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만점, 하객 패션 이야기

결혼 시즌에 고민하는 건 신부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커플을 축복하는 동시에, 하객들 틈에서도 돋보여야 하니까. 예의는 지키되 스타일 지수를 놓치지 않는 하객 패션 이야기.

발렌티노가 소유한 고성에서의 브런치,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리허설 디너, 그리고 피렌체 외곽 고성에서의 본식. 5월 말쯤, 파리와 피렌체로 이어진 칸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의 결혼식은 그야말로 현대판 귀족 커플의 성대한 파티였다. 200명에 달한 하객들의 숙박비부터 전용기 두 대와 50대에 달하는 고급 승용차 렌트비, 수십만 송이 꽃으로 장식한 데커레이션에 라나 델 레이와 존 레전드의 축가까지! 여기에 신랑신부가 입은 지방시 꾸뛰르 드레스와 턱시도를 더하면, 무려 280만 달러가 넘는 경비가 지출됐을 것이다. 온통 발맹, 발렌티노, 지방시 꾸뛰르 잔치였던 결혼식의 하객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했다. 그 사진을 보며 잠시 부러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이런 생각에 빠졌을 것이다. ‘내가 이런 웨딩 파티에 청첩장을 받았다면 뭘 입고 갔을까?’

비록 백만 불짜리 웨딩에 초대받는다 해도 ‘뭘 입어야 할까?’라는 고민은 피할 수 없다. 발렌티노가 직접 드레스에 바느질해주는 카다시안 자매가 아닌 한, 어떤 옷을 입어야 예의 바르고 맵시까지 갖출 수 있느냐는 영원한 고민의 대상이다. 구글 검색창에 ‘웨딩 게스트 스타일’ 등의 단어를 넣어보면 줄줄이 ‘하객 패션’에 대한 지침과 가이드가 떠오른다. ‘결혼식 하객이 입지 말아야 할 19가지 패션’ ‘여름 결혼을 위한 하객 가이드’ ‘결혼식 장소에 따른 하객 패션’ 등등. 한국의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하객 패션’이라는 키워드는 수많은 정보를 불러 모은다. 연예인 하객 패션 사진부터 하객 패션에 적합한 옷들을 판매하는 쇼핑몰 광고, 그리고 결혼식 예절을 가르치는 칼럼까지.

여름이 본격적인 웨딩 시즌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양한 결혼식에 대비한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바니스 뉴욕과 네타포르테 등의 쇼핑몰들은 열대 섬나라에서의 웨딩, 엄숙한 성당에서의 결혼식, 정원에서 열리는 웨딩에 따라 적절한 하객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동부 해안 마을에서의 결혼식에는 클로에의 블루 레이스 드레스를,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와이너리에서 열리는 결혼식에는 어덤의 플로럴 프린트 드레스를 추천하는 식.

장소만큼 중요한 건 분위기다. 이브 생로랑의 뮤즈였던 베티 카트루는 결혼식 때 흑백 지그재그 패턴이 더없이 그래픽한 피에르 가르뎅 모피 코트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반항적인 웨딩 마치를 울렸다. 이곳에서 바닥까지 오는 어덤 드레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 제주도에서 열린 이효리의 결혼식에 샤넬의 트위드 수트를 입고 갈 순 없다. 발리의 뜨거운 햇살 아래 열리는 결혼식이라 해도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갈 수 있겠나. 최근 런던 교외와 마라케시에서 두 번의 웨딩 마치를 울린 포피 델레바인의 하객들은 두 번의 하객복을 준비했다. 영국 교회에서의 결혼식과 마라케시에서의 히피풍 결혼식까지.

마라케시와 런던, 발리와 제주도를 오가는 결혼식은 소수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호텔 그랜드볼룸과 전문 결혼식장에서의 웨딩이 익숙한 우리에게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 효과적인 것은 한국 스타들의 하객 패션. 공항 패션에 이어 또 다른 패션 키워드로 떠오른 하객 패션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4년 전 장동건과 고소영 결혼식에서 신민아가 입었던 셀린의 복숭아색 재킷이나 김민희가 입은 마르지엘라의 와이드 팬츠는 여전히 베스트 하객 룩으로 꼽힐 정도다.

“요즘은 공항 패션에 이어 하객 패션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스타들과 패션 브랜드를 연결하는 어느 홍보대행사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공항 패션에서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는 반면, 하객 패션은 실컷 꾸밀 수 있는 기회죠.” 스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 부릴 수 있는 것이 하객 패션인 만큼, 단정한 정장과 드레스를 홍보할 기회를 찾는 패션 브랜드로서는 적절한 창구를 얻은 셈. 가령 얼마 전 엄지원 결혼식 때 볼 수 있었던 스타 하객들의 스타일은 곧장 영향을 미쳤다. 손예진이 입었던 화사한 프린트의 앤스로폴로지 홀터넥 톱은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품절. 또 송윤아와 한혜진의 돌체앤가바나 톱 역시 재빨리 완판! 한지혜의 디올 셔츠 드레스 역시 반응이 대단했다. 또 다른 결혼식에 참석한 김남주와 김성령의 버버리 드레스는 또래인 40대 이상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를 누렸다.

최근 특급 칭찬을 받은 하객 패션은 세 분류다.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와 레이스, 실크 등 여성적인 소재와 간결한 실루엣! 결혼식장과 테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거의 모든 곳에서 환영받을 만하다. 여기에 운동화와 청바지, 과장된 주얼리와 액세서리 등을 피한다면 충분히 예의를 갖춘 하객이 된다. 디너 파티처럼 열리는 예식이라면, 반짝이는 발렌티노의 스팽글 드레스가, 보다 간소한 결혼식이라면 셀린의 화이트 셔츠와 스티치 장식 스커트가 어울릴 듯. 평소 매니시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마르지엘라의 팬츠, 여성스러운 스타일이라면 버버리 프로섬의 민트색 시폰 드레스도 근사하다.

최근 하객 패션을 둘러싼 수많은 법칙 중 하나가 깨졌다. 흰색이 더는 금기가 아니라는 것! 요즘 ‘한 패션’ 한다는 인물들의 결혼식 풍경만 살펴봐도 충분히 그렇다. 언니인 포피 델레바인의 결혼식에 참석한 슈퍼모델 카라는 화이트 샤넬 드레스 차림, 킴 카다시안의 언니와 동생들 역시 화이트 드레스로 본식에 참석했다. 케이트 미들턴의 언니 역시 사라 버튼이 디자인한 알렉산더 맥퀸의 화이트 드레스로 시선을 끌지 않았나. 물론 하객들의 화이트 드레스는 신부의 허락과 동의하에 이뤄진 경우. 그러니 화이트가 끌린다면, 신부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