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영화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이름

영화 <마이클>은 ‘Wanna Be Startin’ Somethin’으로 시작한다. “뭔가를 시작하고 싶다고 했지? 뭔가를 시작해야 할 거야.” 마이클 잭슨의 6집 <Thriller>(1982)에 수록된 이 곡은 실제 그의 투어 공연에서 오프닝 곡으로 자주 쓰였다. 그만큼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동시에 이 영화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선택이다. <마이클>의 야심은 ‘영화’가 아닌 마이클 잭슨에 있다. 그래서 그의 일대기와 노래를 뮤지컬처럼 엮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강요로 혹독한 연습을 해야 했던 시기에 잭슨 5의 ‘Big Boy’가 흐르는 식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 난 즐기지 않아. 난 이제 다 컸으니까.”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마이클>에 대해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갈린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통찰을 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의 음악과 춤이 있다면 다른 설명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더 많을 테니 말이다.


<마이클>은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범죄 혐의 논란까지 다루었던 영화는 결국 법적 우려로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이후 1,500만 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추가로 투입해 재촬영했다. 그렇게 재구성된 <마이클>이 강조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가족’이다. “물려받을 게 없으니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형제들과 ‘잭슨 5’를 결성해 활동하던 시기, 솔로로 독립해 ‘킹 오브 팝’에 등극한 시절, 그럼에도 아버지의 강요에 원치 않는 투어 공연을 이어가야 했던 상황이 차례로 펼쳐진다. 영화는 틈틈이 남들과 다르게 살 수밖에 없었던 그의 외로움도 드러낸다. 인간 친구 대신 동물을 집에 들였던 일화, 형제들과 어울리고 싶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세계가 달라 또다시 혼자가 되었던 시절, 그래서 아픈 아이들을 만나며 외로움을 달랜 이야기. 다만 <마이클>이 인간 마이클 잭슨에게 다가서는 온도는 밋밋하다. 어디까지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음악과 춤이기 때문이다.

<마이클>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마이클 잭슨의 재현이다. 마이클 잭슨의 형 저메인 잭슨의 아들 자파르 잭슨을 캐스팅한 것부터 그렇다. 잭슨 가문에서 마이클과 외모가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외모보다 ‘혈통’ 때문에 캐스팅되었을 것이다. 그의 성이 잭슨인 덕분에 이 영화는 공식 인증에 가까운 권위를 얻은 것이다. 실제 공연 영상을 한 프레임씩 옮기듯 재현한 장면들 또한 그러한 ‘인증’에 힘입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모타운 창립 25주년 기념 공연, 잭슨 5의 마지막 투어 공연, 런던에서 열린 ‘BAD’ 투어 공연 등의 장면에서 관객들이 즐기는 건, 자파르 잭슨이 따라 한 마이클 잭슨이 아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시절의 마이클 잭슨과 재회한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개봉 후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이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 3위까지 급상승했다. 그처럼 <마이클>을 본 관객은 극장을 나오자마자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극장을 나오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재현이고, 그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현실을 자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영화에 담기지 않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많이 남았다. 미국 개봉 7일 만에 2억 달러(약 2,9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회수하자 제작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돌입했다. 속편은 <Dangerous>, <HIStory>, <Invincible> 시대를 거쳐 2009년 ‘This Is It’ 공연 준비와 잭슨의 사망까지 담을 것이다. 관객들은 다시 극장을 찾을 것이고, 극장을 나와 또다시 그의 노래를 재생할 것이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도, 그의 음악을 넘어서는 영화도 없다. 그런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결국 ‘오리지널’을 찾게 만드는 것. 여기까지가 이 영화가 설계한 결말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거대한 마케팅 프로젝트나 다름없지 않냐는 비판은 무색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이클 잭슨이라서 그렇다.
추천기사
-
아트
'프랭크 게리'라는 혁신, 그에 대한 예술적 헌사
2026.04.27by 김나랑
-
엔터테인먼트
‘유포리아’ 시즌 3 결혼식 속 파격적인 하객 룩
2026.04.28by 오기쁨
-
패션 아이템
청바지 말고! 티셔츠와 스니커즈 조합에는 슬랙스를 입어보세요
2026.05.08by 하솔휘, Katharina Fuchs
-
웰니스
단백질 커피! 단백질 섭취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
2026.05.04by 윤혜선, Morgan Fargo
-
엔터테인먼트
AI는 허밍하지 않는다 #1 톰 요크
2026.04.30by 한다혜, 하솔휘
-
뷰 포인트
나는 내향인이면서 외향인이다? '사회참여형 외톨이'에 대하여
2026.05.04by 김나랑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