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을 위한 기본 상식

고혈압, 비만, 우울증, 호르몬 이상, 면역력 약화, 기억력 감퇴.
이 무시무시한 질병들의 주범은 패스트푸드가 아닌 수면 부족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바로미터이자 피부 관리의 기초인 숙면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기본상식.

당신이 ‘나이 들었다’고 느꼈을 때를 떠올려보자. 눈밑에 희미한 주름을 발견했을 때? 턱 선이 무너졌을 때?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에 변화가 없을 때? 한창때를 넘긴 여자들은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질 때란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없어진다더니. 건강을 지키는 데 하루 세끼 식사만큼 중요한 게 ‘꿀잠’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노력할수록 오히려 똘망해지는 정신은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그렇지 않아도 잠 못 이루는 밤, 무더위라는 불청객이 찾아오기 전 알아두면 유용한 쾌면 프로젝트 셋.

쾌면의 적, 커피와 스마트폰
누구나 잠을 잔다. 하지만 모두가 ‘잘’ 자는 것은 아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숙면’을 이렇게 정의한다. 7~8시간 동안 뒤척임 없이 깊이 잠든 상태. 지난밤 얼마큼 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진한 수면, 즉 온몸으로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어야만 ‘쾌면’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깊게 잠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2000년대 초반 베개에 얼굴을 대자마자 잠들던 ‘잠순이’ 시절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스마트폰과 커피. 숨수면 클리닉 서울본원 이종우 원장이 말하는 2030 여성들이 잠을 설치는 가장 큰 이유와 딱 맞아떨어진다. “체질적인 불면증 인자를 제외한다면, 퇴근 후 ‘수면위생(잠을 자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을 일컫는 의료용어)’을 적절하게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잘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식후 텁텁한 입을 달래기 위해(혹은 다른 음료는 칼로리가 높아서) 우리가 마시는 건 뭐? 밖에서는 아메리카노, 집에서는 캡슐커피다.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도 ‘굿잠’을 방해하는 데 한몫한다. 의료 사이트 코메디닷컴은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은 30룩스(촛불 하나의 밝기가 1룩스) 이상의 밝기에선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데, 스마트폰의 밝기는 최고 275룩스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스마트폰 외에 잠들기 두세 시간 전에 했던 컴퓨터 작업이나 영화 관람, TV 시청 또한 깊은 잠을 방해하는 백색 자외선에 속한다는 사실! 오늘부터 커피 대신 허브티를 마시고, 잠들기 두세 시간 전 기기의 사용을 끝내야만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말씀!

수면 헬퍼, 살까? 말까?
잠 못 드는 도시남녀가 늘어나면서 최근 수면 패턴을 읽어주는 손목 밴드나 은은한 불빛의 수면등, 아로마 스프레이가 차세대 수면 헬퍼로 각광받고 있다. 어릴 적부터 봐온 안대나 귀마개에 비해 훨씬 과학적이고, 디자인도 예뻐 헬스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말 숙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차움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수 교수의 대답은 No! “현직 의사들은 수면 헬퍼들을 믿지 않아요. 왜냐고요? 불면증 환자라면 웬만한 수면 헬퍼 제품들은 다 써보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클리닉을 찾는다는 건 이들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방증이죠.” 요즘 떠오르는 건강 팔찌, 핏비트는 수면 패턴 분석 기능을 탑재했지만 불면증 환자에게 쓰여지는 의료용 액티 워치의 가격은 핏비트의 50배 이상 호가하는 걸로 봤을 때 그리 쓸모 있는 기능은 아니다. 깊은 잠을 위해선 불빛이 없을수록 좋으므로 수면등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아로마 스프레이의 경우 진정 작용이 있어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하루 이틀 지날수록 점점 무뎌지기에 딱히 효과적이라고 볼 순 없다. 피부 온도를 낮춰주는 시트형 마스크도 여름철 불티나게 팔리는 시즌 상품이지만 체온에 의해 금세 냉기가 사라지는 만큼, 시원한 물로 샤워하거나 20~30분 바깥바람을 쐬며 산책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란다. 구시대적 방법이라 여겨왔던 안대와 귀마개는 의외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소 클래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깊은 잠을 방해하는 외부 자극을 차단해 뇌를 안정화시키는 데 이만한 방법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 몸을 깨우는 에너지, 적정 수면 시간
하루에 5시간만 자도 개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8시간을 자도 찌뿌드드한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일반적인 수면 시간이 7~8시간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의 적정 수면 시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수면 양이 충분할 때 눈은 저절로 떠집니다. 인체의 신비죠.” 차움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수 교수의 설명처럼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다르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성인 남녀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이 채 못 된다는 사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평소 얼마나 잠이 부족한지 체크하고 수면 시간을 조절해나가는 노력은 쾌면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자, 하버드 의대 수면과학센터가 제안하는 자가진단법으로 하루 적정 수면 시간을 체크해보자.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 잠자리에 들 때 넉넉히 10시간 뒤에 알람이 울리도록 맞춰놓고 잠든다. 둘, 알람이 울리기 전 저절로 눈이 떠진 시간을 기록한다. 셋, 잠든 시간에 눈 뜬 시간을 더하면 일일 적정 수면 시간 측정 완료. 참고로 이번 실험을 진행한 오르페우 벅스턴 박사의 적정 수면 시간은? 수면과학센터장다운 바람직한 결과, 7시간 45분! 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잠을 푹 자면 온몸에 활력이 넘치지만, 잠이 부족하면 세상만사 다 귀찮다. 제아무리 오복을 타고났다 해도 잠이 부족하면 무용지물!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옛말은 하나 틀린 게 없다.

need to sleep! 미국 수면의학회 회장 메리 수잔 에스더 박사가 제시하는 수면 부족의 증상들.

하나, 점심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수면 부족은 식탐을 부르기도 하지만,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기도 한다. 생체시계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체중이 늘거나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 5분 동안 세 개의 웹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메일함을 두 번 이상 확인했다 주의력 장애가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집중을 못하게 된 것일 수 있다.

셋,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당신의 뇌가 수면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싶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수면 부족은 단기 기억력을 손상시킨다.

넷,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 말에 일관성이 없고, 재치 있고 웃기는 말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수면 부족 때문이 아닌지 살펴봐라.

다섯, 운전할 때 노곤한 기분이 들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거나 장시간 회의를 할 때 눈이 게슴츠레해진다 업무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 아니라 잠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운전 중 졸릴 때 카페인 음료를 마시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자동차 창문을 내리면 순간 정신이 번쩍 들긴 하겠지만 장시간 운전에는 별 효과가 없다.

여섯, 몸이 아픈 느낌은 들지만 이렇다 할 증상은 없다 면역력은 잠을 푹 자야만 재생되고 강화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밤에는 최소 7시간 잠을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