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발베니, 한 입의 예술

2026.05.27

한 잔의 발베니, 한 입의 예술

“음식은 생물학적 필요지만, 미식은 그 너머의 개념입니다. 미식은 단순히 맛을 내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경제·교육이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죠.” 분자 요리를 정립한 스페인 셰프이자 미식 교육과 연구를 위해 엘 불리 재단을 운영 중인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à)가 <보그 리빙>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제는 한 잔의 술, 한 접시의 음식을 객체로 보던 시절은 지나갔다. 요즘 주류, 미식 업계가 예술과 여러 협업을 펼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정통 수제 싱글 몰트위스키 발베니(The Balvenie)가 예술과 미식을 결합한 브랜드 캠페인 ‘The Balvenie: Art of Dining’의 첫 번째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발베니 위스키와 현대 작가의 작품, 파인다이닝을 한자리에서 경험하게 한 프로젝트다. 이번엔 아트 퍼니처 작가 김현희와 서울 한남동 소재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소설한남이 함께했다. 김현희는 전통 가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작가다. ‘규방’ 시리즈는 조선 시대 여성들의 생활 공간 규방(閨房)에서 사용되던 가구를 다루며, ‘화이트 노스탤지어’ 시리즈는 제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이방인으로서 해외에서 느낀 기억을 뒤주라는 물건을 아크릴로 재현하며 탐구했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폐비닐 등으로 보자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협업에서 김현희 작가는 전통적인 경첩 디테일을 살려 아크릴로 제작한 위스키 함을 선보였다. 소설한남은 24절기에서 따온 이름처럼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사용해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선보여온 레스토랑이다. 이번 캠페인 컨셉에 맞춰 위스키와 요리,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몰입형 다이닝을 구성했다. 물론 발베니 위스키가 정교하게 페어링된 메뉴다.

1톤에 달하는 천일염 언덕, 램프에 매달린 버섯 등 실험적인 케이터링을 선보이며 스스로를 아티스트라 정의하는 아나나스 아나나스(Ananas Ananas)는 <보그 리빙>에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관람객은 우리가 준비한 공간에서 음식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어요.” 이제 미식은 미각만이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더 확장될 것이다. VL

김나랑

김나랑

피처 디렉터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고 매번 배웁니다. 집에 가면 요가를 수련하고 책을 읽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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