엔 그런 유쾌한 신경전 같은 게 늘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리스크였죠.”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물론 위험을 감수할 만했습니다. 당시 헤드라인을 보면, <가디언>은 출시 당일 에이치앤엠 옥스퍼드 스트리트 플래그십 스토어 풍경을 ‘맥카트니 광풍’이라고 썼고, <인디펜던트>는 ‘스텔라의 아수라장’이라 썼으며, 영국 <보그>는 ‘쇼핑 폭동’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맥카트니의 컬렉션 출시는 전례 없는 열풍을 불러일으켰죠. 참고로 이는 케이트 모스의 탑샵(Topshop) 컬렉션이 옥스퍼드 서커스를 마비시키기 2년 전 일이었어요. “<파이낸셜 타임스> 1면에 실린 게 기억나요. 사람들이 옷을 뺏으려고 싸우는 모습이었어요.” 맥카트니가 웃으며 회상했죠. 그러니 20여 년이 지난 지금, 스웨덴의 거대 리테일과 다시 손을 잡는 건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을 주죠. 5월 7일 출시 예정인 컬렉션은 그간의 대표작을 총망라한 미니 회고전처럼 느껴집니다.

맥카트니는 “스텔라의 옷장, 아이코닉한 의상을 다시 살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며, 이번 컬렉션은 날렵한 테일러링의 이브닝 웨어부터 셔츠와 데님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를 아우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아이템으로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면으로 제작한 오버사이즈 트렌치 코트, 재활용 식용유로 광택을 낸 인조 뱀피 크롭트 봄버 재킷, 에어브러시로 그린 말 그림의 후드 티와 티셔츠가 있습니다. 특히 말 그림은 1999년 봄 끌로에 컬렉션 등에서 선보였던 대담한 스프레이 페인팅 디테일이 떠오릅니다.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또한 2023년 봄 자신의 컬렉션에서 벨라 하디드가 입었던 크리스털 장식 컷아웃 청바지를 재해석한 버전도 있죠. 이번엔 80%의 재활용 유리 크리스털을 사용했으며, 가격은 169달러로 불티나게 팔릴 것이 자명하죠.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팔라벨라 백의 저렴한 버전도 99~219달러 정도로 선보이는데, 이 제품 역시 순식간에 품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폴 맥카트니의 상징적인 ‘록 로열티’ 티셔츠를 재해석한 버전도 포함됐습니다. ‘록 스타일’이 드레스 코드였던 1999년 멧 갈라에서 맥카트니는 배우 리브 타일러(스티븐 타일러의 딸)와 함께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죠. 그날 아침 그들은 헤인즈에서 흰색 탱크 톱 세 벌을 산 뒤 리틀 이탈리아로 달려가 커스터마이징을 맡겼어요. 자신들의 유명한 로커 아버지들을 상기시키는 유쾌한 오마주였죠. (맥카트니는 사람들이 할로윈 때 그 룩을 입고 변장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며, 누군가 그 룩을 재현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타일러와 서로 사진을 찍어 보낸다고 덧붙였습니다.)

Getty Images

그녀는 최근 몇 년간 이 아이템을 여러 번 다시 선보였습니다. 우리가 인터뷰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록 뮤지션 헤일리 윌리엄스가 무대 위에서 이 옷을 입은 것을 보았죠. 그녀는 이 아이템의 매력이 왜 이토록 오래 지속된다고 여길까요? “브랜드 정신을 보여주고 유머 감각을 드러내죠. 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맥카트니가 답했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의 바탕엔 매우 진지한 이야기가 깔려 있어서, 가능하면 브랜드엔 유머를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가벼운 분위기도 필요하거든요.”

이토록 포괄적인 제품군을 구성하고 대표작을 포함한 이유에 대해 맥카트니는 “저는 엘리트주의 디자이너가 아니에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제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격 때문에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어요.” 또한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더 큰 규모의 패션 하우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 여러 럭셔리 그룹과의 전략적 동맹은 그녀를 늘 매료했습니다. “최고의 소재를 사용하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며, 실험실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것 같은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당연히 가격대가 높아지죠.” 그녀가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목표는 내부에서부터 바꿔나가는 것이에요. 이런 방식으로도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제가 케어링이나 LVMH와 손잡은 이유가 뭘까요? ‘내가 할 수 있다면 너희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어떤 레벨에서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리서치 랩 같은 존재죠.”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실제로 맥카트니가 도착하기 전 앤 소피에 요한손(Ann-Sofie Johansson) 에이치앤엠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가 옷걸이를 훑으며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놀라웠던 건 모든 제품을 가능한 한 책임감 있게 생산하기 위해 기울인 세심한 노력이었습니다. 모든 제품 옆에는 사용된 소재(유기농 면과 실크, 서큘러 비스코스, 엄격한 동물 복지 지침을 준수하는 농장에서 공급받은 양모, 재활용 원료로 만든 섬유 등)를 명시한 라벨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 혁신적 원단 기술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죠. 요한손은 “많은 제품에 제3자 인증이 붙어 있어요. 그저 말로만 하는 게 아니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에이치앤엠처럼 거대한 리테일 기업의 이런 노력은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에이치앤엠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지속 가능한 원칙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하니까요. 하지만 수많은 브랜드가 많은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노력을 철회하는 이 시점에, 에이치앤엠이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는 모습은 고무적입니다.

