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함께, 아가씨 가까이

박찬욱의 화제작 〈아가씨〉와 그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모은 책 〈아가씨 가까이〉를 함께 만나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를 대하는 방식과 사진을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에 있지만 비밀과 거짓말, 진실의 삼각관계를 탐험하는 그의 집요한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한다. 박찬욱은 영화감독 중에서도 카메라 앞에서 무심하게 잘 대처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시큰둥하면서도 모든 걸 다 아는 듯한 눈빛이  카메라에 잡혔다. 뒤페이지에 실린 이미지들은 모두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찬욱의 화제작 〈아가씨〉와 그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모은 책 〈아가씨 가까이〉를 함께 만나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를 대하는 방식과 사진을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에 있지만 비밀과 거짓말, 진실의 삼각관계를 탐험하는 그의 집요한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한다.
박찬욱은 영화감독 중에서도 카메라 앞에서 무심하게 잘 대처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시큰둥하면서도 모든 걸 다 아는 듯한 눈빛이 <보그> 카메라에 잡혔다. 뒤페이지에 실린 이미지들은 모두 그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0년 동안 박찬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도리가 없고, 세계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그래도 언급하자면 칸의 프라임타임대라 할 수 있는 토요일 밤 10시에 가 상영됐고, 수상 여부를 떠나 올해 대상 후보작은 역대급이다). 분명한 건 박찬욱은 그 훨씬 이전부터 자기 시간을 관통해온 ‘두 가지 종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줬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박찬욱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도리가 없고, 세계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그래도 언급하자면 칸의 프라임타임대라 할 수 있는 토요일 밤 10시에 <아가씨>가 상영됐고, 수상 여부를 떠나 올해 대상 후보작은 역대급이다). 분명한 건 박찬욱은 그 훨씬 이전부터 자기 시간을 관통해온 ‘두 가지 종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줬다는 것이다.

세상에 선보이기 전부터 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7년 만에 한국에서 찍은 작품, 박찬욱을 칸에 세 번째로 입성시킨 작품 등등.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운 것은 곧 출간될 그의 사진집 (그책 출판사)의 존재다.

세상에 선보이기 전부터 <아가씨>는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박쥐> 이후 7년 만에 한국에서 찍은 작품, 박찬욱을 칸에 세 번째로 입성시킨 작품 등등.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운 것은 곧 출간될 그의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그책 출판사)의 존재다.
감독의 노트: 화면에 상반신만 나온다고, 연미복에 운동화.

정확하게는 와 가 공존하는 상황이 흥미롭다. 를 기획할 때부터 영화음악을 녹음하러 베를린에 갈 때까지, 직접 찍은 사진을 총망라한 사진집. 이게 대체 뭘까 싶은 풍경은 그가 ‘정찰’하면서 찾은 것들이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하정우, 김민희 등 배우들의 모습은 그가 ‘매복’하여 기다린 끝에 잡아낸 것들이다. 공히 그때가 아니었다면 존재했을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을 순간의 기록, 그때의 박찬욱을 사로잡은 미감의 결정판이다.

정확하게는 <아가씨>와 <아가씨 가까이>가 공존하는 상황이 흥미롭다. <아가씨>를 기획할 때부터 영화음악을 녹음하러 베를린에 갈 때까지, 직접 찍은 사진을 총망라한 사진집. 이게 대체 뭘까 싶은 풍경은 그가 ‘정찰’하면서 찾은 것들이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하정우, 김민희 등 배우들의 모습은 그가 ‘매복’하여 기다린 끝에 잡아낸 것들이다. 공히 그때가 아니었다면 존재했을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을 순간의 기록, 그때의 박찬욱을 사로잡은 미감의 결정판이다.
감독의 노트: ‘육화원’ 저택 2층에서 본 모습.

