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복판, 다카다 겐조의 일본식 저택
파리 중심부에 일본식 정원을 품은 3층 저택이 자리한다. 겐조 창립자 다카다 겐조가 7년간 머물렀고, 건축가 구마 겐고의 손길이 닿은 그곳이 올 초 단 하루 문을 열었다.

2026-2027 F/W 남성 패션 위크를 맞아 겐조 하우스가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Takada Kenzo)의 옛 자택을 단 하루 동안 공개했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그곳은 2018년 건축가 구마 겐고(Kuma Kengo)가 리모델링한 3층집으로 일본식 정원을 품고 있다. 패션 위크로 분주한 도시의 열기 속에서도 하우스는 겐조의 근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창립자인 다카다 겐조의 옛 저택을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선택했다. 겐조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아카이브 피스, 아름다운 오브제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패션의 큰 축을 이루는 도시 파리에서 일본식 삶의 미학을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인 행사였다.

저택은 다카다 겐조가 7년간 거주한 후 올리비에와 이자벨 슈베(Olivier & Isabelle Chouvet) 부부가 뒤를 이어 살았다. 두 사람은 럭셔리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에이전시 디 인디펜던츠(The Independents)의 창립자로, 회사는 하이엔드 브랜드, 산업에 특화된 카를라 오토(Karla Otto), 뷰로 베탁(Bureau Betak) 등을 비롯해 총 20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뷰로 베탁은 매번 패션 위크에서 가장 화려한 무대를 연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 보낸 8년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18년을 보내고 2016년 이 집을 매입했다. 이후 건축가 구마 겐고에게 리모델링을 의뢰했다. 그들은 집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파리 중심부에 일본식 정원이 자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경이로운 공간이죠!” 부부는 2023년까지 이곳에서 머물렀고, 이후 집은 크리스티(Christie’s)를 통해 매물로 나왔다. 2023년 매물로 공개할 당시, 크리스티 측에서 저택의 정확한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뛰어난 건축미와 일본식 정원을 자랑하는 저택이 파리 도심에 자리해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이 중요해요. 공간에 들어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필연적인 장소니까요. 사원에 들어갈 때처럼요. 입구의 폐쇄적인 통로를 지나면 비로소 빛이 가득한 ‘성역’의 중심부에 도달하게 됩니다.” 2018년 <AD> 매거진 인터뷰 당시 구마 겐고의 말이다. 그가 다카다 겐조의 옛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중요한 목표로 삼은 지점도 분명하다. ‘7개의 침실이 자리한 3층 건물에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는 것’, 그와 동시에 ‘공간을 빛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밝은 참나무 목재 계단이 위층까지 길게 이어진다.
“특히 꽃꽂이나 예술품, 오브제를 전시하는 일본 전통 주택의 벽체 ‘도코노마(Tokonoma)’를 위한 선반 ‘지가이다나(Chigaidana)’에서 영감을 받았어요”라며 그가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지는 정자는 바닥에 볏짚으로 된 다다미가 깔려 있다.


구마 겐고는 외부로 향하는 건물의 날개 부분도 리모델링했다. 그 역시 “파리 중앙에 일본식 정원이 자리한다”는 점을 극찬했다. 대나무, 향나무, 분홍색 벚나무, 붉은 자줏빛 단풍나무, 이끼, 바위와 폭포로 둘러싸인 야외 공간이야말로 이 대저택의 궁극적인 지평선을 완성한다. 나무 데크에 앉아 천천히 춤을 추듯 움직이는 연못 속 비단잉어를 감상하고 있으면 평온한 오아시스에 닿은 듯하다. 정원 테라스에는 트래버틴 석판 타일과 원목 벤치가 자리해 가벼움과 간결함을 강조하는 일본 고유의 디자인 세계로 방문객을 안내한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가벼움이에요. 중앙 파티오에서 일본식 정원, 새로 꾸민 테라스와 거실까지 한데 어우러져 서로 연결되길 원했어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연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에 깊이감을 만들고 싶었고요. 유동성은 매우 일본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구마 겐고가 마지막으로 부연했다.


이처럼 전통과 자연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마 겐고의 철학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그의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91년에 설계한 도쿄의 M2(Mazda 2) 빌딩 같은 초기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7년에는 야마가타의 긴잔 온센 후지야(Ginzan Onsen Fujiya)를 설계했는데, 여러 온천 시설을 통합한 호텔은 기존 건물의 목재를 재활용해 독특한 외관으로 완성됐다. 미국 유학 시절 일본 전통 건축의 본질을 탐구한 그는 이후 작업에서는 목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건축 철학을 추구했다. 2012년에는 공공건물을 도심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니가타의 나가오카 시청(Nagaoka City Hall)을 주거지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배치했다. 또한 2019년에는 옛 도쿄 국립 경기장을 리모델링하며 목재로 외관을 마감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고자 호류지(Horyuji) 사찰 탑에서 영감을 받았다. 덕분에 ‘숲속 경기장’이라는 아이디어를 구현해 건축과 자연을 연결하는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최근 구마 겐고는 지속 가능한 건축을 지향하는 프랑스의 부동산 개발 그룹 REI 아비타(REI Habitat)와 협업해 파리 북부에 종이접기(오리가미) 작품을 연상시키는 건물을 설계했다. 파사주 드 크리메에 위치한 건물은 3층으로 이뤄졌으며, 개인 테라스를 갖춘 복층 아파트 2세대를 비롯해 총 11세대가 입주한 아파트다. 건물 이름은 ‘야마 타니(Yama Tani)’로 ‘종이접기’와 ‘산악 지형’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차용했다.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근간으로 한 생태학적 건축에 관심이 깊은 REI 아비타 그룹과의 긴밀한 협업 끝에 프로젝트는 완공되었다. 프랑스산 목재로 전면 시공한 건물은 독특한 외관을 통해 자연을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파리에 가꾼 또 하나의 낯선 정원처럼. VL
- 컨트리뷰팅 에디터
- 유승현
- 글
- Fanny Guénon des Mesnards
- 사진
- Robin Lefeb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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