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쇼 마스터’ 알렉산드레 드 베탁과의 만남

디자이너의 환상은 캣워크에서 현실이 된다.
그 꿈의 무대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건 네 명의 ‘쇼 마스터’가 펼치는 마법 덕분이다.
<보그>가 만난 우리 시대 ‘슈퍼 쇼 마스터’들!




ALEXANDRE DE BETAK


뉴욕의 아파트 인테리어, 파리의 클럽 디자인, 서울의 전시 기획, 그리고 4대 패션 도시 패션쇼까지! ‘뷰로 베탁(Bureau Betak)’을 이끄는 알렉산드레 드 베탁의 1년은 정말이지 쉴 틈 없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에 들른 드 베탁을 만나 그의 열정 넘치는 이야기를 들었다.





VOGUE KOREA(이하 VK) 서울에는 어떤 일로 방문했나? 

ALEXANDRE DE BETAK(이하 AB) 내년에 진행될 디올 전시를 위해서다. 적당한 전시 공간을 찾느라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늘 도쿄와 상하이만 오가다 드디어 서울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

VK 늘 세계 곳곳으로 분주하게 출장 다니는 것 같다. 

AB 정말 쉴 틈이 없다! 패션계는 무척 빠르게 돌아가기에 정신 차릴 틈이 없다. 쇼 프로듀서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안 좋은 점일 수 있다. 그 빠른 흐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늘 노력한다.

VK 쇼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뭔가?

AB 열일곱 살 때 스페인 잡지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때 알게 된 디자이너 시딜라가 내게 쇼 기획을 부탁한 것이 인생의 변환점이 됐다.

VK 기억에 남는 쇼를 꼽아달라고 하는 건 무리한 부탁인가? 

AB 1993년 ‘뷰로 베탁’을 설립한 후 600여 개의 쇼를 기획한 것 같다. 그 가운데 딱 하나의 ‘베스트 모먼트’를 꼽는 건 너무 가혹한 부탁이다. 분명한 것은 매번 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 가장 최근에 기획한 쇼가 마음에 들긴 하다. 지금까지의 쇼를 바탕으로 좀더 진화된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규모가 큰 쇼는 늘 디올이다. 최근 함께한 제이슨 우, 더 로우, 안토니 바카렐로, 매리 카트란주, 피터 필로토 등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작업도 무척 흥미롭다. 새로운 시도가 의미 있다.

VK 당신의 손을 거친 브랜드는 또 뭐가 있나? 

AB 존 갈리아노 시절부터 함께하는 디올, 늘 새로운 도전의식을 주는 빅터앤롤프, 유머 감각이 있는 후세인 샬라얀, 그리고 H&M, 라코스테, 로다테, 쟈딕앤볼테르, 마이클 코어스, 데릭 램, 헬무트 랭, DVF 등등.

VK 20년간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 

AB 사실 패션쇼 기본 형식은 매 시즌 크게 다르지 않다. 늘 비슷한 내용이지만 매번 다르게 보이도록 표현해야 하기에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으며 일을 추진한다.





VK 더 좋은 쇼란 무엇을 의미하나?

AB 좋은 쇼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들의 기억속에 오래 남아야 한다. 물론 쇼를 통해 보여주려는 메시지도 명확해야 한다. 입이 딱 벌어지는 장관을 연출했다고 해도, 쇼가 끝난 후 기억에 남는 것들이 옷에 관한 게 아니라면 의미 없다.

VK 다른 쇼 프로듀서들의 기획한 무대 가운데 ‘좋은 쇼’라고 생각한 게 있나?

AB 물론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칼 라거펠트의 샤넬, 에디 슬리먼의 생로랑 쇼는 늘 훌륭하다.

VK 물리적 제약이 없다면 어떤 쇼를 기획하고 싶은가?

AB 달에서의 패션쇼! 중력이 없는 곳에서 전혀 새로운 무대를 연출할 수 있을 듯하다. 20년 후쯤 가능하지 않을까?

 

VK 20년은 꽤 긴 시간이다. 지난 20년간 패션쇼는 어떻게 변화했나?

AB 20년은 그리 길지 않은 듯하면서도 긴 시간이다. 내가 회사를 차릴 때만 해도 지금처럼 쇼가 많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디자이너들은 직접 쇼를 기획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1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컬렉션을 준비한다. 그래서 쇼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엔 인스타그램의 등장이 모든 것을 바꿨다. 실시간 쇼의 모든 것들이 온라인에 공개되기에 고작 몇 초간의 동영상을 위해서도 인상적인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게 아주 짧고 집약적이며 효율적이어야 한다.

VK 패션 위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바쁜 것 같다.

AB 사실 한 시즌이 끝나자마자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도 있다. 그래서 패션 위크가 끝났다고 달라질 건 없다. 패션쇼에 집중하지 않을 땐 브랜드 컨설팅을 하거나 다채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파리의 클럽, 상하이의 아파트, 뉴욕의 빌딩 등 전 세계 대도시에 새로 등장하는 랜드마크의 인테리어 작업도 병행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다음 패션 위크!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쳇바퀴 위에 오른 기분이다. 하하!

VK 그렇게 바쁜 가운데 신념을 지키며 일하는 게 힘들진 않나?

AB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순 없을까?’ 패션쇼는 소통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다. 그래서 패션계 사람들은 문화예술에 관해 그 누구보다 민첩하게 소통한다. 내가 기획한 쇼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가 전달되기를.

VK 쇼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AB Crazy, Crazy, Craz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