배수진을 치고 마감하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에요. 그처럼 칸에 가기 전에 기술 시사까지 끝내기 위해 어제도 밤샘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감독이 매달릴수록 영화가 좋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 차이란 게 참 미세해서 관객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만드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죠. 그래서 후반 작업만 꼼꼼히 하자 치면 8~9개월은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고치는 일에 아 주 중독된 사람이라…  책 서문도 그렇고, 마음산책에서 책을 낼 때도 교 정을 얼마나 봤는지, 출판사 사람들이 아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하더군요.(웃음)

칸에 가기 전에 기술 시사까지 끝내기 위해 어제도 밤샘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감독이 매달릴수록 영화가 좋아지는 거예요. 그런데 그 차이란 게 참 미세해서 관객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 알 수 없지만, 만드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죠. 그래서 후반 작업만 꼼꼼히 하자 치면 8~9개월은 필요한 것 같아요. 나는 고치는 일에 아주 중독된 사람이라… <아가씨 가까이> 책 서문도 그렇고, 마음산책에서 책을 낼 때도 교정을 얼마나 봤는지, 출판사 사람들이 아주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하더군요.(웃음)
감독의 노트: 포스터용 사진을 잘 찍다가 어쩌다 넷이 저렇게 제각각이 됐는지, 며칠 후에 물어봤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의 사진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사진 찍을 물리적인 시간이 있나요? 그래서 조명을 바꾼다든가, 잠깐 여유가 나서 찍을 수 있을 때 찍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새로 샀어요. 나는 원래 수동 라이카를 쓰는데, 자동으로 초점을 잡는 똑딱이 카메라가 필요하더라고요. 배우들을 찍은 컬러사진 중에는 그 카메라로 찍은 게 많아요.

<아가씨 가까이>의 사진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사진 찍을 물리적인 시간이 있나요?
조명을 바꾼다든가, 잠깐 여유가 나서 찍을 수 있을 때 찍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새로 샀어요. 나는 원래 수동 라이카를 쓰는데, 자동으로 초점을 잡는 똑딱이 카메라가 필요하더라고요. 배우들을 찍은 컬러사진 중에는 그 카메라로 찍은 게 많아요.
감독의 노트: 요염한 하정우.

현장에는 영화 찍는 카메라가 늘 존재해요. 같은 배우라도 이렇게 공적인 카메라를 통해 볼 때와 사적인 카메라로 보는 느낌이 다르겠지요. 서로의 영역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내가 찍는 배우의 모습은 개인도 아니고 캐릭터도 아닌, 중간 상태일 때가 많아요. 혹은 개인으로 존재한다 해도 의상과 분장 같은 요소 때문에 완전한 개인의 모습은 아니죠. 그 중간 지대가 내가 배우를 찍는 상태예요. 당연히 그런 모습이 영화에 영향을 주지요. 조진웅의 손이라든가, 김민희의 말간 얼굴, 정신 나간 듯 멍하니 있는 모습은 재미있어요.

현장에는 영화 찍는 카메라가 늘 존재해요. 같은 배우라도 이렇게 공적인 카메라를 통해 볼 때와 사적인 카메라로 보는 느낌이 다르겠지요. 서로의 영역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내가 찍는 배우의 모습은 개인도 아니고 캐릭터도 아닌, 중간 상태일 때가 많아요. 혹은 개인으로 존재한다 해도 의상과 분장 같은 요소 때문에 완전한 개인의 모습은 아니죠. 그 중간 지대가 내가 배우를 찍는 상태예요. 당연히 그런 모습이 영화에 영향을 주지요. 조진웅의 손이라든가, 김민희의 말간 얼굴, 정신 나간 듯 멍하니 있는 모습은 재미있어요.
감독의 노트: (중략) 연기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나를 보는 것도, 안 보는 것도 아닌.