에이치앤엠은 맥카트니와의 협업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기 위해 인사이트 보드를 출범했으며, 2030년까지 100% 재활용 또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조달된 소재만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어려운 목표지만, 매우 투명한 방식으로 계속해나가고, 최대한 크게 확장하고 있어요.” 요한손이 말했습니다. “일부 품목은 규모 확장이 어렵지만, 더 많은 컬렉션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소규모·한정판으로 시작한 다음 점차 규모를 확대해나갑니다.”

맥카트니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제가 이 협업을 하는 이유는 ‘좋아, 이제 대화를 시작해보자’는 거죠. 맞아요. 패스트 패션이에요. 완벽하지 않아요. 형편없는 제품도 많지만,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더 나아질 수 있죠. 그게 저를 정말 설레게 해요.”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이번 컬렉션은 샘 록(Sam Rock)이 촬영한 캠페인 화보와 함께 공개되었는데, 안젤리나 켄달(Angelina Kendall),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 러네이 랩(Renée Rapp)이 잔디밭에서 뒹굴거나 새하얀 배경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맥카트니는 캐스팅에 대해 “모두 제 친구들이에요. 그들은 단지 겉모습뿐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여성들입니다. 지성까지 겸비했죠.”)

화보를 보면 컬렉션이 정말 쿨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친구들과 동료들이 어떤 아이템을 탐낼지 상상이 가는데요. 이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여러 <보그> 에디터들이 2000년대에 구입해 지금도 옷장에 고이 간직하는 ‘에이치앤엠×스텔라 맥카트니’ 컬렉션 관련 이야기를 들려줬죠. 특히 지퍼 포켓이 달린 청바지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어요. 니콜 펠프스 <보그 런웨이> 글로벌 디렉터는 “같은 컬렉션의 길지만 너무 크지는 않은 브이넥 스웨터에 타이다이 무늬의 캐미솔을 받쳐 입고 미들 힐 펌프스를 매치하곤 했어요”라고 말하며 “정말 시크해 보였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요한손도 에이치앤엠 여성복 디자이너로 일하던 2000년대에 구입한 비즈 장식 실크 재킷을 입고 저를 만나러 왔죠. 지금도 처음 매장에 나왔던 날처럼 여전히 멋스러웠습니다. 저는 이러한 전략, 즉 지속 가능성을 매력적인 옷 안에 은밀하게 담아내는 방식을 다소 투박하게 ‘강아지에게 약을 먹이려고 땅콩버터와 섞어주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그 말을 맥카트니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커피를 쏟을 뻔했죠. “그거 너무 좋다! 티셔츠 문구로 딱이에요. 땅콩버터 속 알약이라니. 나중에 그 티셔츠가 나오면 ‘어떻게 감히 저럴 수가 있지?라고 할 거예요.”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Photo: Sam Rock / Courtesy of H&M

어떤 아이템이 잘 팔릴지도 기대된다며, 기존 고객층보다 젊은 세대가 컬렉션을 구입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습니다. 자기 옷을 입은 사람을 거리에서 마주치면 짜릿할 거라고도 말했죠. 5월 7일 옥스퍼드 서커스 매장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관찰하고 싶어요. 변장이라도 해볼지 생각 중이에요”라고 답했고요. 그럼 선글라스나 가발 같은 소품을 컬렉션에 추가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스텔라가 말했습니다. “케네스(Kenneth), 제 일정 좀 비워주시겠어요? 에이치앤엠 매장을 걸어 다니고 싶어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듣고 싶고, 싫다는 말이나 혹평도 듣고 싶어요. 둘 다 괜찮아요.”

무엇보다 그녀는 이번 협업이 에이치앤엠처럼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다른 브랜드에도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정말 희망적이지만, 동시에 정말 답답하기도 해요.” 맥카트니가 말을 이었습니다. “저는 식물성 소재를 쓰고, 동물을 죽이지 않고, 동물성 접착제나 온갖 화학물질, 그리고 가죽 가공에 발암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데, 더 저렴한 가격대의 대규모 브랜드는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왜 럭셔리 브랜드는 못하는 거죠?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에너지 넘치는 맥카트니는 이 주제에 이르자 더 열기를 띠었습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덧붙였죠. “정말 신나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에요.”

황혜원

황혜원

웹 에디터

<보그> 웹 에디터로 주로 패션 트렌드를 다루며, 웹사이트 전반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쓰는 걸 좋아합니다. 돈이든 글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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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m Hess
사진
Sam Rock / Courtesy of H&M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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