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완벽하게 차단하기

봄볕에 속지 마라! 자애로운 웃음으로 다가와 핵펀치를 날릴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얼굴 앞에 선 가드를 올릴 시간이다.

봄볕에 속지 마라! 자애로운 웃음으로 다가와 핵펀치를 날릴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얼굴 앞에 선 가드를 올릴 시간이다.
모자는 벨엔누보, 재킷은 로에일.

얼마 전 호주에서 ‘유비세이프 UV 스킨 알람’이라는 자외선 모니터링 기계가 출시됐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기계를 모자에 부착하면 지금 받는 UV 양이 주인님에게 위험한 정도인지 아닌지 측정해 경고음을 울린다. “어서 그늘로 들어가세요”라고 말해주듯. 물론 모양새가 전혀 스타일리시하진 않지만 요즘처럼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한없이 봄볕에 나앉고 싶을 때는 소장 가치가 분명해진다. 자애로운 햇살 아래 잠깐 넋을 놓았다가는 ‘흑화 일로’를 걷기 십상이니까. 숙명여대 향장미용전공 이윤경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가을볕에 딸 내보내고 봄볕에 며느리 내보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피부를 검게 그을리게 하는 UVB는 사계절 중 봄철에 급격히 강해지거든요.” 게다가 온화한 날씨 탓에 야외 활동은 많아지는데 겨우내 적은 일조량에 적응돼 있던 우리 피부는 이를 방어할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상태다.

“자외선 차단제는 ‘무엇을’ 선택하느냐 만큼 ‘어떻게’ 바르느냐가 중요해요.” 린 클리닉 김세현 원장은 강조한다. ‘외출 30분 전 진주알 하나만큼 덜어 고르게 잘 펴 발라라. 두 세 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주는 건 기본’ 같은 가이드는 이제 너무 들어 지겨울 지경이나,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30분 전에 발라야 하는 이유? 보호막이 생길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선블록은 방어를 최대 목적으로 만들어진바, 휘발 성분이 날아가 내수성이 좋은 보호막만 남겨둘 시간적 여유가 꼭 필요하다. 만약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자마자 햇빛 속으로 뛰어나가면 방패를 들기도 전에 날아오는 창을 맞닥뜨리는 셈.

다음은 바르는 양. 일단 글로 쓸 땐 꼭 권장량(약 0.8g)대로 도톰하게 바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건 다들 충분히 공감한다. 정말 그대로 따르면 텁텁하고 두꺼운 모양새가 연출되니 말이다. 화장이 밀리는 건 당연하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라면 원칙대로 행하는 게 옳다(권장량의 1/2을 바르면 효과는 1/6로 뚝 떨어질 만큼 자외선 차단제의 양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모도 우리 얼굴의 중차대한 존재 목적 중 하나가 아닌가. 대안으로 ‘겹쳐 바르기’를 추천한다. 아모레퍼시픽 스킨케어 연구소 최지은 연구원은 “여러 다른 텍스처의 제품을 레이어링해서 바를 경우 훨씬 더 확실한 차단력과 지속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과학적 근거는 이렇다. 사실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은 수십 종이지만 그것을 재료로 만드는 자외선 차단제는 크게 두 가지다. 오일 같은 성상을 하고 자외선을 흡수해 유야무야 없애는 유기 자외선 차단제와 파우더 같은 형태로 물리적 차단막을 만들어 UV를 튕겨내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 원래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제품을 만들 때는 적게는 1~2종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 이상의 자외선 차단 성분을 조합한다. 실제로 임상을 진행해보면 다양한 종류를 조합해 만들수록 차단 지수가 더 높게 측정된다. “보통 메이크업 제품에 들어가는 색소는 무기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차단만을 목적으로 만든 선블록 제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기 형태의 차단 성분을 더 많이 포함하죠. 그러니 여러 제형의 제품을 겹쳐 바르면 그만큼 빈틈없는 차단이 가능한 셈이에요.” LG생활건강 기초·오휘연구팀 나철희 책임연구원도 동의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의 파운데이션이나 BB크림을 쓰더라도 자외선 차단제는 별도로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색이 있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은 사용 목적상 얇고 가볍게 바르기에 충분한 방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 만약 투명한 자외선 차단제와 겹쳐 바른다면 부족한 양을 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선블록을 아무리 꼼꼼히 바르고 나와도 평균 3시간 정도면 효과가 사라지는 만큼 덧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차단 지수가 높은 수정 팩트, 쿠션 제품이 워낙 많아 수정 메이크업만으로도 틈틈이 차단 효과를 연장할 수 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스프레이 타입 제품. 손에 묻히지 않아도 되기에 꽤 각광받았던 스프레이 타입 자외선 차단제는 사실 좀 위험하다. 성신여대 메이크업디자인학과 김주덕 교수는 이렇게 경고한다. “스프레이 제품은 미세한 입자가 분무되는 형식이라 호흡기 점막을 통해 몸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큽니다.” FDA는 이미 몇년 전부터 “스프레이형 자외선 차단제를 흡입할 경우 안전성에 대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얼굴에는 직접 뿌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분사제와 차단제가 섞여 나와 같은 양을 뿌려도 효과가 미약하다(40초쯤 연사해야 권고량만큼 도포할 수 있을 정도). 그래도 편리한 장점이 많으니 숨 한 번 참고 써보겠다고? 한 공간 안에 있는 타인의 건강도 생각해주시길. 분사된 입자가 실내 어디까지 날아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제 제품을 고를 차례. 먼저 예민한 여자들을 위한 쇼핑 투어부터 시작하자. <보그>가 추천하는 순한 선 스크린은 키엘 ‘미네랄 자외선 차단제’와 아베다 ‘데일리 라이트 가드 디펜스 플루이드’. 백탁 현상을 극복하기위해 초미립자로 쪼갠 무기 성분을 쓴다. 덕분에 투명하고 촉촉하게 발리고 지속 시간도 길어졌다. 오염 물질까지 걸러주는 제품을 찾는다면? 25 마이크로미터의 미세먼지까지 차단하는 오리진스 ‘닥터 와일 메가 디펜스 UV 디펜더’가 좋다. 피부 속 수분까지 꽉 잡아 오염 물질이 피부에 닿더라도 자극이 덜 되도록 설계됐다. 한편 랑콤 ‘UV 엑스퍼트 차단 CC 커버’와 디올 ‘프레스티지 화이트 콜렉션 유쓰&래디언스 UV 프로텍터’는 요즘 떠오르는 공공의 적, 블루 라이트까지 차단하는 혁명을 일으켰다. 입가와 눈가처럼 얇고 건조한 부분에 구멍이 있나? 프레쉬 ‘슈가 스포츠 트리트먼트 SPF 30/PA++’를 파우치에 휴대하시길. 기존 립밤보다 좀더 단단한 제형으로 좁은 부위에 덧바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