사진을 찍을 때 책 출판을 염두에 두시나요?  내게 사진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평생 할 일이고요. 더 이상 영화 제작에 투자를 받지 못할 때가 되면 이 일이 제 직업이 될 거예요. 나중에 몇 편 더 해서 배우들 사진으로만 책을 만들거나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사진을 찍을 때 책 출판을 염두에 두시나요?
내게 사진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평생 할 일이고요. 더 이상 영화 제작에 투자를 받지 못할 때가 되면 이 일이 제 직업이 될 거예요. 나중에 몇 편 더 해서 배우들 사진으로만 책을 만들거나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감독의 노트: 후시녹음을 하던 어느 날 양평에 이렇게 눈이 펑펑 내렸다. 촬영 땐 그리도 더웠건만… (중략)

언제부터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나요?   때 약간,  때부터 많이 찍었죠. 그전에는 감독 일만 하기에도 힘에 부쳐서 그런 여유가 없었고요. 하지만 사진 자체를 찍은 건 오래되었어요. 대학 때 영화 동아리 만들기 전에 사진반 활동을 먼저 했으니까.

언제부터 현장에서 사진을 찍었나요?
<친절한 금자씨> 때 약간, <스토커> 때부터 많이 찍었죠. 그전에는 감독 일만 하기에도 힘에 부쳐서 그런 여유가 없었고요. 하지만 사진 자체를 찍은 건 오래되었어요. 대학 때 영화 동아리 만들기 전에 사진반 활동을 먼저 했으니까.
감독의 노트: 이렇게나 오만한 표정의 신인 배우라니!

어떤 사진을 좋아하세요?  일상에서 낯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이죠. 어디에나 흔히 널린 것인데 그것을 독특한 관점이나 앵글에서 봤다던가, 어떤 특별한 상태에서 봤을 때, 또 우연히 거리에서 뭔가 지나가고 있었다거나, 딱 순간에만 드러나는 낯선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어떤 사진을 좋아하세요?
일상에서 낯선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이죠. 어디에나 흔히 널린 것인데 그것을 독특한 관점이나 앵글에서 봤다던가, 어떤 특별한 상태에서 봤을 때, 또 우연히 거리에서 뭔가 지나가고 있었다거나, 딱 순간에만 드러나는 낯선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감독의 노트: 포스터용 사진을 잘 찍다가 어쩌다 넷이 저렇게 제각각이 됐는지, 며칠 후에 물어봤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서문에 존 업다이크의 소설 주인공인 토끼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것 뒤의 어딘가에 내가 찾아내주기를 바라는 뭔가가 있다”고 썼어요. 그런 의도가 영화를 만들 때도 적용되나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꾸며낸 이야기와 이미지예요. 그러다 보니 희열을 느낄 땐 있지만 결과물에 감탄하거나 감동할 일은 없어요. 계획대로 됐느냐, 아니냐일 뿐이죠. 그래서 성공과 실패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을 보다 ‘우와’ 하기도 해요.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아무것도 아닌 풍경에 이상한 뭔가가 깃들어 있구나, 그런 게 감탄스러운 거예요.

서문에 존 업다이크의 소설 주인공인 토끼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것 뒤의 어딘가에 내가 찾아내주기를 바라는 뭔가가 있다”고 썼어요. 그런 의도가 영화를 만들 때도 적용되나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꾸며낸 이야기와 이미지예요. 희열을 느낄 땐 있지만 결과물에 감탄하거나 감동할 일은 없어요. 계획대로 됐느냐, 아니냐일 뿐이죠. 그래서 성공과 실패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내가 찍은 사진을 보다 ‘우와’ 하기도 해요.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아무것도 아닌 풍경에 이상한 뭔가가 깃들어 있구나, 그런 게 감탄스러운 거예요.
감독의 노트: ‘육화원’이라는 이름의 잘 보존된 저택. 여기서 코우즈키 저택 외경과 정원 일부를 촬영했다. 영화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정원 구석에 요렇게 섹시한 나무가 있었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열심히 보시나 봅니다. 그럼요, 그게 나의 중요한 일과예요. 이 아이패드에는 4,000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어요. 내가 디지털로 옮겨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에요. 쉽게 옮기고, 바로 간단한 보정 작업도 할 수 있고. 이동하거나 기다릴 때 사진을 계속 봐요. B컷 사진을 지우고, 정리하고, 조금씩 만지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몰라요. 이런 사진도 수십 장 올려두었는데, 지금은 넉 장 남아 있어요.

본인이 찍은 사진을 열심히 보시나 봅니다.
그럼요, 그게 나의 중요한 일과예요. 이 아이패드에는 4,000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어요. 내가 디지털로 옮겨간 이유가 이것 때문이에요. 쉽게 옮기고, 바로 간단한 보정 작업도 할 수 있고. 이동하거나 기다릴 때 사진을 계속 봐요. B컷 사진을 지우고, 정리하고, 조금씩 만지고.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를 몰라요. 이런 사진도 수십 장 올려두었는데, 지금은 넉 장 남아 있어요.
감독의 노트: 본인은 덩치에 비해 손이 작아 창피하다고 한다. (중략)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에일리언>에 나오는 페이스 허거가 떠올랐다. <아가씨>에서, 이모와 어린 히데코의 얼굴을 손으로 덮고 마구 흔들어대는 잔인한 장면은 바로 이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의 예고편을 보고 왔어요. 스타일 예고편, 스토리 예고편으로 분류한 게 재미있었어요. 특히 스타일 예고편의 음악이 흥미롭더군요.  일렉트로니카 밴드 베셀(Vessel)의 ‘레드 섹스(Red Sex)’라는 곡이더군요. 인터넷에서 “역시 조영욱 음악감독이야!”라는 댓글을 많이 봤어요. 조영욱한테 얘기해줬더니 막 웃더라고.

<아가씨>의 예고편을 보고 왔어요. 스타일 예고편, 스토리 예고편으로 분류한 게 재미있었어요. 특히 스타일 예고편의 음악이 흥미롭더군요.
일렉트로니카 밴드 베셀(Vessel)의 ‘레드 섹스(Red Sex)’라는 곡이더군요. 인터넷에서 “역시 조영욱 음악감독이야!”라는 댓글을 많이 봤어요. 조영욱한테 얘기해줬더니 막 웃더라고.
감독의 노트: 이 말간 얼굴에 반해서 사진을 민희씨에게 보여주었다. 앞으로 참고하라고 했다.

특히 공간이 중요할 것 같은데 류성희 미술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그렇죠, 식민지 시대 배경이니까. 근대가 이 나라에 어떤 폭력적인 양상으로 들어왔느냐, 근대와 봉건 질서가 어떻게 충돌하느냐, 일본을 매개로 들어오는 서양의 것이 어떤 양상으로 섞이느냐 등을 고민했어요. 그것이 단순히 건축양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건축은 풍속에도 영향을 주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이런 행동이 중요해요. 양식 건물 안에서 신을 신고 다니다가, 문 하나 열면 다다미가 깔려 있는 일식 건물이 나와서 신을 벗고.

특히 공간이 중요할 것 같은데 류성희 미술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그렇죠, 식민지 시대 배경이니까. 근대가 이 나라에 어떤 폭력적인 양상으로 들어왔느냐, 근대와 봉건 질서가 어떻게 충돌하느냐, 일본을 매개로 들어오는 서양의 것이 어떤 양상으로 섞이느냐 등을 고민했어요. 그것이 단순히 건축양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지만 건축은 풍속에도 영향을 주죠.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이런 행동이 중요해요. 양식 건물 안에서 신을 신고 다니다가, 문 하나 열면 다다미가 깔려 있는 일식 건물이 나와서 신을 벗고.
감독의 노트: 테스트 촬영 때 태리의 옆얼굴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테스트 촬영 때는 이렇게 대충 합판에 아무렇게나 벽지 발라놓고 찍는다.

의 배경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그걸 1930년대로 가져온 건 근대의 그 기이한 느낌을 살리고자 한 건가요?  원작에서 버릴 수 없는 최소한이라고 하는 게 하녀와 상전, 그런 계급의 문제, 신분제도의 상황이에요. 또 한 가지는 정신병원이라는 근대 기관.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는 그때밖에 없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핑거스미스>의 배경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는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그걸 1930년대로 가져온 건 근대의 그 기이한 느낌을 살리고자 한 건가요?
원작에서 버릴 수 없는 최소한이라고 하는 게 하녀와 상전, 그런 계급의 문제, 신분제도의 상황이에요. 또 한 가지는 정신병원이라는 근대 기관.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대는 그때밖에 없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감독의 노트: 백작이 처음 초대된 독회. 이때의 히데코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흰 고양이.

필모그래피의 영화 하나하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화끼리 연계성을 가지면서 유기적으로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느낌이에요. 한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넘어서는 공통적인 뉘앙스랄까요.  맞아요, 하나의 도시 혹은 마을을 만드는 기분이에요. 시청도 있고, 뮤지엄도 있고, 상점도 있는. 이를테면 간간이 찍는 단편영화는 단독주택일 거고, 는 꽃집 같은 영화랄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 연쇄살인범의 지하실도 있을 수 있고요.

필모그래피의 영화 하나하나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영화끼리 연계성을 가지면서 유기적으로 존재하고 성장한다는 느낌이에요. 한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넘어서는 공통적인 뉘앙스랄까요.
맞아요, 하나의 도시 혹은 마을을 만드는 기분이에요. 시청도 있고, 뮤지엄도 있고, 상점도 있는. 이를테면 간간이 찍는 단편영화는 단독주택일 거고, <아가씨>는 꽃집 같은 영화랄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는 연쇄살인범의 지하실도 있을 수 있고요.
감독의 노트: 각본 쓰러 통영 가는 국도에서 봤다. 대한민국 군사시설의 아름다움.

핑거스미스>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하는 키워드가 있어요. 이를테면 고아, 디킨스, 빅토리아 시대, 군중, 정신병자, 비밀, 거짓말 등등. 원작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뭐니 뭐니 해도 1부가 끝날 때의 반전. 속이는 것, 거짓말에 관한 기막힌 통찰이었어요. 상대를 속이러 갔다, 그런데 내가 당했다, 여기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속이러 갔는데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자신이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미안해졌다, 계속 기만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하고 의심한다. 내가 이래도 되나, 이걸 그만둘까 말까… 반성이나 후회, 미안함 같은 감정은 매우 인간적이고 숭고한 감정인데, 그것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게 충격이었어요.

<핑거스미스>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하는 키워드가 있어요. 이를테면 고아, 디킨스, 빅토리아 시대, 군중, 정신병자, 비밀, 거짓말 등등. 원작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뭐니 뭐니 해도 1부가 끝날 때의 반전. 속이는 것, 거짓말에 관한 기막힌 통찰이었어요. 상대를 속이러 갔다, 그런데 내가 당했다, 여기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속이러 갔는데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서 자신이 속이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미안해졌다, 계속 기만에 대해 반성하고 후회하고 의심한다. 내가 이래도 되나, 이걸 그만둘까 말까… 반성이나 후회, 미안함 같은 감정은 매우 인간적이고 숭고한 감정인데, 그것이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게 충격이었어요.
감독의 노트: 엄마가 잡아온 벌레 받아먹는 새끼 새.

'박찬욱 스타일’이라는 건 대체 어떤 걸까요?  서양 사람들은 바로크적이다, 오페라적이다, 그런 표현을 쓰더군요. 내 생각에는 “내용이 곧 형식이고 형식이 곧 내용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만드는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탐미적이라는 말도 듣지만, 단지 아름답기 위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게 중요해요. 때로는 아주 추악한 걸 보여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거죠.

‘박찬욱 스타일’이라는 건 대체 어떤 걸까요?
서양 사람들은 바로크적이다, 오페라적이다, 그런 표현을 쓰더군요. 내 생각에는 “내용이 곧 형식이고 형식이 곧 내용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만드는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어요. 탐미적이라는 말도 듣지만, 단지 아름답기 위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게 중요해요. 때로는 아주 추악한 걸 보여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거죠.
감독의 노트: 정신병원 촬영 중 대기 중인 보조 출연자 둘과 식물 하나.